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현대위아(011210)가 전기차 시대에 대응한 대규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사로서 전동화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하고 있음에도, 재무건전성은 오히려 개선되는 양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본격화된 미국의 관세 강화 조치가 향후 현대위아 수익성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에 위치한 현대위아 본사 전경. (사진=현대위아)
연평균 CAPEX 4000억원 규모에도 재무부담 적어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위아는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모빌리티와 방산 부문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2조618억원의 매출과 5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위아는
현대차(005380)그룹 내 유일한 엔진 생산 계열사이자, 모듈·구동부품 등 주요 핵심부품을 납품하는 캡티브 부품사다. 최근에는 전기차(BEV)용 열관리시스템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냉각수 및 냉매 모듈 개발을 기반으로 통합 열관리시스템으로의 확장을 추진 중이며, 기존 내연기관(ICE) 및 하이브리드(HEV) 차량용 부품 생산 라인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위아는 이러한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자회사 테크젠과 모비언트를 각각 설립했다. 이들은 엔진과 등속조인트(CVJ), 모듈 등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구조로 약 1400억원의 현물출자가 이뤄졌다. 본사인 현대위아는 전동화 대응을 위한 R&D와 스마트 제조·물류 솔루션에 집중하고, 자회사들은 생산역량을 분산해 공급망 유연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위아의 향후 3년간 연평균 자본적지출(CAPEX)은 4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격적 투자 기조에도 불구하고 재무건전성은 오히려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 받고 있다.
현대위아는 열관리시스템 등 신사업 중심의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에 따른 단기적 부담은 공작기계 매각 자금과 내부 현금흐름으로 대응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는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재무는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이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위아의 재무구조는 과거에 비해 크게 회복된 상태다. 2020년 말 1조1838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은 올해 1분기 기준 474억원까지 감소했다. 4년 사이 95% 이상 줄어든 셈이다. 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119%에서 73%로 낮아졌고, 차입금의존도도 36%에서 17.4%로 절반 이상 축소됐다.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0.1배로, 업계 평균 대비 월등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지난해 기준 OCF 4680억원)과 공작기계 등 비핵심 사업부 매각, 지속적인 차입금 상환 기조가 맞물린 결과다. 특히 현대위아는 이달 중 공작기계 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3400억원 규모에 매각을 완료될 예정이어서 추가적인 자금 유입도 앞두고 있다.
미 관세 정책, 예측 불가능…수익성 영향 ‘우려’
다만 일각에서는 향후 현대위아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외부 리스크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중 가장 큰 변수로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를 꼽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달 2일부터 수입 자동차·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데다 철강·알루미늄에는 50%의 고율 관세가 도입되며 국내 제조업계 전반에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위아는 주요 원재료를 국내에서 조달해 CKD(반조립) 형태로 미국에 수출, 이후 미국 법인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지난해 미국 법인향 매출은 687억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관세 영향권 내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향후 원가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미국향 매출 규모가 작아 미국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향후 이에 따른 그룹 차원의 공급망 전략 변화가 발생할 경우 현대위아 역시 수익성 측면에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변경과 관세율 급변 가능성, 그리고 이에 따른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비경상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위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향 매출 비중이 전체의 몇 퍼센트인지는 밝히기 어렵지만 아주 적은 수준이기 때문에 미국 관세로 인한 수익성 감소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 이익이 감소할 경우 그에 따른 영향이 아예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 존재해서 이러한 리스크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워낙 변동성이 높고 예측이 힘들어서 대응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