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국채지수' 편입…보험사 초장기채 수익성 '직격탄'
만기 긴 초장기채에 외국인 투자 증가 전망…보험사 수급 '부정적'
금리역전현상 가속화 영향…금리 하락으로 투자영업수익 저하 요인
공개 2025-10-3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8일 10:1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내년 국고채가 세계국채지수(World Government Bond Index, WGBI)에 편입하게 됨에 따라 보험사 초장기채 운용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보험사는 부채와 자산 듀레이션(금리민감도) 관리 차원에서 만기 30년물 등 초장기채를 대거 사들여 왔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면 채권 금리가 하락하고, 투자영업수익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편입 예정…초장기채 많아 민감
 
27일 보험·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내년 4월 국고채가 WGBI에 들어간다. WGBI는 영국의 금융정보기관 ‘FTSE Russell(러셀)’이 발표하는 주요국 국채지수다. 채권 부문의 대표적인 글로벌 지수로서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BBGA),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GBI-EM) 등과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연기금 등이 이를 벤치마크 지수로 활용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호주 등 26개국이 여기에 속해 있다. 추종자금 규모는 2.5조달러(한화 약 3583조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앞선 2022년 9월 관찰대상국에 등재된 이후 지난해 10월 편입이 공식적으로 결정됐다.
 

(사진=연합뉴스)
 
WGBI에 국채가 편입되면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국채투자 규모가 커진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WGBI 추종자금에 편입 비중(2.22%)을 감안, 약 560억달러(한화 약 80조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월평균으로 따지면 47억달러(한화 약 7조원)다.
 
WGBI 추종자금은 중·장기적인 투자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지수 전체의 듀레이션 구조(종목별 비중)에서 중·장기 채권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1년~3년 부문의 비중이 25%를 넘어서고 있는데, 10년 이상도 25%보다 좀 아래 수준이다.
 
신규 편입 국가는 WGBI 기간별 비중을 기본으로 삼되 개별국의 특성을 반영해 구체적인 비중을 형성한다. 3년물·5년물·10년물·30년물 등 종목별로 채권을 나누고, 편입 규정에 맞춰 각각의 시장가치 비중을 접목한다.
 
국채시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채의 만기별 발행 비중은 ▲2년물 9.7% ▲3년물 18.7% ▲5년물 14.3% ▲10년물 18.5% ▲20년물 4.8% ▲30년물 30.2% 등으로 나온다. 국내 시장 역시 장기물 비중이 높다.
 
이는 보험사가 WGBI 편입에 민감한 이유다. 업계서는 보험부채와 운용자산의 듀레이션 매칭을 위해 초장기채 매수(자산 듀레이션 상승)를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는 특히 30년물 단골손님이다. 자본비율(K-ICS)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강화가 요구되기 때문에 초장기채 수요는 매우 높다.
 
초장기채 ‘금리역전’ 심화 요인…투자영업수익 '부정적'
 
WGBI 편입으로 외국인의 국채 매수 흐름이 본격화되면 금리는 더 하락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특히 초장기채의 경우 이미 보험사 수요가 높은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까지 더해져 수급(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금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초장기채 금리역전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 만기가 길어 회수 리스크가 높은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다. 금리역전은 이러한 수익률 곡선이 서로 뒤바뀐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채 20년물과 30년물은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역전이 지속 중이다. 국채 10년물도 2022년부터 20년물과 30년물보다 금리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살펴보면 국채 20년물은 3.166%, 30년물은 3.096%로 나타난다. 그동안 보험사가 국채 30년물을 대거 사들이면서 금리가 하락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보험사가 지난 2022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순매수한 국채 30년물은 33조원을 돌파했다.
 
결과적으로 WGBI 편입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고 초장기채 수요가 늘어 금리가 하락하면, 초장기채의 금리역전 현상이 더 강해지게 된다는 흐름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부담이 따른다. 먼저 보험사가 초장기채를 선제적으로 매수해야 하는 압박이 커졌다. WGBI 편입이 사실화된 때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매수가 확대되고 있다. 금리하락 환경이 K-ICS 비율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 더 부담이다.
 
초장기채를 매입하더라도 본래보다 낮은 금리로 가져오게 되는 만큼 수익성이 저하된다. 보험사 운용자산에서 채권(국공채와 특수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명보험 업권이 43.8%, 손해보험 업권이 37.9%다. 기본적으로 채권 비중이 높기 때문에 초장기채 금리하락은 곧 경상적인 투자영업수익(이자수익 등 자산운용으로 얻는 수익) 저하로 이어진다.
 
보험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WGBI 편입 이후 곧바로 외국인 투자가 몰리는 것이 아니라 나눠서 이뤄지기 때문에 대응 가능한 부분이 있다”라면서 “투자수익률이 내려갈 수는 있겠지만 최근에는 몇 달 전에 비해 금리가 또 오르긴 했다. 국제 정세 등 다른 요인도 살펴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편입에 앞서 채권을 선제적으로 매수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쪽에서는 보험료가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자산운용과 맞춰서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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