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민지 기자] 물류 자동화 로봇 기업
제닉스(381620)로보틱스가 주요 고객사의 물량 축소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수주가 감소하면서 스마트 자동화 창고 설비인 스토커(Stocker)의 매출이 급감한 여파다. 다만, 반도체용 스토커 수주가 회복세에 들어섰고, 공장 안에서 물품을 실어 나르는 무인운반차량(AGV)을 항만 시장으로 넓히고 있어 매출과 고객사 다변화를 통한 실적 개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아울러 동시에 AGV 등 이동로봇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시장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닉스로보틱스 홈페이지 캡처)
주요 고객사 물량 축소…스토커 매출 절반 넘게 '뚝'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닉스로보틱스가 주요 고객사의 물량 축소로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닉스로보틱스는 제조공정에서 물품을 자동으로 보관하고 반입·반출하는 설비인 스토커(Stocker)와 원재료·부품·재공품을 운반하는 이동로봇인 무인운반차량(AGV)과 자율주행로봇(AMR)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1% 줄었고, 영업손실은 56억원으로 전년 동기 45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1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이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주요 고객사가 설비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 물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수주잔고는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1분기 219억원이던 수주잔고는 3분기 96억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 204억원으로 반등했지만 수주가 매출로 인식되기까지 통상 6개월~1년이 걸리는 만큼 수주 회복이 올해 상반기 실적에는 아직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수주잔고의 60% 이상이 스토커 관련 수주로 추정되는데 이 물량이 줄면서 실적을 이끌던 스토커의 외형이 크게 축소됐다. 스토커 매출은 2024년 47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4.6%를 차지할 만큼 주된 매출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57억원으로 66.9%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이 33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99억원 대비 66.7% 줄었다.
AGV와 AMR 매출은 올해 상반기 17억원으로 전년 동기 10억원 대비 70% 늘었지만 매출 규모가 작아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로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주요 고객사의 설비투자가 다시 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부터 반등한 수주잔고는 올해 상반기 말 320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용 스토커 수주가 매출로 연결되면 올해 하반기부터 스토커 중심으로 매출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종석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주요 고객의 일시적인 투자 속도 조절로 제닉스로보틱스의 수주잔고가 지난해 96억원 까지 떨어지며 실적이 저하됐다"며 "통상 수주 이후 약 6~12개월 후 매출이 인식되고 있어 지난해 말부터 반등한 수주잔고가 매출로 연결되면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스마트 항만 승부수…AGV·AMR 경쟁 심화 '우려'
제닉스로보틱스는 스토커에 편중된 매출구조를 분산시키기 위해 AGV 시장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자동차 등의 제조공정에 공급하던 이동로봇을 스마트 항만 시장으로 넓혀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사도 넓힌다는 전략이다.
최근 국내외 항구에서도 효율성 향상을 위한 무인화와 자동화 트렌드가 진행되면서 AGV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스마트 항만 시장 규모는 2021년 5000억원에서 2031년 3조 9000억원 규모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AGV는 2024년 부산항 신항에 60대가 설치됐고, 올해에는 인천 신항에 44대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후 2027년에는 광양항에 44대, 2040년까지는 진해 신항에 280여대의 AGV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제닉스로보틱스는 지난해부터 관련 제품 연구개발에 돌입한 상황이다. 스마트 항만 AGV는 60톤(t) 이상의 고중량 제품이 요구되는 만큼 기술력 확보가 중요하다. 현재 관련 소프트웨어 준비는 1차적으로 완료했고, AGV 하드웨어는 자체 제작할지 아웃소싱을 통해 조달할지 검토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는 2027년 상반기까지 스마트 항만용 AGV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을 완료할 예정으로 2028년부터 스마트 항만 AGV 매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항만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고객사도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005930), 현대차그룹, SK온 등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분야의 기존 고객사에서 항만 관리기업과 해운사까지 넓어질 수 있다.
다만 신사업 확대에 따른 연구개발(R&D)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 스마트 항만 AGV 개발이 본격화된 2025년 R&D 비용은 34억원으로 전년 대비 55.9% 급증했고, 매출액 대비 2%~3% 수준이던 R&D 비용 비중도 14.9%까지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액 대비 15.5% 수준인 14억원의 R&D 비용이 지출됐다. R&D 비용이 판매비와관리비 항목으로 잡히면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 시점에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AGV와 AMR 시장은 전방산업의 생산성 증대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성장세가 뚜렷하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동종 업계에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코윈로보틱스,
티로보틱스(117730) 외에도 삼성그룹 계열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LS(006260)그룹 계열사인 LS티라유텍,
SK(003600)그룹 산하
유일로보틱스(388720) 등 대기업 산하 로봇 기업들이 AGV와 AMR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준비에 활발히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과 기술력 확보에 유리한 대기업 계열사들의 시장 진입이 확대될수록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판가 인하 압력이 거세질 수 있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종석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제조업 전반에 걸쳐 AGV와 AMR 시장 수요는 양호할 것으로 보이지만 참여 플레이어들의 증가로 수주 경쟁 격화와 판가 인하 압력 등의 부담이 지속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IB토마토>는 이와 관련된 사안을 질의하기 위해 제닉스로보틱스 IR팀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