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용민 기자]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려아연(010130)의 11조원 규모 미국 통합제련소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이 주목받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지원 방식은 달라져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핵심광물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정책 기조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에서다. 인허가 절차가 진전되는 가운데 미국의 제련 역량 확충을 뒷받침할 사업으로서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3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는 '블루 웨이브'가 현실화하더라도 핵심광물 분야의 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과제는 국가안보와 첨단산업 경쟁력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철금속과 핵심광물을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 전력망 확충, 정부 투자와 연결되는 대표적인 정책 수혜 분야로 꼽았다. 보조금과 비축, 가격 지원 등 구체적인 정책 수단은 달라질 수 있지만 미국 내 정련·제련 능력을 확보하려는 큰 방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10월 1일 양당 7인이 핵심광물위원회법을 발의했다”며 “블루 웨이브(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이 되는 상황)는 보조금·비축·가격하한 등 지원 수단만 바꿀 뿐 ‘탈중국 정련능력’ 목표는 불변하다"라며 "핵심광물 기업 지분 투자와 핵심광물 비축은 행정부 재량과 OBBBA 공급망 50억 달러, 비축 20억 달러 등 기존 예산에 기반해 의회가 바뀌어도 유지된다”며 “민주당도 핵심광물 비축 제도화를 지지한다"라고 언급했다.
고려아연의 핵심 성장축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대규모 통합제련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투자 규모는 금융비용과 운전자금을 포함해 약 74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아연·연·구리 등 기초금속과 게르마늄·갈륨·안티모니 등 전략광물을 포함한 13종의 금속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 추진의 제도적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2026년 4월 미국 연방정부의 대형 인프라 인허가 신속처리 제도인 FAST-41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어 9월에는 미국 전쟁부가 최종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고 ‘중대한 환경영향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는 후속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데 긍정적인 요인이다. 다만 개별 인허가와 자금 집행, 실제 건설 일정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최윤범 회장은 앞서 지난 9월 주주서한을 통해 "고려아연은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중심으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라며 "이는 회사를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심에 세우고 지속가능한 중장기 성장의 토대가 될 사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 외에도 고려아연의 핵심광물 사업을 둘러싼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게르마늄이다.
최근 중국의 수출통제와 공급 감소, 첨단산업의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게르마늄 가격이 급등했다. 헤럴드경제는 10월 25일 중국 금속 게르마늄 가격이 연초 대비 약 110%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약 1,400억원을 투자해 관련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생산 일정을 앞당겨 올해 4분기 양산과 내년 1분기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게르마늄은 적외선 광학장비와 위성·우주항공, 방위산업, 반도체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 사용되는 소재다. 중국의 공급 통제가 장기화하고 비중국권 공급처 확보 수요가 커질 경우,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고려아연의 기존 제련 사업도 핵심광물 전략을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아연과 연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금·은·구리 등 다양한 금속을 회수할 수 있는 복합 제련 기술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응하는 경쟁력으로 꼽힌다.
단기 실적은 국제 금·은 가격과 환율, 아연 제련수수료(TC) 등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귀금속 가격 하락과 제련수수료 부담으로 3분기 이익이 전 분기보다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따라서 핵심광물 사업의 장기 성장성뿐 아니라 기존 사업의 이익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한다.
한편, 고려아연은 은과 금 등 귀금속 판매 호조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다. 상반기에 거둔 영업이익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다만 2분기에는 은 가격 하락과 판매량 감소로 전분기보다 이익이 줄어, 하반기 실적의 지속 여부가 과제로 떠올랐다.
고려아연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약 12조 44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약 1조 3331억원으로 151.5%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6.9%에서 10.7%로 3.8%포인트 높아졌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 2319억원을 이미 웃도는 규모다.
오는 5일 예정된 3분기 경영실적 발표도 중요한 확인 지점이다. 금·은 가격 변화가 실적에 미친 영향과 제련 부문의 수익성, 게르마늄 양산 진행 상황, 미국 제련소의 투자·건설 일정이 주요 관심사다.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고 신규 사업의 가시성이 높아진다면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