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실트론 지키면 차입 부담…팔면 AI 경쟁력 약화
반도체 급성장에 밸류체인 가치 재평가
실트론 매각 원점 재검토 분위기 확산
매각 보류시 TRS·차입 부담은 과제로
공개 2026-06-29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6월 25일 17:3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대규모 자산 매각을 통해 2~3년간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했던 SK(003600)그룹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사업 재편 전략의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SK스페셜티 매각에 이어 올해 리밸런싱의 마지막 퍼즐로 꼽혔던 SK실트론 매각이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분위기다. 그룹 안팎에서는 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따라 단기적인 현금 확보보다 반도체 밸류체인 핵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SK)
 
스페셜티 매각 후 달라진 기류 속 리밸런싱 속도전
 
2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3년간 고강도 리밸런싱을 통해 자산 매각과 투자 축소를 병행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했으나, 최근 SK실트론 매각 추진을 시작으로 내부에서는 사업 재편 방향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는 지난해 SK스페셜티 매각이 전략적 아쉬움이 꼽힌다. 지난해까지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지만, 이후 AI 반도체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핵심 반도체 소재 자산을 그룹 밖으로 매각한 결정이 장기적으로 적절했는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SK실트론이 올해 리밸런싱의 마지막 대형 매물로 꼽히며 본계약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 협상에서 SK실트론의 전략적 가치와 적정 기업가치(EV)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현재 속도를 늦추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의 전략적 가치가 과거보다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약 5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EV가 미래 성장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두고도 이사회 안팎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리밸런싱은 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나, 현재 AI관련 사업 속도전이 중요해진 만큼 스페셜티 매각이 내부에서 아쉬움으로 남았던 걸로 안다"면서 "현재로는 AI와 연결된 자산은 최대한 그룹 안에서 키우자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 팔면 남는 차입부담…디레버리징 재원은 어디서
 
SK그룹은 최근 수년간 자산 유동화를 통해 차입 부담을 줄여왔다. 그룹의 순차입금은 2023년 81조 9720억원에서 2024년 71조 9521억원, 지난해 38조 2401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5조 6321억원에서 59조 4719억원으로 급증했고, 잉여현금흐름도 적자에서 22조 1691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지주사 SK의 재무구조도 빠르게 개선됐다. SK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6조 7513억원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60%나 뛴  3조 6731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72.76%에서 135.75%로 37.01%포인트 낮아졌다.
 
이 과정에서 SK는 SK스페셜티 지분 85%를 매각해 2조 6308억원을 확보했고, 베트남 빈그룹 지분 매각으로 1조 3000억원 이상을 회수했다. SK바이오팜 지분 13.9%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1조원 규모의 현금도 확보했다.
 
시장에서는 SK실트론 역시 리밸런싱의 마지막 대형 매물로 꼽혀왔던 만큼, 매각이 무산될 경우 당초 계획했던 디레버리징(부채 정리) 일정에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대했던 수조원 규모의 현금 유입은 물론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정리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SK실트론과 연계된 차입 부담이 그룹 내부에 그대로 남게 되면서 계열사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호황으로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지만 지배구조상 현금이 곧바로 지주사 SK로 유입되는 구조는 아니다. SK하이닉스의 배당은 SK스퀘어를 거쳐 다시 SK로 전달되는 식인 만큼 실제 지주사가 활용할 수 있는 현금 규모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IB토마토>에 "SK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PRS, 전환우선주, 영구채 등 메자닌 성격의 자금조달을 적극 활용해 왔다"며 "이들 자금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측면이 있지만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인 만큼 실질적으로는 채무적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 기간 동안 이자와 수수료, 배당 등의 금융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만기에는 추가적인 현금 유출 가능성도 있는 만큼 향후 자금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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