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사 자본적정성 지표 K-ICS의 '내부모형' 도입 길이 열렸지만 정작 신청에 나선 보험사는 아직 한 곳도 없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승인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세부 내용은 여전히 미확정 상태이기 때문이다. 요구자본 감축 효과가 분명하다고 판단되는 보험사들이 적용에 나설 예정이나 검증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중소형사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12월 말부터 적용 가능…구체적 승인 기준은 '미확정'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ICS 내부모형은 오는 12월 말부터 적용 가능하다. 앞서 금융당국이 지난달 승인 기준을 신설했다고 밝혔지만 세부 내용이 확정되진 않은 상태다. 내부모형을 신청한 보험사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내부모형은 K-ICS 비율(가용자본/요구자본)을 산출하는 항목 중 요구자본과 연관된다. 요구자본에는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 일반손해보험위험액, 시장위험액, 신용위험액, 운영위험액 등 보험사가 영업하면서 인식하게 되는 각종 위험액이 담긴다.
위험액을 산출하는 기준은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표준모형을 일괄적으로 따르고 있다. 내부모형이 도입되면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을 적용해 위험액을 계산하고 요구자본을 산출할 수 있게 된다. 표준모형에서는 반영하기 어려웠던 회사별 리스크 특성을 더 정교하게 담아낸다.
보험사가 금융당국에 개별적으로 신청하면 사전협의, 승인 신청서 제출, 심사와 승인 여부 결정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되며 승인 후에도 정기적인 점검 차원에서 사후관리가 이뤄진다. 보험사는 사업계획이나 상품 개발 등 핵심 의사 결정에서도 내부모형을 실제 활용해야 할 의무가 부여된다.
내부모형은 보험사 새 회계기준인 IFRS17과 K-ICS가 도입된 2023년 이후부터 예고돼 왔던 사안이다. 대형 보험사는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추진해 왔는데, 아직도 불투명한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원래는 쓸 수가 없었던 것을 이제는 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라며 "세부적인 내용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내부모형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만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금융당국에서 구체적인 기준이 나와야 하지만 현재 몇몇 보험사는 회사별로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요구자본 감축 효과가 적용 여부 관건…중소형사는 비용 부담도
보험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K-ICS 요구자본을 얼마나 축소할 수 있을지가 활용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다. 요구자본을 경감하면 총자본 기준의 K-ICS 비율뿐만 아니라 내년에 새롭게 도입되는 기본자본 K-ICS 비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내부모형 적용으로 요구자본이 유의미하게 줄어든다고 판단되면 전환하고, 그렇지 않으면 기존과 같이 표준모형을 계속 사용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내부모형을 사용하더라도 그와 관련된 설계나 검증, 운영 체계를 따로 갖춰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과 관리 비용이 들어간다. 이에 따라 일차적으로는 대형사에 유리하고 중소형사에는 불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연구원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내부모형에 사용되는 가정들도 계속 변경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적용한다고 해서 요구자본이 일괄적으로 감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K-ICS 비율에 문제가 있는 보험사는 보통 규모가 작은 곳일 가능성이 높은데, 모형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K-ICS 비율 관리 측면에서는 가장 필요성이 높은 중소형 보험사가 소외될 수 있는 셈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당국 승인을 위해서는 보험사가 외부기관을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고 검증하는 등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라면서 "여력이 있는 대형사는 그러한 준비를 해오고 있었지만 애매한 중소형사는 그렇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사에서 먼저 두드리다 보면 가이드라인 같은 것들을 알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중소형사도 뒤따라서 표준적인 모델이 생길 수 있다"라면서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흐름이기 때문에 중소형사에서 먼저 나서서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