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하이텍, 주가 오르면 평가손실·전환되면 오버행…'CB 덫'
주가 상승에 파생상품평가손실 77배 급증
자본준비금 200억원 전입해 결손금 축소
CB 전환 신주 상장 후 두 달 새 주가 반토막
공개 2026-07-22 07:0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16일 21:3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정밀 부품 제조사 대성하이텍(129920)이 실적 부진에 전환사채(CB) 부담까지 겹치며 재무 압박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와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운영자금과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3년 연속 CB 발행에 나섰지만 주가 상승이 오히려 대규모 파생상품평가손실로 돌아왔다. 반대로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부채 부담은 줄어드는 대신 신주 증가에 따른 지분 희석과 매물 출회 우려가 커진다. 주가가 오르면 평가손실, 전환되면 오버행이 발생하는 구조 속에서 대성하이텍은 재무와 주가 양쪽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대성하이텍)
 
당기순손실 160억원…자본준비금 전입해 결손금 축소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성하이텍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4179만원을 기록하며 소폭 흑자를 냈다. 다만 최근 수년간 이어진 수익성 부진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결 영업손실은 2023년 66억원, 2024년 131억원, 2025년 23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올해 들어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은 160억원으로 전년 동기 5억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대규모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반영된 영향이다. 같은 기간 파생상품평가손실은 5억원에서 384억원으로 76.8배나 급증했다.
 
 
평가손실은 2024년과 2025년 발행한 제5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와 제6회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CB에서 발생했다. 대성하이텍은 수익성 저하로 자체 자금 창출력이 약화되자 원부자재 구입대금과 인건비 등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CB 발행을 이어왔다.
 
제5회와 제6회 CB의 최초 전환가액은 각각 주당 4262원과 3926원이었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 주가 변동에 따라 전환가액이 각각 4241원과 3789원으로 조정됐다. 올해 초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자 전환권의 공정가치가 높아졌고, 회계상 파생상품부채와 평가손실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은 363.8%로 전년 말 197.3%보다 166.5%포인트 상승했다. 파생상품부채가 늘어난 데다 대규모 당기순손실로 자기자본이 감소한 영향이 함께 반영됐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주가 변동에 따라 전환가액이 조정되는 리픽싱 조건이 포함된 CB는 전환권을 별도의 파생상품 부채로 분류해 매 결산기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한다. 주가가 오를수록 전환권 가치가 높아지고, 이는 곧 회사가 갚아야 할 부채 증가로 이어져 파생상품평가손실이라는 영업외비용으로 계상된다. 다만 이는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상 손실일 뿐 실제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손실이 장부상 숫자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파생상품평가손실로 당기순손실이 누적되면 결손금이 불어나 자기자본이 줄고, 부채비율 상승과 자본잠식 우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1분기 말 대성하이텍의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 8억원으로 전년 말 -49억원보다 결손 규모가 오히려 줄었다. 회사가 주식발행초과금 등 자본준비금 2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결손을 보전한 결과다. 이 전입이 없었다면 결손금은 -208억원 수준까지 불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자본준비금 전입은 자본 내에서 계정을 옮기는 것에 불과해 자기자본 총액이나 부채비율이 개선되는 효과는 없다. 결손금 표시만 줄었을 뿐 평가손실로 훼손된 재무구조가 회복된 것은 아니다.
 
CB 전환으로 신주 대거 상장…잔여 물량도 부담
 
CB의 주식 전환에 따른 지분 희석도 현실화됐다. 올해 초 주가가 상승하면서 지난 4월20일과 21일 제6회 CB 일부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이를 통해 발행된 신주는 총 253만3643주다. 전환 전 발행주식 수의 약 18.5%, 전환 후 전체 발행주식 수의 약 15.6%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주 상장일인 5월8일 종가는 9480원으로 당시 전환가액인 3789원을 크게 웃돌았다.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 전환에 따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가격대였다. 대규모 신주가 상장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됐고, 전환 주식이 시장에 출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며 16일 종가 기준 3980원까지 떨어졌다.
 
제6회 CB 전환이 행사되자 대성하이텍은 지난 4월27일 제5회 CB 절반에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 15억원 규모 채권을 말소시켰다. 제6회 CB 전환으로 주가하락이 예상되자 제5회 CB의 오버행 리스크에 선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기 전 사채를 취득하면 주식으로 전환될 물량이 줄어 향후 지분 희석 가능성이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이다.
 
다만 콜옵션 행사로 오버행 리스크는 줄었지만 현금유출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16억 3628만원 규모의 콜옵션 행사대금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성하이텍의 재무 부담은 한층 가중됐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119억원이지만 단기차입금 규모는 472억원에 달해 현금성자산이 단기차입금을 크게 밑도는 만큼 단기 유동성 부담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아직 전환되지 않은 제5·6회 CB 잔여분 69억원에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 올해 발행한 제7회 CB 100억원까지 더해지며 오버행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제6회 CB의 조정 후 현재 전환가액은 3926원인데, 최근 주가(16일 종가 3980원)가 이를 웃돌고 있어 추가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최근 주가 하락으로 최대주주인 최호형 대표의 주식담보대출 중 담보유지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는 건이 생기면서 담보권 실행 리스크까지 떠오르고 있다. 과거 개인용도로 2억 5000만원을 차입하며 담보유지비율 200%, 담보금액 5억원으로 설정했던 대출인데 최근 주가 하락으로 담보비율이 190%대까지 내려갔다. 담보비율이 하락하면 통상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실행하게 된다. 이외에 특수관계인의 주식담보대출 2건도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담보유지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담보 주식 물량은 발행주식총수 대비 1.52%로,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반대매매 위험에 따른 주가 하방 압력이 더 거세질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성하이텍은 현재 오버행 리스크와 반대매매 리스크가 서로를 자극하는 위험한 국면에 놓여 있다"며 "주가가 하락하면 잔여 CB와 신규 CB의 전환가액이 낮아지면서 주식전환 유인이 커지고, 이 과정에서 주가가 더 떨어지면 담보비율 하락으로 이어져 반대매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결국 주가가 더 폭락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IB토마토>는 대성하이텍 측에 관련 사항을 질의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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