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플랫폼 연구개발 강화…PBL 수주로 수주전 설욕 씻나
연이은 PBL 수주 대거 추가해 잔고 1조원으로 높여
자체 플랫폼 보유 시 수익성 강화 및 인센티브 수익 증가
연구개발비 비중 증가 추세…원가 상승 가능성도
공개 2025-10-28 17:14:43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8일 17:1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연이은 신규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한국항공우주(047810)(이하 KAI)가 군수물자 PBL(성과기반군수지원)사업 신규 수주로 매출 회복에 나섰다. KAI는 이번 10월에만 총규모 7300억원 수준의 신규 PBL 수주 2건을 확보했다. 자체 플랫폼을 보유한 방산업체가 PBL 사업을 수주할 경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이에 이번 수주를 통해 매출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KAI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늘리며 플랫폼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PBL사업 대상인 KUH-1 헬기(사진=KAI)
 
연이은 PBL 신규 수주
 
27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이번 달 2건의 신규 항공기 PBL 사업을 새로 수주했다. 해당 수주 규모는 총 7339억원으로, 수리온 헬기 2차 PBL 사업(4486억원)과 T-50 항공기 기체 수리부속 4차 PBL 사업(2853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KAI의 PBL 사업 수주 잔고는 단번에 1조원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UH-60 헬기 성능개량 사업과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을 놓친 KAI가 PBL 사업을 통해 실적 회복을 꾀하는 모습이다.
 
PBL 사업은 방산업체가 항공기, 전차, 함정 등 군수물자의 가동률을 보장하는 사업이다. 외형상 외주 유지·보수 사업의 모습을 보인다. 업체는 군수물자 가동률을 확보하기 위해 부품 보급, 정비, 운영 등을 전담한다. 수익구조는 기본 매출과 가동률에 따른 차등 성과금을 더해 구성된다. 성과금은 총매출의 5~8% 수준으로 파악되며, 가동률이 높을수록 매출과 수익이 높아진다.
 
이에 자체 군수물자 플랫폼을 보유한 업체가 PBL 사업에서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방산 플랫폼은 무기 계획, 개발, 제조, 운영과 유지보수까지 군수물자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통합 및 활용할 수 있는 체계다.
 
자체 플랫폼이 있다면 보유 부품을 이용해 군수물자를 보수할 수 있어 수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아울러 보유 데이터를 통해 수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수리 일정을 단축시켜 군수물자의 실제 작전 투입 시간을 늘릴수록 가동률이 높아진다고 평가된다.
 
이번 대규모 PBL 수주를 통해 KAI의 국내 사업 매출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KAI의 고정익(전투기)및 회전익(헬기) PBL 사업 등 매출은 142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906억원)대비 감소했다. 상반기 PBL 관련 신규 수주가 부족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PBL 신규 수주 확대로 KAI의 국내 매출이 내년부터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국내 방산업계 전반에서도 자체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늘고 있다. PBL 사업은 무기 운영 기간동안 지속적인 매출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화시스템(272210)은 지난 2023년 개발한 무기체계 플랫폼 TOMMS를 내세워 지난해 천마 지대공 미사일 PBL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당시 한화시스템은 천마 체계 가동률을 85%에서 97%로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히 진행되는 플랫폼 연구개발
 
군 운영 효율화를 위해 방위사업청은 2010년대 초반 시범 PBL 계약 체결 이후 점진적으로 PBL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방산업계는 PBL에 주목하고 있다.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한 업계 내 연구개발비도 꾸준히 집행되고 있다. 점차 군수물자가 첨단화, 전자화되고 있다. 이에 요구 기술 역량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기 PBL 계약기간동안 플랫폼 기술력을 꾸준히 개선해야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KAI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6.55%로 지난해 상반기(4.6%) 대비 상승했다. 해당 시기 연구개발비 총액도 742억원에서 988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연구개발 인프라 투자 비용 등을 포함하면 연구개발비는 올해 상반기 13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AI는 기술개발비 명목으로 1300억원을 비용처리했다.
 
향후 KAI의 연구개발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KAI는 중장기적으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5~10%대에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플랫폼 연구개발 비중은 연구개발비의 30~50%수준으로 추산된다.
 
한편 방산학계는 단기적으로 연구개발비가 매출원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 PBL 수주 경쟁력 강화 및 매출 기반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AI는 기술개발비를 매출원가에 포함시키는 회계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연구개발 경쟁이 원가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방산물자의 원가계산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방산업체의 연구개발 비용은 원칙적으로 판관비에 포함되지만 제품 생산과 연구개발이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경우 개발비용을 매출원가로 처리할 수 있다. 다만, 향후 수익성 개선 효과가 원가부담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
 
KAI 측은 <IB토마토>에 “PBL 사업을 단순 방산물자 판매 후 애프터 서비스(A/S) 수준이 아닌 상품군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라며 “플랫폼 개발 역량 등에 기반한 부품 조달 및 정비사 교육 역량 등은 향후 PBL 사업 경쟁력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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