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농심홀딩스(072710)가 장류·조미식품 제조기업 ‘세우’를 인수하며 식품 밸류체인 강화를 본격화했다. 1000억원 규모의 인수로 일시적인 자금 부담은 발생했지만, 그룹 전반의 재무여력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고려할 때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농심홀딩스 홈페이지 갈무리)
29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세우는 장류와 조미식품을 제조해 농심을 주요 거래처로 두고 있는 기업이다. 농심홀딩스는 세우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며 원재료 가공 및 식품소재 내재화를 추진한다. 앞으로 세우가 장류·분말의 1차 가공을, 기존 자회사 농심태경이 2차 가공 및 후레이크 생산을 담당함으로써 그룹 식품사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번 인수로 자금 소요가 일시적으로 확대됐지만, 농심홀딩스는 그간 쌓아온 현금자산과 배당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농심홀딩스의 총자산은 5926억, 부채비율은 1.4%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 보유액은 409억에 달하며, 사실상 무차입 구조를 유지 중이다.
농심홀딩스의 현금창출력은 자회사 배당에 기반한다. 지난해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총액은 218억으로,
농심(004370)(100억원), 농심태경(62억원),
율촌화학(008730)(20억원), 농심엔지니어링·농심개발 등 안정적인 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연간 판매관리비 50억원 내외, 배당금 지급액 116억원 등을 충당하고도 매년 50억~80억원의 잉여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구조다.
(표=한국신용평가)
주력 자회사 농심의 실적이 그룹 전체의 현금흐름을 뒷받침한다. 농심은 지난해 매출액 3조4387억원, 영업이익 1631억원을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영업이익 962억원, EBITDA 1734억원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이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며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고 있다.
농심의 해외 매출은 2019년 5434억원에서 지난해 9595억원으로 77% 늘었다. 북미지역에서 현지 생산설비(CAPA) 확충과 인기 제품 현지화를 진행하며 수출형 식품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가속화했다. 국내 매출 또한 라면·스낵 등 제품군 다양화와 판가 인상 효과로 2019년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4800억원으로 확대됐다.
영업이익률은 2023년 6.2%에서 지난해 4.7%로 다소 하락했지만, 올 1분기 말 단행한 가격 인상과 신제품 출시, K-콘텐츠 연계 마케팅 효과로 수익성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농심은 올 상반기 기준 순차입금 –7122억, 부채비율 35.4%, 차입금의존도 5.5%로 사실상 무차입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계열사 전반의 재무상태도 우수하다. 농심태경은 라면스프와 시즈닝을 농심에 공급하며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율촌화학은 식품 포장재 중심의 매출로 수익성을 회복 중이다. 올해 들어 전자소재 부문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메가마트는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농심홀딩스와 직접 지분관계가 없어 그룹 차원의 재무영향은 제한적이다.
한편, 농심은 국내외 생산 인프라 확충을 위해 평년 대비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울산삼남물류센터(2290억원), 녹산수출전용공장(1918억원)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이는 향후 물류 경쟁력 및 수출 효율성 제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회사는 자기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1385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해 자금 조달비용을 최소화했다.
이 같은 투자는 EBITDA 범위 내에서 집행될 것으로 예상돼, 재무구조 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농심홀딩스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25년 6월 현재 1676억으로 전년 말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EBITDA 대비 차입금 배수는 1.6배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농심홀딩스의 ‘세우’ 인수가 단순한 계열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원재료에서 완제품까지 식품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해 원가 안정성과 제품 차별화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안정적인 배당 기반과 순현금 기조를 유지하는 한, 인수에 따른 일시적 부채 확대는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구정원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최근 발표한 농심홀딩스 신용평가보고서를 통해 “회사는 내년부터 세우 실적 정상화와 함께 배당수입을 기반으로 차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외 시장 확장과 식품소재 내재화를 통해 그룹 전체 수익구조를 더욱 안정화함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자회사 배당정책을 통한 현금흐름 효율화를 지속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