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공적 역할이 강화되면서 산업 성장 지원을 위한 투·융자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기존의 이자수익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 부문을 확대하며 수익 기반 다변화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지정한 10대 첨단전략산업에 초점을 맞춰 미래산업 성장과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구상이다. <IB토마토>는 주요 은행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비교해 각사의 전략과 방향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신한은행이 해외 투자로 수익성과 위험성 분산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다양한 유형의 해외 펀드 투자는 물론이고 직접 투자도 단행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투자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한편, 국내 성장 산업 지원도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신한은행)
법인 이어 펀드까지 투자 포트폴리오 '다양'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출자한 타법인은 총 488곳이다. 기초 또는 기말 현재 출자 비율이 5%를 초과하거나 장부가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건만 추린 결과다.
신한은행의 경우 경영 참여 목적 투자가 11곳으로, 이 중 10건은 신한은행 해외법인이었다. 나머지 한 곳은 대성문화콘텐츠투자조합으로, 기초 있었던 수량과 지분이 상반기 말에는 모두 사라져 상반기 말 기준 남아있는 직접투자 법인은 해외 법인뿐이다.
이 외에도 일반투자가 101건, 단순투자는 376건으로 단순 투자 목적이 가장 많았다. 일반투자의 경우 6월 말 장부가액이 4522억9000만원으로 가장 규모가 작았으며, 경영참여가 2조3250억원, 단순투자 목적이 4조721억원 규모다. 단순 투자 건의 장부가액 규모가 가장 컸는데, 이 중 해외 펀드의 규모도 상당하다.
상반기 기준 신한은행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펀드는 70개가 넘는다. 단순 투자 목적으로 단행한 건 중 20%에 달하는 비중이다. 국내 사모펀드(PEF) 등의 비중이 높으나, 해외 펀드도 여럿이다.
신한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펀드는 인프라와 에너지 전환 펀드, 부동산 펀드, 세컨더리 펀드 등 다양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세컨더리펀드다. 세컨더리펀드는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VC)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 주식을 인수하는 펀드다. 초기 기업 투자의 위험성을 피해 투자할 수 있으며, 펀드 만기 내 매각이 어려운 기업으로 상태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후 수 지분 가치가 상승하면 매각해 차익을 얻는 구조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컨더리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IMM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DSC인베스트먼트(241520)가 세컨더리 펀드를 결성해 눈길을 끌었다. 각 1200억원, 1000억원 규모로 DSC인베스트먼트는 3000억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세컨더리 펀드에 일찍이 출자자(LP)로 참여했다. LP는 투자자로서 자금을 출자해 수익 배분을 받는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0년, 2023년, 지난해까지 각각 한건, 세건, 두건씩 세컨더리펀드에 투자했다. 이번 반기에 수량을 늘린 펀드도 있다. STEPSTONE SECONDARY OPPORTUNITIES FUND V (SSOF V)다.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은 38억4600만원을 들여 283만6000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상반기 관련 평가손익 7억800만원도 발생했다.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 투자 '정조준'
해외 투자가 항상 적중한 것은 아니다.
신한지주(055550) 차원에서 투자한 티키글로벌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2년 총 852억6200만원을 들여 지분 7.44%를 취득했다. 티키글로벌은 2021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베트남 전자 상거래 플랫폼인 티키의 지분을 보유하는 지주사다. 베트남의 쿠팡 격으로,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점유율이 점차 떨어졌다.
티키글로벌 실적이 부진하자 신한은행에도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만 778억원의 손실을 낸 데 이어, 올 상반기 132억4000만원의 평가손실이 발생, 전액 손실 처리했다. 상반기 말 잔여 지분 0.77%를 보유하고 있으나, 외부 평가사에서 해당 지분에 대한 평가 금액을 '0'으로 책정해 장부가액으로도 잡히지 않았다.
대부분 비상장사에 투자했으나, 해외 상장사 투자 건도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메타 주식에 6억8700만원을 투자했다. 신한은행이 투자한 상장사 중 유일한 해외기업이다. 은행 자체적으로 목적이 있는 투자라기보다는 증권운용부에서 투자 목적으로 취득한 건이다. 운용을 통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국내 산업 성장에 필요한 금융 인프라를 전문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