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딜레마)①모바일만 강조, 현장 놓친 은행권 '양극화'
은행 점포 수 감소 추세 확연…이용자 불만 커
연장 업무 등 서비스 확대에도 접근성 '한계'
공개 2025-09-1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0일 18:0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DX)은 속도를 더해가고 있지만 접근성 논란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비용 절감과 고객 편의성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전반이 디지털 전환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으나 업권별로는 뚜렷한 온도 차가 존재한다. <IB토마토>는 금융권이 맞닥뜨린 디지털 전환의 딜레마를 짚어본다.(편집자주)
 
#1. 서울서 직장을 다니는 A씨는 대출 상담을 받으러 여의도에 있는 B은행 지점을 찾았다. 회사 근처에 영업점이 없어 점심식사도 포기하고 들렀지만 창구마다 가득 찬 대기 고객에 혀를 내둘렀다. 청원 경찰이 번호표를 뽑아주며 적어도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귀띔했다.
 
#2. 스마트 뱅킹이 익숙지 않은 전업 주부 C씨는 은행을 방문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얼마 전 집 근처 거래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아 옆동네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 앱으로 미리 대기표를 뽑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겨우 성공해도 대기번호가 20번대를 넘기기 일쑤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은행업권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영업점을 찾는 고객은 여전하다. 은행이 지점 수를 줄이자 영업점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모바일 앱을 만들었지만 접근성은 여전히 떨어진다. 4대 시중은행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사진=각 사)
 
지점은 줄였지만 접근성 개선 '요원'
 
10일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은행권 지점 수는 4612개다. 출장소를 제외한 수다. 2015년 말 6302곳인 것과 비교하면 1690곳이 사라진 셈이다. 지점의 경우 같은 기간 976개에서 947개로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말 883개에 비해서는 되레 늘어나는 추이다. 출장소란 일반 지점보다 규모가 작은 형태의 점포를 이르는 말이다. 인원을 최소화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대신 다루는 업무에 한계가 있다.
 
은행의 점포 수 감소세는 4대 시중은행에서 도드라진다. 지난 2015년 4대 시중은행의 지점 수는 3510개에서 올해 2분기 2253개로 줄어들었다. 특히 올해 들어 감소 추이가 확연하다. 1분기 4대 시중은행 지점 수는 2271개에서 3개월 만에 18개가 사라졌다.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과 더불어 시중은행 등 전통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에 가속이 붙으면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이 없는 대신 비용을 아껴 금리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금융권이 제공하는 서비스에도 대대적인 전환이 일어났다. 현재 전통은행들은 전용 앱을 고도화하는 한편 인공지능(AI)의 접목 범위도 고심 중이다. 
 
특히 은행권은 지점 방문을 줄이기 위해 모바일 상품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같은 예금 상품이지만 모바일과 지점 가입 시 적용 금리가 달라졌다. 9일 기준 모바일 가입 시 예금 금리는 2.45%였으나 지점에서 가입할 경우 2.05%로 내려갔다. 1000만원을 넘겨야만 모바일과 같은 규모의 금리를 적용할 수 있었다.
 
모바일 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나면서 지점 방문자 수가 줄었다지만, 고객이 느끼는 불편은 여전하다. 대표적인 디지털 소외 계층으로 꼽히는 고령 고객은 물론 청년층도 필수적으로 지점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통장보다는 모바일 앱에 익숙한 청년층 고객도 보증보험 대출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선 은행 방문이 필수다.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전세 주택 관련 서류 등을 구비해 지점을 방문해 대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연령에 관계없이 모바일 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지방에 사는 고객의 경우 접근성도 떨어진다. 강원도는 출장소를 더해도 수가 적다. 과거 조흥은행을 흡수합병한 신한은행이 지점 17개, 출장소 10개로 가장 많았으며 국민, 우리, 하나은행의 경우 지점과 출장소를 합해도 29곳에 불과했다. 
 
고객·직원 불만에도 효율화 내세워
 
은행은 효율화를 외치지만 불만은 가실 줄 모른다. 예를 들어 은행 영업시간이 오후 4시까지인 만큼 점심시간에 은행을 이용하려는 직장인 고객이 많지만 특정 시간에 몰리다 보니 제때 일을 마치기 어렵다. 은행 업무를 위해 연차를 사용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특히 지방에서 시중은행을 이용할 경우 이동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은행권은 대기 시간을 줄이려고 앱에서 모바일 번호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 역시도 아는 사람만 안다. 은행권은 지난 2018년부터 고객 편의성을 위해 모바일 앱으로 방문 지점의 대기 인원을 미리 보여주고, 번호표를 미리 뽑을 수 있는 ’모바일 번호표‘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4대 시중은행의 모바일 번호표 서비스는 앱 내 부수적인 서비스로, 이체 등 주요 서비스가 아니다 보니 찾기가 쉽지 않다. 서비스명을 검색하거나, 메뉴에서 최하단까지 화면을 내려야 해 스마트폰이 익숙지 않은 고객은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불만은 고객들뿐만 아니라 지점 내에서도 표출된다. 인원이 부족해 휴가를 맘 편히 쓰지 못한다거나, 고객이 몰리는 경우 화장실도 맘 편히 다녀오지 못한다. 시기와 맡은 업무에 따라 야근으로 이어지기도 해 인원이 항상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 직원은 <IB토마토>에 "화장실 참는 것은 기본"이라면서 "휴가를 쓰더라도 인력이 부족한 탓에 눈치가 보이는 경우도 다수"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은 지점 축소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영업 효율화를 위해 인근 지점을 통폐합하는 등 비용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5년 4대 시중은행의 이익경비율(CIR)은 국민은행 63.94%, 신한은행 54.84%, 우리은행 58.12%, 하나은행 67.29%였다. 10년간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약 20%p 개선했으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10%p 넘게 비용 효율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도 지난 2023년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다. 은행 점포폐쇄에 따른 금융소비자 불편과 피해 최소화가 목적이다. 당국이 의견 수렴 절차를 실시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으나 은행에서 인근 점포 합병 방식을 통해 수렴 절차를 건너뛰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금융당국 지적에 일부 지점 영업 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점심시간 집중상담, 여섯시 은행, 애프터뱅크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오후 9시까지 상담할 수 있는 이브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은행도 6시까지 이용 가능한 무인점포인 디지털익스프레스로 화상 상담을 지원한다. 하나은행의 경우 외국인 특화 점포를 두고 주말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반경 1km 내에 지점 복수로 있는 경우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으나, 고객 편의 제고를 위해 서비스를 다각화 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