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로위와 조은저축은행은 기존의 금융을 뒤집었다. 참신함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으나, 금융의 기능을 상실시켰고, 전환사채와 같은 제도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SC로위의 금융거래는 본인들의 돈을 저축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코스닥 기업은 도관에 불과했다. 투자 유치, 사업 확장의 기회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코스닥 기업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재무 구조 악화·대규모 적자·주가 폭락이란 결과가 코스닥 4개사의 투자 성적표가 됐다. <IB토마토>는 SC로위와 조은저축은행의 메자닌 투자와 관련해 거래 방식, 결과 그리고 법적 하자 여부를 검토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코스닥 기업 입장에서는 굵은 동아줄인 줄 알고 잡았는데, 결국엔 썩은 동아줄이었다. SC로위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 복합 금융상품으로 인연을 맺은 코스닥 4개사는 요즘 속앓이를 하고 있다. 투자 유치 후 사업 계획은 산산조각 났다. 이와 함께 금융거래로 전이된 위험으로 코스닥 4개사는 상반기에 적게는 64억원, 많게는 2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는 적어도 반 토막 났다.
일련의 계약들이 합쳐지면, SC로위는 적어도 3가지의 확정 수입을 얻는다. SC로위는 신탁의 이익 뿐 아니라 사채의 이자로 연간 9억~36억원을 꼬박꼬박 받는다. 또 6억~18억원짜리 옵션 판매 수입도 있다. 이 옵션은 콜옵션 프리미엄으로만, SC로위가 사용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SC로위가 풋옵션을 먼저 사용하면 사용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코스닥 5개사가 투자 받은 현금은 금전채권의 형태로 신탁사에 대부분 맡겨졌다. 그 결과, 코스닥 기업들은 본인들의 예상과 다르게 사업 목적으로 자금을 활용하지 못했다. 반면, SC로위는 투자의 리스크를 0%로 만들었다.
투자와 사업에는 리스크를 동반한다. SC로위의 리스크가 사라진 만큼, 상대방의 리스크는 커졌다. 그렇기에 이엑스티를 제외한 코스닥 4개사와 SC로위의 동행에는 공통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바로 △50억원 이상의 적자(당기순손실) △반 이상 떨어진 주가 △대폭 증가한 금융비용 △자산효율성 감소다. 지난 6월 SC로위와 계약한 이엑스티는 재무제표 상으로 흔적이 나오기는 아직 이르기에 제외했다.
SC로위와 동행 전후를 비교할 때 그 모습이 가장 극명한 회사는 동양네트웍스다.
SC로위와 계약을 체결한 시점이 5개사 중 가장 빨랐기에 실적에 가장 잘 반영됐다. 연결 기준 지난해 말 동양네트웍스의 매출액은 700억원을 기록, 4년 전 1430억원과 비교해 반토막났다. 4년 사이 특별한 반등 없이 매출액이 꾸준히 감소했다. 회사의 상황은 악화일로였지만, SC로위와의 동행 이후 동양네트웍스의 사세는 급속도로 기울었다. SC로위가 동양네트웍스의 BW를 매입하기 전, 동양네트웍스의 당기손실은 60억~80억원 수준이었다. 물론 흑자가 아닌 점, 매출 감소를 동반한 적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역시 좋은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총자산회전율은 100%를 넘거나 그와 유사한 수준이었고, 2017년 말의 순차입금이 (-)636억원으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임을 감안하면 반등의 요소는 있었다. 주가 역시 이를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2회 전환사채가 행사되며, 오버행 우려가 해소되고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는 5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2018년 초 1560원과 비교할 때 3.5배가 오른 수준이다.
SC로위와 함께한 지난 1년 동안 동양네트웍스는 362.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총자산 회전율은 36%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동양네트웍스는 1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017년보다 48.7%(38억원) 손실 폭을 키웠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한증 더 악화됐다. 당기순손실이 291억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4.8억원 적자와 비교해 6.5배 악화된 수치다. 주가 역시, 체결일 대비 28%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SC로위는 적자 회사의 채권자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리스크에 1%도 노출되지 않았다. 또한 SC로위는 동양네트웍스에게 1, 2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매입, 최소 37.44억원을 벌었다. 반면 동양네트웍스는 빌린 525억원을 해외 바이오벤처, 국내 제조사 지분 인수 등과 같은 사업 용도로 사용 한 번 하지 못했다.
비단 동양네트웍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SC로위와 동행한 코스닥 4개사의 금융비용은 적게는 1.7배, 많게는 10.7배까지 증가했다. 크로바하이텍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금융비용으로 2억원을 발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0억원이 발생했다.
금융비용 증가는 당기순이익 하락으로 이어지며 상반기 코스닥 4개사는 64억~291억원 적자였다. 주가 역시 SC로위와의 인연을 맺은 이후 절반 이상 떨어졌다. GV(구 금빛)의 경우, SC로위와 계약을 맺었던 지난 3월7일 종가가 5950원이었지만 5개월 반이 지난 후 주가는 3분의 1토막나 2155원(8월21일 종가)까지 하락했다.
SC로위, GV 등 코스닥 5개사 기망했나?
SC로위가 코스닥 5개사를 기망했다고 볼 법적 근거는 없어 보인다.
코스닥 5개사가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SC로위의 선의, 호의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들의 기대와 다르다는 것과 기망은 엄연히 다르다. 기망이란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로서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SC로위가 코스닥 5개사를 형법상의 '기망'에 빠트렸다면 배상 책임이 있겠으나, 법률전문가와 금융감독원은 기망으로 볼 소지가 적다고 진단했다.
달리 말하면, SC로위와 코스닥 5개사의 계약은 우열관계가 있지만 기망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SC로위와 조은저축은행은 계약을 통해 '무위험 상태'에서 이자, 콜옵션프리미엄, 신탁의 수익까지 모두 얻는다. 하지만 둘 간의 거래는 사적자치의 원칙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또한, 코스닥 5개사에게 SC로위는 기망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메자닌 상품, 옵션, 신탁을 활용하는 방식이 기존의 방식과 달랐을 뿐이다. 게다가 콜옵션과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도 '발행일부터 1년'으로 같다. 사실상 콜옵션을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SC로이가 콜옵션 프리미엄을 팔았지만, 풋옵션과 콜옵션의 계약기간이 일치하기에 계약상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법률적 검토를 한 오반석 변호사는 "SC로위와 코스닥 기업 간의 계약은 기본적으로 유효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추후 담보를 받아주기로 한 약정에 대하여, 담보를 받아들이는 객관적인 기준에 대한 협의 없이, SC로이의 일방적인 의사만으로 담보를 거절할 수 있는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SC로이가 상대방이 가져온 담보를 무조건적으로 거부한다면, 결국 신탁으로 돈은 묶인 채 고액의 이자만을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기망까지 있었다고 보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자본시장법상 부당한 부분은 없는지 지속적으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에서도 비슷한 의견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부터 코스닥 기업의 CB발행이 많아져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기본적으로 금감원에서 계약의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계약을 금지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둘 간의 협상력 차이를 법으로 강제하긴 어렵다"면서도 "거래 구조 상 SC로위가 무위험인 상태고 일방이 유리한 계약은 맞다"고 판단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