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CJ CGV(079160)가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임대료 지불마저 걱정해야 하는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극장이 들어선 대부분의 부동산을 소유하기보다 임차하고 있어 팔 자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J CGV는 주 3일 근무제, 월급 반납 등 내부 비용절감은 물론, 임대료 지급을 유예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CJ CGV 영화관 전경. 출처/CJ CGV 홈페이지
23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CJ CGV가 대부분의 극장을 임대하고 있어 자산 유동화를 통한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본래 극장사업은 부동산 소유를 통해 건물 가치를 높이는 것보다는 극장사업 본연에 집중하자는 철학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CJ CGV가 지난해까지 자산 유동화를 모두 마쳐 현재는 임대사업 형태로 대부분의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CJ CGV 극장은 대부분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펀드를 통해 소유하고 있다. 이미 CJ CGV가 오랜 시간에 걸쳐 영화관을 매각한 뒤 재임차(세일앤리스백)하는 방식으로 유동화를 벌여왔기 때문이다. 2018년 말 강릉, 계양, 동수원, 마산 등 11곳의 지방 영화관을 약 21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관을 직접 소유하기보다 임대하는 형식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지 않고 임대료만 지불하기 때문에 사업영역을 빠르게 넓힐 수 있다. 그 결과 CJ CGV 극장수는 지난해 기준 156개로 2014년 124개에서 크게 늘었다. 극장 점유율 32.3%로 2위 사업자인 롯데시네마(24.8%)와 격차가 크다.
CJ CGV 관계자는 “영화관을 채워 넣을 건물이나 토지를 직접 구입하는 것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라며 “영화관을 입점시킬 부동산을 매입하기보다는 극장 기술 투자, 해외극장 설립 등 극장사업 자체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매년 지불해야 하는 임대료가 불어나는 점은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이 매출이 급감하는 위기 상황에서 임대료로 나가는 고정비용이 높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CJ CGV가 매월 내는 임대료는 약 170억~1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부동산 자산을 매각후 재임차(세일앤리스백)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최근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쇼핑 등 대부분의 유통회사들은 토지나 점포자산 등 을 매각해 단번에 수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CJ CGV는 임대료 유예신청을 결정하는 등 고정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지만 매출 급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급유예 방안 역시 임대인들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때 국내에서 CGV 등 극장을 매입하는 운용사들이 많았다”라며 “해당 펀드 투자자들이 (임대료 미지급과 관련해)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CJ CGV가 CJ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내부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외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CJ CGV가 주 3일 근무제, 임원 급여 반납 등 고정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은 물론,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했던 지분 회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라며 “내부적으로 비용절감으로 충당하기 어려울 경우 외부의 금융지원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