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이닉스(452400)가 전기차 캐즘의 직격탄을 맞으며 3년째 영업적자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력 제품 생산율 하락으로 매출과 가동률이 함께 꺾인 데다 해외법인 적자까지 겹치며 수익성과 투자자산 가치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개발 중인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내화소재가 실제 수주로 이어지느냐가 실적 반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생산율 '뚝'…판관비 부담 가중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66억원, 영업손실 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290억원) 대비 9% 줄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손실 규모는 2024년 15억원, 지난해 10억원에서 올해 1분기 6억원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3년 연속 흑자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
실적 부진의 핵심은 전방 완성차 업체의 판매 부진이 부품 수요 감소로 직결된 데 있다. 현대차(005380), 기아(000270)차 등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판매가 위축되면서 이닉스의 주력 제품 생산율이 전반적으로 급락했다. 배터리셀 패드 생산율은 올해 1분기 16%로 전년 동기(27%) 대비 11%포인트 떨어졌다. 매출도 동반 감소하면서 전년 동기(39억원) 대비 33% 줄어든 26억원에 그쳤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55%에서 9.70%로 3.85%포인트 쪼그라들었다.
다른 제품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테이프 소재는 올해 1분기 생산율 76%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전년 동기(85%) 대비 9%포인트 감소했다. 내화소재는 전년 동기(51%) 대비 11%포인트 오른 62%를 기록했으나 적자 전환 직전인 2023년(74%)과 비교하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전반적인 생산율 하락이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고정비 부담까지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비용 구조 변화도 수익성 악화를 부추겼다.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는 2024년 133억원으로 전년(63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뛰었고 지난해에도 138억원을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24년 코스닥 상장 과정에서 발생한 지급수수료 등 각종 비용이 판관비를 끌어올린 주요 원인으로 이후에도 상장법인으로서의 관리 비용이 고정적으로 누적되며 수익성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해외법인 '흔들'…손상차손에 투자금 훼손 우려
본사 실적이 흔들리는 가운데 해외 종속법인 상황까지 악화되며 이닉스의 연결 실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닉스는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체코에 총 4개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데 올해 1분기 중국 법인을 제외한 3곳이 모두 분기순손실을 냈다.
미국 법인은 올해 1분기 매출액 6억원으로 전년 동기(13억원) 대비 절반 이상 줄었고 분기순손실도 6억원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설립 2년 만인 지난해 이미 23억원의 손상차손이 인식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미국 법인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246억원으로 전년(270억원) 대비 9% 감소했다. 부진한 실적이 모회사의 연결 손익을 끌어내리는 동시에 투자자산 가치까지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미국 법인과 같은 해인 2023년 설립됐지만 3년 연속 적자 끝에 지난해 청산이 결정됐다. 당기순손실이 2023년 3억원, 2024년 2억원, 지난해 1억원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3억원의 손상차손도 추가로 인식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이 흔들렸고 부품사인 이닉스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철수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자동차제조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순수전기차(BEV) 시장은 BYD가 35.8%,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시장은 체리(Chery)가 56%를 점유하며 중국계 브랜드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해외법인 중 가장 큰 매출을 내고 있는 체코 법인도 수익성 과제를 면치 못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 49억원으로 해외법인 중 1위지만 분기순손실 1억원을 냈다. 더 큰 과제는 매출 구조다. 올해 1분기 매출채권 55억원 대부분이 모회사 이닉스와의 내부거래에서 비롯된 것으로 외부 고객 기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해외법인 부실이 이미 악화된 본사 실적에 추가 부담을 주는 데다 손상차손이 지속될 경우 투자금 회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이닉스는 ESS용 내화 소재 신기술·신제품 개발을 통해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증권 업계도 전기차 업황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 신사업을 통한 수주 확보가 수익성 개선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016360) 애널리스트는 기업 분석 보고서에서 "전방 고객 감안 시 올해 매출 성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ESS용 내화 소재 개발을 통한 수주 확보가 향후 매출로 연결된다면 수익성 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IB토마토>는 이닉스 IR 팀에 관련 사항을 질의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