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외부감사법에 의하여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의 선정기준은 무엇일까? 외부감사 대상이 되는 회사를 규정한 외부감사법이 처음 제정된 1981년에는 ‘자본금 5억원 이상 또는 자산 3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만 외부감사의 대상이었다. 1988년 4월 외부감사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자본금 규정은 삭제되고 자산 3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가 그 후에는 자산규모가 40억원, 60억원, 70억원, 100억원, 120억원으로 증가해왔다.
이처럼 외부감사 대상을 자산 기준으로만 정하다가 2009년 12월에 ‘부채’와 ‘종업원수’ 요건이 추가되어 부채가 70억원 이상이거나 종업원수가 300명 이상인 주식회사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되었다. 신 외부감사법의 시행으로 2019년 11월1일 이후 시작되는 사업연도부터는 사원이 50명 이상인 경우 등에 해당하면 유한회사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되었다. 신 외부감사법의 주요 변경사항 중의 하나는 자산규모 위주의 외부감사대상 선정기준에 ‘매출액’이 새로 도입된 것이다. 즉, 신 외부감사법에 의해 매출액 50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와 유한회사도 외부감사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외부감사 대상 선정기준으로 매출액이 왜 추가된 것일까? 기업규모가 클수록 이해관계자가 많으므로 외부감사 대상이 되는데, 최근 들어 매출액이 기업규모의 지표로 자산과 함께 중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출액이 기업규모의 지표가 된 것은 산업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자산과 매출액이 밀접한 관계가 있었으므로 자산만으로도 기업규모를 적절히 평가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산업의 변화에 따라 자산과 매출액의 연관성이 적어졌다. 예를 들어 홈쇼핑회사를 통한 가전제품 통신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인 H사는 2019년 말 자산은 85억원이지만 매출액은 1936억원으로서 자산의 23배다. 자산 기준으로는 120억원에 미달하므로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지만 매출액이 500억원을 넘으므로 외부감사 대상이 된다. 특히 인터넷 기업의 발달로 자산은 적지만 매출액이 많은 기업이 출현하여 자산과 매출액 간에 밀접한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였다.
외부감사 대상 선정기준에 매출액을 도입한 신 외부감사법은 다른 법률이나 규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상속세및증여세법의 개정으로 2020년부터 공익법인의 외부감사 대상이 확대되었다. 기존에 외부감사 대상이었던 자산 100억원 이상인 공익법인(종교법인·학교법인 제외) 외에 공익법인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연간 수입금액과 출연받은 재산가액의 합계액(기부금) 50억원 이상’ 또는 ‘출연받은 재산가액의 합계액 20억원 이상’인 공익법인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되었다. 공익법인의 경우에 ‘수입금액과 출연받은 재산가액’은 일반 기업의 매출액과 유사한 것이다.
신 외부감사법에서 새로 도입된 표준감사시간을 정할 때도 기업규모를 자산만이 아닌 “자산총액과 매출액의 단순평균 금액”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기업집단을 계속 선정하고 있다. 즉, 자산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을 ‘공시대상기업집단’(준 대기업 집단), 10조원 이상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으로 관리하고 있다. 공정위가 자산만으로 기업집단을 선정하는 것은 자산은 큰 변동이 없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반면에 매출액은 경제상황에 따라 매년 변동이 크다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규모의 측정치로 자산과 매출액 중 어떤 것이 더 의미 있는 숫자일까? 이 부분에 대한 획일적인 답은 없으며 기업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과거에는 주로 자산규모를 이용하였으나 최근에는 매출액도 함께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즉, 기업규모를 정할 때 매출액도 자산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기업규모를 정할 때 자산 외에 매출액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며, 이는 외부감사법 외에 다른 법률이나 규정으로 확대될 것이고 또한 확대되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듯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업규모를 측정하는 지표도 달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