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중견 조선사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가운데 몸값이 당초 시장에서 전망한 5000억원의 두 배인 1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관련 업계에선 향후 성장성과 현재 조선업계의 호황을 고려하더라도 이 같은 몸값은 지나친 낙관일 수 있다는 진단이 뒤따른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합자산관리(유암코)·KHI 컨소시엄이 케이조선 매각 주관사로 최근 삼일PwC를 선정한 가운데 1조원 수준의 몸값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대상은 유암코·KHI 컨소시엄이 보유한 케이조선 지분 99.58% 전량이다.
케이조선 진해조선소(사진=케이조선)
조선업 호황에 기대감 'UP'
당초 시장에선 케이조선의 매각가로 5000억원 수준의 몸값을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비슷한 규모 경쟁사인 대한조선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약 1조9263억원에 달하는 몸값으로 상장에 나서는 등 조선업 성장 사이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반영되면서 1조원도 무리는 아니라는 평가가 뒤따르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조선의 총 자산 규모는 1조3424억원, 대한조선은 1조3490억원으로 체급이 비슷하다. 양사 모두 유조선을 주력 취급하고 있으며, 실제로 대한조선의 비교그룹 선정 당시 케이조선이 대한조선과 가장 비슷한 기업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다만 케이조선이 비상장사라는 점에서 실제로 비교그룹에 선정되진 않았다.
유암코·KHI 컨소시엄 측에서 기대하는 1조원대 매각가는 대한조선의 가치평가에 적용된 PBR를 기준으로 한다. 실제 대한조선의 가치평가에 적용된 PBR 4.58배를 적용하면 케이조선의 기업가치는 약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앞서 대한조선은 IPO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미포조선 등 4곳을 비교그룹으로 선정하고, 이들의 평균 멀티플을 적용했다.
HD현대중공업(329180)(6.35배),
한화오션(042660)(4.80배),
삼성중공업(010140)(3.60배),
HD현대미포(010620)(3.57배)의 평균 PBR 배수는 4.58배다.
다만 세계에서도 순위권에 드는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과 중견 조선사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기대하는 몸값이 실제 매각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공모를 통한 기업공개 방식과 비상장 기업의 거래 간 기업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사항이다. 비상장 기업은 유동성 리스크를 반영해 상장 기업보다 낮은 가격으로 측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당초 거론된 5000억원 수준의 몸값이 적정하다는 것으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특히 PBR로 책정된 가치 외에도 지난해 케이조선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등을 고려하면 1조원대는 지나치지 않냐는 것이다. 지난해 케이조선의 매출은 9347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억원이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에 따른 연간 순이익 변동성이 크다는 점 등을 감안해도 과거 조선업계의 매물이 실제 시장에서 매각으로 이어진 사례를 고려하면 1조원대 매각가는 단지 희망사항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투자원금 대비 2배 이상 올라
유암코·KHI 컨소시엄은 이번 매각이 성사될 시 투자 원금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수익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KHI는 500억원, 유암코는 2000억원을 출자하며 총 2500억원에 케이조선을 인수했다. 케이조선은 과거 STX조선해양 시절 세계 4위 조선소로 성장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2016년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이후 2017년 7월 법정관리를 끝내고 2021년 유암코·KHI 컨소시엄이 STX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사명을 케이조선으로 변경했다.
인수 이후 케이조선은 조선업 호황기를 맞아 실적 반등에 성공하는 등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347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을 기록하며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28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 영업이익은 127억원으로 무려 5배가량 급증했다.
수주 상황도 좋다. 케이조선은 올해 7월까지 26척의 수주잔량을 기록해 향후 2년치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선 올해 케이조선의 연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예상이다. 케이조선이 1조원 이상의 연 매출을 기록한 것은 STX조선해양 시절이던 2016년이 마지막으로, 최근 주력으로 밀고 있는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면 과거 영광의 재현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다.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는 한화오션을 보유한 한화그룹과 HD한국조선해양을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로 둔 HD현대가 거론된다. 양측은 이번 매각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케이조선의 인수로 해외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적인 검토에는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케이조선은 최신 군용 선박 설계 및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성장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밖에도 KG그룹, KBI그룹, 동국제강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군용 선박과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성을 고려해 기업가치가 비교적 후하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최근 선박 수주량을 고려하면 조선업이 피크를 찍고 내려오는 시기라는 점에서 냉정한 가치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