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HD현대오일뱅크가 과거 수년간 이어온 대규모 설비 투자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향후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정유부문 부진으로 실적이 급감한 가운데 차입금 부담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재무개선이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사진=HD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 약 90% 급감…정유·석유화학사업 ‘부진’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D현대오일뱅크의 매출은 7조1247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8788억원) 대비 약 1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11억원으로 전년 동기(3052억원) 대비 90% 가까이 급감했다.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뒷걸음질 친 배경에는 정유부문과 석유화학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올 1분기 정유사업 영업이익은 385억원으로 전년 동기(2192억원)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석유화학사업의 경우 올 1분기 1010억원의 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356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처럼 수익성이 떨어진 가운데 1210억원에 달하는 자본적지출(CAPEX)과 356억원의 배당금 지급이 반영되며 잉여현금흐름(FCF)은 -427억원으로 돌아섰다.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도 악화되는 모양새다. 1분기 기준 HD현대오일뱅크의 부채비율은 244.8%로, 지난해 말 236% 대비 8.8%포인트 상승했다. 순차입금의존도는 43.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총차입금은 9조3976억원, 이 가운데 단기성부채가 2조2103억원으로 전체 차입의 23.51%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단기성부채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HD현대오일뱅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815억원, 단기금융자산 12억원, 기타유동자산은 1478억원으로 총 4305억원 수준이다. 반면 단기금융부채 2조587억원, 기타유동부채 1516억원으로 구성된 단기성부채는 총 2조2103억원으로, 현금성자산의 약 5배에 달한다. 유동성 관점에서 봤을 때 부채 상환 여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HD현대오일뱅크의 재무부담은 2020년부터 본격화된 대규모 투자에서 비롯됐다. 회사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조7000억원에 달하는 CAPEX를 집행했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투자금 대부분은
SK네트웍스(001740)의 주유소 사업권 인수를 통한 리스부채 증가와 HD현대케미칼의 HPC(정유부산물 기반 석유화학공정) 설비 투자 등에 따른 것이다.
특히 HPC는 3조4000억원을 투입해 2022년부터 상업가동에 돌입했지만, 현금창출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석유화학 수요 부진과 중국 등의 과잉 공급으로 업황 악화가 심화되며 현금창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리파이낸싱·투자규모 축소…재무개선 ‘기대감’
다만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HPC 시설에 대해 지난해 6월 리파이낸싱을 단행해 상환 일정을 조정했다. 기존에는 지난해부터 연간 3167억원 규모의 원금 상환이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이를 2028년 이후로 미루며 단기 상환 부담을 크게 줄였다. 이로써 단기유동성 위기에 대한 리스크는 일정 부분 해소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향후 투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재무개선 기대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HPC 등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된 상황인데다 정기보수 외에는 특별히 수천억대에 이르는 투자금이 들어갈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년간의 대규모 투자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앞으로는 영업현금흐름의 일부를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HPC 투자가 완료된 지난해 이후부터는 4년에 한번 있는 정기보수를 제외하고는 300억~400억원 정도의 CAPEX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HD현대오일뱅크의 사업경쟁력과 신규설비 가동을 통한 수익창출 기반 확대, 그리고 CAPEX 감소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잉여현금창출을 통한 점진적 재무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실적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OCF)/순차입금 비율은 3.4%로,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등급 하향 검토 기준(10% 미만)에 부합한다. 정유부문의 수익성 회복이 늦어질수록 재무개선 시간표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