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5)건설업, 양강 굳어졌다…변수는 '안전'
정비사업 ‘현대·삼성’ 독식 체제…일부 공공으로 전략 재편
공격적 수주 펼치던 포스코이앤씨 안전관리 리스크 부각
메가톤 공공프로젝트 난항에 현대건설 등 대형사 이탈
공개 2025-12-2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4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2025년 건설업계는 수주 호황 속에서도 모든 기업이 같은 궤적을 그리지는 못한 해였다.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누적 수주액이 46조원 안팎까지 불어나며 역대급 경쟁이 펼쳐졌지만, 성과는 현대건설(000720)삼성물산(000830)으로 집중되며 '양강 체제'가굳어졌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빅3'로 거론됐으나, 공격적인 수주 확장 과정에서 안전관리 부담이 부각되며 시장의 시선이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중견사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공공수주로 전략을 재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공항·철도 등 토목 중심의 초대형 공공프로젝트는 별도의 난항 국면을 이어갔다.
 
압구정2구역 설계 조감도.(사진=DA건축 컨소시엄)
 
삼성물산 등장에 정비사업 재편…현대건설과 양강 구도
 
올해 국내 건설업계는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역대급 수주 경쟁이 펼쳐졌다. 10대 건설사 도시정비 누적 수주액은 약 46조원에서 최대 5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무엇보다 이전까지 정비사업 판도는 사실상 현대건설의 독주 속에 다수 대형사가 경쟁하는 다자 구도로 유지돼 왔는데, 올 들어 뚜렷한 전환점을 맞았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정비사업 시장의 양축으로 자리매김하며, 기존의 다자 경쟁 구도가 '투톱 체제'로 재편된 것이다. 특히 현대건설은 연간 누적 약 10조 5000억원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업계 최초로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압구정2구역 재건축을 비롯해 개포주공6·7단지 등 대형 프로젝트를 컨소시엄 없이 단독 수주하며 시공 역량과 재무 체력을 동시에 입증했다.
 
삼성물산은 정비사업 판도 변화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연간 누적 수주액은 약 9조 2000억원으로 집계돼 2위를 차지했다. 한남4구역,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개포 우성7차 등 강남과 한강변의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상징성 높은 사업지를 잇달아 확보하며, 그간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정비사업 시장에서 단숨에 중심으로 올라섰다. 자금력과 신용도를 앞세운 금융 지원, '래미안' 브랜드에 대한 조합원 신뢰, 그리고 책임준공·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를 최소화한 보수적 사업 구조가 맞물리며 존재감은 빠르게 확대됐다. 
 
포스코이앤씨 인천 송도 사옥.(사진=포스코이앤씨)
 
공격 수주로 '빅3'까지 갔지만…포스코이앤씨, 안전 리스크 시험대
 
그간 포스코이앤씨는 공격적인 수주 확장 전략을 앞세워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삼성물산·현대건설과 함께 ‘빅3’로 거론될 만큼 존재감을 키웠다. 도시정비와 공공공사를 가리지 않은 수주 확대가 실적으로 이어지며 단기간에 외형을 불린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연이은 안전사고 이슈가 불거지면서 평가의 축이 달라졌다. 현장 사고가 반복되자 공격적인 수주 전략의 이면에 있던 안전·현장 관리 부담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리스크 관리 역량에 대한 시장의 시선도 한층 엄격해졌다. 단기간에 수주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현장 관리 체계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포스코이앤씨가 향후 수주 전략에서 양적 성장보다 안전과 실행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올해는 포스코이앤씨에게 공격적 수주의 성과와 그에 따른 부담이 동시에 드러난 해로 남게 됐다.
 
대우건설 사옥 모습.(사진=대우건설)
 
공공으로 길 찾은 대우건설민참 1위는 금호건설
 
도시정비사업이 '투톱 체제'로 고착되면서,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이하 민참사업)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민참사업은 미분양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안정적인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 균형을 노릴 수 있는 대안 시장으로 부상했다. 또 고금리· PF 경색으로 민간 정비·자체사업 리스크가 커지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던 LH 민참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도 한몫한다. 그 결과, 그간 중견 건설사 위주로 형성돼 있던 민참사업 시장에 대형사들의 참여가 늘어나며 판이 빠르게 확장됐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047040)은 민참사업을 핵심 전략 축으로 삼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광명시흥, 수원당수2 등 주요 민참 사업지에서 성과를 내며 대형 건설사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실적을 기록했다. 정비사업에서 대형사들이 전반적으로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진 상황에서, 대우건설은 민참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실적과 시장 내 가시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민참사업 수주 1위는 사실상 금호건설(002990)이 차지했다. 금호건설은 남양주왕숙2, 의왕·군포·안산, 광명시흥 등에서 고르게 성과를 냈는데, 이는 민참사업을 장기간 주력 시장으로 삼아온 결과로 공공주택 설계·시공 경험과 컨소시엄 운영 노하우가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사진=국토교통부)
 
가덕도·GTX-C 등 메가톤급 프로젝트는 난항…현대건설 사업 이탈키도
 
초대형 공공프로젝트에서는 잇단 난항이 드러나며 건설사들의 전략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다. 최초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은 공사기간 108개월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사업에서 이탈했고, 이 과정에서 공기·공사비 갈등이 초대형 공공사업의 구조적 리스크로 부각됐다. 비슷한 흐름은 GTX-C 노선에서도 나타났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참여한 GTX-C는 총사업비 4조원대 규모의 민자 BTO 사업이지만, 사업비가 2020년 물가 기준에 묶이면서 공사비 증액 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졌다. 공사비 특례나 재정사업 전환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착공 일정과 수익성 모두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가덕도와 GTX-C 사례는 상징성이 큰 장기 인프라 사업일수록 공기·공사비 갈등이 현실화될 경우 대형 건설사조차 사업 이탈이나 장기 지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역시 2025년 수주 확대 국면 속에서도 초대형 공공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리스크와 수익성 검증을 한층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건설 잠원동 본사(사진=롯데건설)
 
PF 위기 이후 '총량 축소' 전환…롯데건설의 드라마틱한 감축 사례
 
PF 위기 이후 건설업계 전반에서는 이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그간 연대보증·자금보충 등 신용보강을 전제로 한 PF 확대가 수주 경쟁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유동성 경색이 현실화되면서 이러한 구조가 곧바로 재무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후 다수의 건설사들은 PF 총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는, 금융 리스크를 시행사나 증권사에 최대한 이전하고 시공사는 책임준공에 한정해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PF 우발채무를 얼마나 빠르고 명확하게 줄였는지가 건설사별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가르는 지표로 부상했다. 상당수 대형 건설사들이 신규 PF 참여를 최소화하고 기존 사업장의 본PF 전환, 자산 매각, 구조조정에 집중하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우발채무 축소 속도와 폭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곳은 롯데건설이다. 롯데건설은 PF 위기가 본격화됐던 2022년을 정점으로, 상위 건설사 가운데 올 들어 우발채무를 가장 빠르게 감축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당시 6조원대까지 불어나던 우발채무 규모는 이후 본PF 전환, 자산 매각, 유동화증권 매입펀드 조성, 계열 지원 등을 병행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한 결과, 현재 약 3조원대까지 줄어든 상태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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