[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자기자본의 50%가 넘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발생하면서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키웠던
제넨바이오(072520)가 자본 확충 효과를 낼 수 있는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남아있던 전환사채(CB)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자본이 증가해 관리종목 지정 조건을 사실상 벗어나게 되면서 유상증자의 필요성이 줄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올해 실적반등 요인이 부족해 4년 연속 영업적자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데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넨바이오는 예상모집총액 51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회사 측은 증권신고서의 승인지연으로 자금조달이 연기돼 계획된 자금필요시기와 조달시기가 일치하지 않아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제넨바이오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된 자금을 영장·설치류 비임상시험시설 건설·증설 및 장비구입, 경산매립장 매입대금 잔금, 자회사 제넨린소스 증자대금, 임차료 등 관리비와 경상연구개발비용 등 시설·타법인증권취득·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한 자본확충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제넨바이오는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2019년 자기자본의 175%에 해당하는 423억원의 법인세비용차감전손실을 기록하게 되면서 2020년과 올해 법인세비용차감전 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어설 경우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법인세비용차감전손실 136억원으로 자기자본의 47.3%(단순연환산)를 기록했다. 4분기 적자가 예상되기에 법인세비용차감전손실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은 커졌다. 이에 제넨바이오는 수익성 개선을 통한 법인세비용차감전손실을 줄이는 어려운 방법보다 자본을 늘려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손실 비중을 줄이는 법을 선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유상증자를 철회한 것은 2018년 발행된 제13회 전환사채 중 105억원의 물량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서 부채가 자기자본으로 계상된 효과로 인해 법인세비용차감전손실 비중이 50%를 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감원의 정정공시 요구로 인해 유상증자 주금 납입일이 올해로 미뤄지며 필요한 자본 확충 시기와 어긋난 점도 한몫했다.
다만 올해에도 법인세비용차감전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을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에 유상증자가 또 추진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법인세비용차감전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이 중요하지만 제넨바이오의 매출증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사업인 ‘비임상CRO(임상시험수탁기관)’와 ‘이종이식제품 개발’이 손익분기점 이상의 매출을 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비임상CRO의 경우 올해 영장류 시험시설 구축과 설치류 시험시설 확장이 완료돼 본격적인 성과가 날 것이라 계획했지만 영장류 시험시설 구축은 오는 12월에 예정돼 있어 사실상 올해 큰 매출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 이달 설치류 시험시설 임대차 계약을 통해 시설 확충을 완료할 것으로 계획했으나 임대차계약 자금을 철회한 유상증자에서 마련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일정이 변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종이식제품 개발은 형질전환돼지를 개발하는 연구동과 총 200두의 돼지를 무균 사육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각막과 피부 중심으로 한 제품 개발을 준비 중으로 임상시험 등을 거친 후 2022년에야 본격적인 매출 발생이 예측되고 있다.
이는 올해에도 법인세차감전손실의 발생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추후에라도 유상증자 등의 시도가 있을 것이란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이와 관련 제넨바이오는 CB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인해 자본이 늘어나면서 법인세차감전손실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은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6일 공시에 따르면 13회 전환사채에 대해 지난해 12월31일, 이달 4,5,6일 총 82억원 규모의 물량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으며 9회 전환사채 중 5억원 물량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되기도 했다.
전환청구권을 통해 자본확충이 이뤄졌음에도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완벽하게 떨쳐낸 것은 아니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올해까지 적자가 이어질 경우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올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성장동력을 삼은 바이오 사업은 시간이 필요하고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 유통사업은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엔 역부족이다. 환경사업(폐기물처리)은 경주사업장의 사업부지 허가 용량 고갈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계획대로 경산매립장 인수가 이뤄지더라도 2022년부터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제넨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비용절감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올해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