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규모, LG MMA>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구본준 호, 조직 정비 후 공격적 경영 가능성 높아구본준 호, 그룹사 이끌 확실한 아이템 부재가 단점으로 지적돼LG하우시스, 가장 애매한 포지션…자율 주행 확대 시 수혜 받을 수도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주)LG 고문의 분가로 관련 회사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구본준 호의 캐시카우가 LG상사나 LG하우시스가 아닌 LG MMA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LG MMA가 그룹을 정비하고 방향성을 확고하게 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보이는 반면, LG하우시스는 분리 배경부터 그룹 내 포지션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구본준 당시 LG 부회장이 지난 2018년 4월20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내 융·복합 연구개발(R&D)단지 LG 사이언스파크 개관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 고문의 계열분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발표 이전 시장에서는 LG상사와 계열사인 판토스, 실리콘웍스의 분리 가능성을 높게 봤다. 구 고문이 LG상사와 과거 LG반도체의 수장으로서 이끌었던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LG하우시스의 분리는 다소 의외로 평가받는다. 구 고문이 LG화학에 몸을 담긴 했으나 1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LG화학(051910)과 접점이 많은 계열사의 분리 배경에 대해 LG 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 다만 시장과 재계 관계자는 구 고문이 보유한 지분 규모에 맞는 계열사를 찾다 보니 LG하우시스가 낙점됐다는 추측이 중론이다.
더욱 접점이 없는 곳은 LG MMA다. LG MMA는 MMA란 화학 소재를 주력 생산하는 회사다. 반도체, 상사, 인테리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진다. 일부 접점이 있다면 LG하우시스가 생산하는 인조대리석과의 접점 정도다. 하지만 LG MMA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어 인조대리석 시장의 '수직계열화' 목적이란 의견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LG하우시스의 인조대리석은 세계 1~2위인 것은 맞지만 크게 성장하는 시장은 아니다"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을 뺐어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 MMA 관련 이미지. 출처/유튜브
LG신설지주의 캐시카우가 될 LG MMA
분리 배경과 별개로 LG MMA는 신생 지주사에 캐시카우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LG MMA는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를 합친 배당보다 4배 가까이 더 많은 배당을 했다.
LG MMA의 매출 규모는 LG상사의 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이익의 질이 높은 탓이다. LG MMA의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2%에 육박한다. 100원을 벌어들일 때 22원은 남긴다는 의미다.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LG상사의 1.5%와 단순 비교한다면 15배가량 이익의 질이 뛰어나다.
LG MMA의 기반인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는 각종 산업용 소재로 쓰인다. 스티렌모노머(SM), 메타크릴산(MMA), 메틸 t-부틸 에테르(MTBE) 등 다른 화학 물질과 결합해 다양한 특성을 지닌 소재를 만들 수 있어 PMMA, SMMA 등 고부가가치 소재를 제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관련 사업 부문에서 국내 1위 기업이 LG MMA다.
SK(034730)그룹의 종합에너지기업인 SK E&S가 연상된다. 지난 1999년 도시가스지주회사로 출범한 SK E&S는 많은 배당을 통해 그룹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유정준 SK E&S 대표이사가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첫째 아들인 최인근 씨가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구본준 식 경영 드라이브 속 LG하우시스는?
LG하우시스 플래그십 스토어 'LG지인 스퀘어' 전경. 출처/뉴스토마토
구본준 호에 편입된 계열사들의 단점으로 LG화학의 배터리, LG전자의 백색가전처럼 확실한 '글로벌 시장 1위'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기에 구 고문 특유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을 고려해볼 때 조직문화, 관리 시스템, 기존 사업 재정비 등 PMI(인수 후 통합) 과정을 거친 후 빠른 시일 내로 성장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M&A 자문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규모가 줄어든 만큼 백색가전 세계 1위와 같은 큰 시장을 장악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분화된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구본준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은 반도체, 화학, 건자재 등 기존 사업에서 강점이 있는 분야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면서 "사업의 확장을 위한 M&A가 가까운 시일 내로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향후 그룹 내 위치가 예측하기 어려운 계열사로는 LG하우시스가 꼽힌다. LG하우시스는 2009년 LG화학에서 인적분할돼 분리된 건축자재, 차량 소재·산업용 필름 등을 제조·생산하는 회사다. LG상사와 판토스는 구 고문의 경영 노하우와 LG그룹의 캡티브(계열사 간 거래) 물량이 장점이다. 실리콘웍스가 국내 반도체 팹리스 기업 중 1위이자, 구 고문의 한이 맺힌 반도체 사업을 한다는 매력이 있다.
나머지 계열사와 비교해 LG하우시스는 수익성, 성장성, 안정성 등에서 포지션이 다소 애매하다. △차량 소재 부문의 적자를 고려할 필요는 있지만 제조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이 2% 대인 점 △지속적인 설비 투자로 차입금의존도가 2017년 이후 40%를 웃돌고 있는 점 △그룹을 견인하기엔 부족한 미래 성장 아이템 등이 주요 근거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LG하우시스의 건축자재 부문이 자율주행 시대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KCC(002380)와
한샘(009240)처럼 건자재나 가구 제조기술에 올인원(All-in One) 서비스나 솔루션 서비스를 보강한다면 그 부가가치를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신규 지주사는 자율주행, 5G와 같은 메가트렌드를 손대기보다는 메가트렌드에서 파생되는 분야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파생되는 대표적인 분야가 하우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은 결국 건설 사업 확대로 귀결될 가능성이 유력한데, LG하우시스도 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