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창출력 약화에 재무약정 충족 부담 확대순차입금/EBITDA 10.7배…여전히 높은 차입 부담채무보증 9.4조원…자기자본 대비 89.8% '역대 최고'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한화솔루션(009830)의 재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현금창출력에 비해 차입금이 과도한 상태가 이어지면서 2조원이 넘는 금융기관 대출의 재무약정을 연말까지 충족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부 외화대출에서 약정 위반으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전례가 있어 실적과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조기상환 압박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유상증자와 자산 유동화로 차입금을 줄일 계획이지만 유상증자 규모가 축소되면서 재무개선 효과도 줄었다. 계열사 채무보증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고 보증이 집중된 신재생에너지 해외법인의 실적도 부진해 잠재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연말로 미룬 재무약정…증자 축소에 개선 폭도 줄어
2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순차입금이 현금창출력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주요 사업의 수익성이 부진한 데다 대규모 투자가 계속되면서 차입금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한화솔루션이 보유한 금융기관 차입금 가운데 순차입금 대비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대출은 2조1944억원이다. 관련 금융기관 차입금 전체 규모는 2조4926억원에 이른다.

순차입금/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에 비해 차입금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화솔루션의 해당 배율은 올해 1분기 10.7배로 지난해 말 29.1배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안정권을 훨씬 벗어난 수준이다. 벌어들인 EBITDA를 전부 빚 상환에만 써도 10년이 넘게 걸린다는 뜻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에도 3700억원 규모 외화대출의 재무약정을 충족하지 못한 전력이 있다. 해당 대출은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을 5배 이하로 유지하는 게 조건이었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했고,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해 당초 2028년 2월 만기였던 대출은 현재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로 재분류된 상태다.
다만 한화솔루션은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2조 4926억원의 금융기관 차입금에 대한 재무약정 적용 및 판단 시점을 늦춰 선제적으로 EOD 리스크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이었던 재무약정 적용 시점을 오는 12월로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 악화된 재무상태를 개선하지 못하면 올해 하반기에 EOD 사유로 인한 조기 상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화솔루션은 채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난 20일 1조 1713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확정하고, 이 중 2636억원을 채무상환자금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3월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는 2조4000억원이었다. 채무상환에 사용하려던 자금도 1조4899억원에 달했지만, 최종 증자 규모가 절반가량 줄면서 상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EOD 리스크를 안고 있는 대출 규모만 2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축소된 유상증자 규모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만큼 추가 자구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외화대출과 마찬가지로 2조 5000억원 규모의 금융기관 차입금에도 순차입금/EBITDA 일정 배수 이하 유지 약정이 존재하며 연말까지 적용 유예를 취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2조 5000억원 규모 금융기관 차입금은 지난해 재무약정 위반으로 EOD 사유가 발생했던 외화대출과는 다르다"며 "재무약정 적용 및 판단 시점 자체를 지난 6월에서 오는 12월로 변경한 것으로 기존과 동일하게 비유동부채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셀 공장 완공에 따라 솔라허브가 본격 가동에 돌입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미국 벤처투자펀드 매각, 투자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7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하고 있고 향후에도 자구안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채무보증 9.4조원…해외법인 부진에 잠재 부담 확대
채무보증 금액 증가로 인한 재무부담도 한층 무거워졌다.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화솔루션의 계열사 채무보증 금액은 9조 4206억원으로 집계됐다. 별도 기준 자기자본 대비 89.8% 수준으로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채무보증은 직접 차입금은 아니지만 보증 대상 계열사의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흔들리면 모회사의 신용보강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부문을 맡고 있는 한화큐셀 해외법인의 채무보증 금액이 전반적으로 확대된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신재생에너지 부문 미국 법인인 Q CELLS USA Corp.과 Q CELLS USA Inc.에 각각 2724억원, 1513억원 규모의 신규 보증이 추가됐다. 말레이시아 법인 Q CELLS Malaysia에도 1513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이 새로 늘었다. 이에 따라 해당 부문 계열사의 채무보증 총액은 7조 990억원으로, 전체 채무보증 금액(9조 4206억원)의 75.4%를 차지하는 수준까지 커졌다.
보증 대상 해외법인의 실적은 엇갈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법인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2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372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한화솔루션이 5016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한 독일 법인도 같은 기간 영업손실 78억원을 냈다.
영업손실만으로 곧바로 채무보증이 현실화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자가 장기화되면 해외법인의 자체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모회사의 추가 지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해외 종속법인의 손실은 한화솔루션 연결 실적에도 직접 반영된다.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경우 별도재무제표상 종속기업 투자주식의 손상이나 금융보증 관련 손실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이미 신재생에너지 부문 전체 실적도 부진한 상태다. 올해 1분기 신재생에너지 부문 매출액은 2조 110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 736억원) 대비 9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08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1611억원) 대비 80.9% 감소했다. 지난해 말 영업손실 1490억원과 비교하면 흑자전환은 성공했지만 이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분이 영업이익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한화솔루션은 올해 1분기에만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2180억원의 AMPC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 현행 회계기준상 AMPC는 매출원가 차감 또는 영업이익 직접가산 방식으로 반영된다. 해당 보조금 반영분을 제외하면 올해 1분기 실질적으로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