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상록 기자] 국내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아주IB투자(027360)(이하 아주IB)가 6년 전 투자한
나노팀(417010)에 팔로우온(후행투자)을 했다. 제로 금리에 리픽싱 조건도 없는 불리한 조건이지만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아주IB는 나노팀 주가가 상승할 경우 '텐배거(멀티플 10배)'를 기대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을 믿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회수(엑시트) 시점을 저울질할 전망이다.
(사진=아주IB투자)
나노팀에 유리한 조건에도 추가 투자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노팀은 지난달 17일 100억원 규모의 1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CB 이자율은 표면금리 0%, 만기금리 0%의 제로금리 조건이다. 전환가액은 5500원으로 12일 나노팀 종가(4910원) 대비 12.0% 높다. 리픽싱(전환가액조정) 조건은 없다. 나노팀은 조달자금 100억원을 운영자금 및 신규제품 연구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0억원, 새해 70억원, 2027년 이후 20억원 투입할 방침이다.
아주IB는 나노팀 전환사채(CB) 발행액 100억원 중 40억원을 투자했다. 나머지 60억원은
NH투자증권(005940)·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케이비증권 등이 신탁관리하는 집합투자기구 등이 책임졌다. 아주IB는 지난달 중순 CB 대금 40억원을 납입했다고 최근 밝혔다. 새해 11월21일부터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CB 발행 조건을 보면 투자자인 아주IB 보다 나노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금리가 0%인데다 전환가격도 높기 때문이다. 이자 수익도 없이 향후 주가가 현재보다 12% 이상 상승해야만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리픽싱 조항도 없어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아주IB는 가격 조정을 요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아주IB가 해당 조건을 수락한 이유는 회사 성장에 따른 주가 상승 차익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주IB는 지난 2019년 나노팀의 성장 잠재력에 베팅한 초기 투자자다. '아주좋은기술금융펀드', '아주좋은그로쓰2호투자조합', 'NH-아주디지털혁신펀드' 등을 투자기구(비히클)로 나노팀 상환전환우선주(RCPS) 30억원어치를 투자한 바 있다. 이번 CB 투자로 총 투자규모는 70억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아주IB는 지난해 12월까지 나노팀 지분 매도를 통해 517억원을 거둬들인 바 있다. 12일 나노팀 종가로 환산한 잔여지분 가치는 89억원이다. 나노팀이 발행한 CB가 보통주로 전환됐다는 가정 하에 총 기대회수금은 606억원으로, 아주IB는 멀티플 8.7배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향후 나노팀 주가 상승에 따라 텐배거도 노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아주IB의 나노팀 지분율은 이번 CB 투자로 5.46%에서 8.63%로 증가할 전망이다. 아주IB가 보유하고 있던 나노팀 지분에 대한 의무보호예수(락업)는 모두 해제된 상태다. 단순히 한 운용사 지분 변동을 보고 오버행(대규모물량출회)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벤처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단순히 운용사 한 곳의 지분이 증가했다고 해서 오버행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나노팀, 아주IB 투자로 매출 확대…CB 발행으로 현금 확보
나노팀은 아주IB의 투자 이후 실적이 급등한 사례다. 이 회사는 아주IB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2019년 매출 74억원을 기록했고, 2021년에는 이보다 3배 이상 증가해 매출 27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2019년 4억3000만원에서 2021년 44억7000만원으로 10배 이상 상승했다.
다만 회사는 2024년 이후 영업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나노팀 연간 매출은 324억원, 영업손실은 38억원이다. 올해 1~9월 매출은 302억원, 영업손실 3억원이다.
나노팀은 이번 CB 발행으로 현금 곳간을 채운다는 구상이다. 회사의 9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31억원이다. 부채비율은 137.3%로 지난해 말 기준치(97.7%) 대비 증가했지만 건전한 수준을 유지했다.
<IB토마토>는 아주IB 측에 투자 배경이나 목적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