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 고배당 시대 끝…이젠 생존 모드
전 부문 실적 악화에 적자 지속…실질적 사업 정체 국면
투자·배당 모두 축소하고 방어적 경영 기조 강화
공개 2025-06-2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8일 11:2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화토탈에너지스가 부진한 실적을 지속하는 상황 속에서 성장보다 생존을 위한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한때 전 사업 부문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며 고배당 정책을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투자와 배당을 모두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방향족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가 글로벌 시황 악화에 직격탄을 맞은 데다, 정유·수지 부문까지 동반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익성은 물론 재무안정성까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 대산공장 전경. (사진=한화토탈에너지스)
 
올 1분기 적자 전환…영업이익률 –4.1%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토탈에너지스는 270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는 전년(-823억원) 대비 손실 규모가 3배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올해 1분기에도 1115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영업손실도 1178억원으로 전년 동기(514억원) 대비 적자전환 했고, 영업이익률 역시 –4.1%로 나타나 영업을 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주된 원인은 방향족 제품(BTX·PX·SM) 중심의 수익구조에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PX 200만톤, SM 104만톤, 벤젠 127만톤의 국내 1위 생산능력을 갖춘 '방향족 강자'지만, 올해 들어 관련 제품의 가격 스프레드가 급격히 축소되며 수익성을 방어하지 못했다. PX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솔린 블렌딩 수요가 감소하고 PTA 수요도 부진해지며 스프레드가 2023년 톤당 386달러에서 올해 1분기 201달러까지 급락했다. SM 역시 중국 증설 지연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수급 부진으로 스프레드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 회사는 아로마틱 계열을 포함한 중간원료 부문에서 올해 1분기 영업적자 74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17억원 흑자) 대비 적자 전환됐다. 수지부문도 태양광용 EVA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수요 부진에 따라 마진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정유 부문 역시 1분기 36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치며 전년 동기(855억원) 대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수익성 악화는 재무지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한화토탈의 올해 1분기 기준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무려 81.1배로 치솟았다. 전년 동기(5배) 대비 약 16배나 뛴 수치다. EBITDA 마진도 0.3%에 그치며 사실상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118.1%에서 올 1분기 129.1%로 상승하며 재무 안정성이 전방위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부진한 상태”라며 “정유부문 등 일부 수익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부문이 좋지 않아, 예산과 비용을 줄이는 정도 외에 구체적인 반등 전략을 세우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비용 줄이는 한화토탈…배당은 ‘언감생심’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회사는 투자와 배당에 모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지난해 2664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던 한화토탈은 올해 2300억원으로 투자 계획을 줄였다. 전년 대비 약 14% 감소한 수치로, 주로 공장 정기보수 및 노후 설비 교체 등 유지보수성 투자가 중심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신규 설비 증설이나 신사업 투자 계획은 사실상 전무하다.
 
배당 역시 2023년부터 중단된 상태다. 2022년까지만 해도 순이익 전액을 배당하는 100% 배당성향을 유지하며 총 4410억원을 지급했지만, 2년 만에 연간 배당 규모가 '제로'로 급감했다. 한화토탈은 지분을 50%씩 보유한 한화임팩트와 토탈에너지스의 합작사 구조로, 고배당 압력이 상존하는 구조지만 현재로서는 ‘생존’이 우선순위로 전환된 분위기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도 배당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익이 나야 배당도 할 텐데 업황 악화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투자규모도 줄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한화토탈의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임채욱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향후 실적 회복이 지연되면 고정비 부담 및 차입 구조가 지속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단기간 내에 수익성을 회복할 가능성은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회사 역시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수익성 제고 방안을 묻자 한화토탈 관계자는 “단일공장 체제 특성상 사업 축소나 분할 등 구조조정 등의 조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방 산업 회복이나 글로벌 수급 환경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회사 차원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개선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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