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화시스템(272210)이
한화오션(042660) 지분을 활용한 주가수익스왑(PRS) 유동화로 1조7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방산 수주 확대와 미국 조선·해양 사업 투자로 자금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보유 지분을 유동성으로 전환한 것이다. 다만 이번 거래는 지분을 완전히 처분하는 단순 매각이 아니라, 한화오션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을 한화시스템이 정산하는 구조다. 회계상 담보부 차입 성격이 강해 단기 유동성은 보강됐지만 차입 부담과 주가 하락에 따른 정산 리스크는 남아 있다. 실적 성장에도 운전자본 부담과 출자, 이자비용이 함께 늘고 있어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이 이번 PRS 구조를 지탱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사진=한화시스템)
PRS 결합한 지분 유동화…현금 확보에도 정산 부담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화시스템은 유동화 전문 특수목적회사(SPC) 6곳에
한화오션(042660) 주식 1328만 1250주를 분산 양도하면서 총 1조 7000억원을 수령했다. 처분 후 한화시스템의 한화오션 지분율은 7.24%로 낮아졌다.
이번 거래 특징은 지분 처분과 동시에 PRS 계약이 체결됐다는 점이다. PRS 기준가격은 주당 12만8000원이다. 향후 매수인이 한화오션 주식을 매도할 때 매도기준금액과 정산기준금액의 차액을 정산하는 구조다. 계약기간은 1년이다.
자금 조달은 복수의 특수목적회사(SPC)를 거치는 유동화 방식으로 이뤄졌다. SPC는 한화시스템으로부터 한화오션 주식을 매입하고, 해당 주식과 한화시스템과의 PRS 계약상 권리를 기초로 유동화단기사채(ABSTB)와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SPC는 PRS 수수료와 정산대금 등을 바탕으로 유동화증권 원리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유동화 채권 발행은 SPC 입장에서 리스크 분산 절차로 볼 수 있다. 유동화를 통한 자금 흐름의 시작과 끝에 한화시스템과 외부 채권 투자자가 있고 흐름 가운데 중간 다리로 SPC가 놓인 구조다.
이번 거래는 한화시스템 입장에서는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지만, 경제적 위험이 완전히 이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PRS 계약에서 파생된 이해관계자 수가 늘어나면 한화시스템의 계약 의무 이행 능력도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PRS계약은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기업이 SPC에 기준 가격과 처분 가격 사이의 차액을 지급하고, 반대의 경우 SPC가 기업에 지급하는 구조다. 만기 정산 시 한화시스템의 지급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울러 초단기 자금 ABSTB를 주 조달원으로 삼고 있어 차환이 만기까지 지속되려면 한화시스템의 수수료 지급 능력이 핵심 평가 요소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도 한화시스템의 현금창출력을 볼 수밖에 없다. 한화시스템은 계약기간동안 SPC에 중간 수수료를 지급하고, SPC는 수령한 수수료를 유동화증권 원리금 상환 재원으로 활용한다. 유동화 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 원천은 한화시스템의 대금 지급 능력에서 나온다.
한화오션 주가 흐름도 변수다. PRS 기준가격은 주당 12만8000원인 반면, 20일 한화오션 종가는 11만500원으로 기준가격을 밑돌았다. 당장 현금 유출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매각 및 정산 시점의 주가 수준에 따라 한화시스템의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한화시스템의 신용도 변화도 유동화 구조의 안정성과 연결된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상 한화시스템이 PRS 계약상 금전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유효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미만으로 하락하거나, 한화그룹 계열회사가 한화시스템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등은 조기정산 사유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유동화 구조는 SPC와 증권사를 거쳐 투자자층을 넓혔지만, 기초 체력은 한화시스템의 현금창출력에 달린 셈이다.
수주잔고 12조에도 현금흐름 악화…현금창출력 관건
방산 특수에 힘입어 한화시스템의 실적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8071억원으로 전년 동기 6901억원보다 늘었다. 영업이익도 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336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12조원에 달하는 수주잔고도 향후 미래 매출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다만, 그룹 투자에서 한화시스템이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점은 부담이다. 차입 등으로 자금 수요를 충당하는 상황이다.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방산 특수에 대응하기 위해 R&D 등 자체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장 중이다. 지난해 연간 연구개발비는 6978억원으로 매년 약 1000억원씩 늘어나고 있다.
연구개발비는 미래 수주 확보와 연관되는 핵심 요소라 투자를 줄이기도 어렵다. 이에 지속적인 지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구개발비는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면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이전 단계까지 비용처리된다. 아울러 회수 불확실성 등도 존재하고 있어 현금 유출 요소가 된다.
아울러 외부 지분 투자가 대폭 늘어난 점은 향후 외부 자금 의존도를 지속시킬 수 있는 요소다. 올해 1분기에도 456억원이 종속기업과 합작법인(JV) 투자 명목으로 지출됐다. 연간으로 살펴보면, 투자액은 큰 폭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한화시스템이 종속사 등 지분 취득에 쏟은 금액은 5344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1년 사이 1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MASGA) 투자 차원에서 한화시스템은 미국 법인에 5000억원 이상을 현금 출자했다.
이에 올해 1분기 단기 차입금 상환으로 단기 차입금이 순감소했지만, 전체 차입 부담은 무거워진 상태다. PRS계약을 통한 자금 조달 역시 급격히 빨라진 차입 부담 속도를 완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올 1분기만 놓고 보면 회사의 사채를 포함한 유동 차입금과 비유동 차입금 총액은 각각 5467억원, 1조 3063억원이다. 1년 전보다 각각 1455억원, 2331억원 늘어났다. 이에 휘발성 비용인 이자 지출 금액 역시 1년 사이 60억원에서 127억원으로 늘었다. 2024년 말 회사 총차입금이 3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차입 등 조달은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올해 1분기 한화시스템은 매출 8071억원, 영업이익 343억원으로 직전연도 대비 매출(6901억원)과 영업이익(336억원)이 모두 늘었다. 다만, 운전자본이 무거워진 탓에 현금흐름은 지출 폭이 더 확대됐다. 이번 1분기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지출은 61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58억원 지출)보다 증가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