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지배구조보고서가 일제히 공개됐다. 경제·사회 전반에서 ESG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코스피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3개사의 거버넌스 성적표를 점검하고 각 기업의 지배구조를 집중 분석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지난해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주주들에게 돌아간 배당은 없었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해외 생산거점 확보에 자금을 우선 투입하면서 5년째 무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성장 투자에 무게가 쏠린 사이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영업이익 2조 돌파 '역대급' 실적…배당은 '전무'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4조 5570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3조 4971억원 대비 30.31%(1조 598억원) 성장했다. 수익성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 692억원으로 전년(1조 3214억원)보다 56.60%(7479억원) 증가해 영업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당기순이익 또한 연결 기준 1조 7843억원, 별도 기준 1조 5862억원에 달하는 등 압도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였다.
역대급 성과에도 주주들에게 지급된 배당금은 전무했다. 회사는 최근 5년간 단 한차례도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주들의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3개년 신규 배당정책을 발표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배당 정책 발표와 별개로 주주 친화 제도 개선은 갈 길이 멀다.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 중 하나인 '배당예측가능성 제공 여부' 항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여전히 미준수 상태다. 해당 지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당 지표를 3개년 연속 미준수로 공시했다. 주주가 배당금을 먼저 확인한 뒤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해 배당기준일을 배당액 확정일 이후로 변경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고하지만, 회사는 관련 정관 개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 역시 배당 절차에 대한 안건 의결은 없었다. 지난 3월20일 개최된 제15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정관을 변경해 '집중투표 배제 정비의 건' 등이 상정·통과됐다. 배당절차 개선을 위한 조항 신설이나 정관 개정안은 안건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가 배당 관련 제도적 투명성 확보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규모 투자 우선…주주 권익은 '소홀' 지적 잇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배당 관련 정책 개선 미흡에 대해 할 말은 있다. 회사가 관련 정책 개선을 미루는 이유는 회사의 자본 배분 전략이 꼽힌다. 실제로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생산성 제고를 위한 건물 및 기계장치 등의 취득에만 8924억원의 투자가 집행됐다. 지난 2022년 7월 매입한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에 약 2조 100억원을 투입한 5공장(18만리터) 건설을 지난해 4월 완료하고 가동을 개시했다. 해당 생산거점 준공으로 송도 사업장에만 총 78만 5000리터 규모의 CDMO 생산용량을 구축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해외 시장 확장 등의 투자 또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와 현지 수요 대응을 목적으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미국 자회사인 'Human Genome Sciences(HGS)'의 지분 100%를 2억 8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해당 인수는 지난 3월 절차를 완료했다. 내년까지 구축될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제형인 ADC 사업 확대를 위한 ADC DP 라인과 사전 충전형 주사기(PFS) 마더라인 역시 대규모 투자금이 집행이 예고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런 선제적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주주들에게 이익으로 환원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IB토마토>에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미래성장동력 확보가 필수적인 산업”이라며 “당사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성장 전망, 당사의 현재 고객 및 잠재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의 위탁생산에 대한 미래 수요를 고려해 이익의 배당보다는 설비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배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회사의 설명과 달리 주주환원 정책의 병행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 정책을 병행하는 것과 달리, 주주환원이 지연되는 것은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경영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현재 삼성바이오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66.7% 수준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현금 배당예측가능성 제공' 여부 미준수뿐만 아니라 주주들의 참여 권리와 직결된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회피' 항목 역시 준수하지 않는 등 거버넌스 투명성 부문 개선 과제가 적지 않은 상태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