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사 내부의 연구·전략 조직이 단순한 연구기관을 넘어 사실상 경영 자문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에는 거시경제나 산업 리서치에 초점을 맞췄던 싱크탱크들이 이제는 신사업 투자와 인사 전략, 리스크 관리까지 관여하며 그룹의 실질적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핵심 인사들이 이들 조직에 포진하면서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이지 않는 컨트롤타워’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그룹의 내부 전략조직 변화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의사결정 구조와 경영 시스템을 재편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K(003600)그룹이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재정비하면서 내부 컨트롤 기능이 새롭게 짜이고 있다. 올해 말부터
SK텔레콤(017670) 산하 독립된 연구조직이던 SK경영경제연구소가 수펙스 산하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에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연구 기반 전략 기능까지 더해지며 인공지능 중심 전환과 그룹 리밸런싱을 총괄하는 컨트롤 축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SK)
경영경제연구소 수펙스 산하 이동…최고 의사결정 체계 전략 역량 결합
1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SK경영경제연구소를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조직으로 편입할 예정이다. 2002년 출범한 연구소는 글로벌 경제정책 연구와 산업 분석을 수행해 온 대표 싱크탱크로 그룹 경영진의 핵심 의사결정 자료를 꾸준히 생산해왔다.
SK텔레콤의 독립 연구기관이던 SK경영경제연구소가 수펙스 산하로 이동하게 되면서 그룹이 추진 중인 인공지능 중심 전략 전환 과정에서 연구소가 전략 실행 기관으로 역할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최창원 의장이 지난 10여 년 동안 경영경제연구소 부회장으로 활동해온 만큼 두 조직의 연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연구소를 직접 품게 되면서 전략 기능을 통합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SK그룹은 지난 2년 동안 비핵심 법인 정리와 대규모 리밸런싱을 이어오고 있다.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재점검하는 과정에서 경영경제연구소 역시 보다 실질적인 조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돼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올 연말까지 40여 명 규모의 연구 인력 대부분이 수펙스 산하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존 거시경제 중심 연구보다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중심 전략 과제 등 계열사 생존 전략과 연계된 컨설팅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경영경제연구소가 수펙스 산하로 이동하면 독립 연구조직에서 계열사 전략과 프로젝트 분석까지 역할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며 “연구 기반 전략 기능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와 결합되면 의사결정 속도와 방향성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내부에서도 연구소 편입은 전략 조직 역할이 정교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SK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 연말 주요 인력들이 수펙스추구협의회로 소속을 옮기는 것이 맞다”면서 “글로벌 경쟁력과 인공지능 중심 대전환이라는 미래 목표 속에서 그룹 전략과 경영 판단을 빠르게 실행하기 위한 효율화 작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조직도 (출처=SK)
리밸런싱 마무리 국면…AI 중심 컨트롤과 실행력 강화
수펙스추구협의회는 2013년 출범 이후 10년 넘게 SK그룹의 핵심 컨트롤 기능을 수행해왔다. AI 대규모 투자와 계열사 매각, 조직개편 등 주요 현안을 진두지휘하며 그룹 전략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해왔다.
지난 2년 동안 대대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계열사 구조조정이 상당 부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최근에는 수펙스 자체 조직도 슬림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꾸준히 제기돼 온 것으로 확인된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 임원 인사에서 40% 이상 인원을 감축하고 인력을 재배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SK가 추진하는 AI 전환 전략은 계열사 단위의 개별 추진을 넘어서 그룹 차원의 통합 전략이 필요한 단계일 것”이라며 “추후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연구 기반 전략 기능까지 흡수하게 되면 보다 정교한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