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규리 기자]
LS(006260)그룹이 해외 투자 확대에 맞춰 자금조달 창구를 일본 금융시장으로 넓히고 있다. 전력 인프라와 해저케이블, 이차전지 소재를 중심으로 계열사 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장기 재원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내 사업 기반을 갖춘 LS전선과
LS ELECTRIC(010120)(LS일렉트릭)을 앞세워 엔화 조달 여력을 키우고 국내 차입에 치우친 자금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진=LS)
일본 내 공격적 투자에 선제적 자금원 확보
21일 재계에 따르면 지주사
LS(006260)는 최근 일본 신용평가사 JCR에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 심사를 먼저 요청해 A0(안정적) 등급을 받으면서 자금 조달 경로를 넓혔다. 향후 일본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늘리고 대규모 투자계획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현지에서 통용되는 신용등급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은행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현지 평가사의 등급을 활용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차입 한도를 넓히거나 금리와 만기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일본 조달망 확대는 현지에서 진행 중인 계열사 사업과도 연결된다. 현재 LS그룹에서는 LS일렉트릭과 LS전선 등 핵심 계열사들이 투자 확대를 위해 주력 중이다.
LS일렉트릭이 가장 활발하다. 회사는 일본법인을 통해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을 넘어 직접 투자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 중이다. 2009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직접 투자까지 참여한 계통연계 ESS(에너지저장장치) 발전소를 착공하며 일본 ESS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사업비 360억원 규모 PCS(전력변환장치) 20MW급 배터리 90MWh급 미야기현 ESS 프로젝트 EPC 사업을 수주했다. 이어 치바현 이치하라시에서는 PCS 2MW급 배터리 8MWh급 ESS 발전소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자로 참여해 운영까지 맡았다. 이에 따라 LS일렉트릭의 지난해 일본 ESS 사업 수주 규모는 700억원에 달한다.
또한 LS전선은 2009년 도쿄에 'LS Cable & System Japan'을 설립해 배전·통신 케이블을 판매하고 있다. 지중 송전 케이블로 영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기준 법인 매출은 177억원 수준이다. 회사는 일본의 노후 전력망 교체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경우 케이블 공급과 현지 운전자금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LS전선과
LS마린솔루션(060370)은 일본 사업을 단순 제품 판매에서 인프라 시공으로 확대하고 있다. LS전선이 EPC를 총괄하고 LS마린솔루션이 해저케이블 시공을 맡는다. 프로젝트는 오는 2027년 완공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웹서비스 일본 아르테리아 네트웍스 등이 참여하는 사업으로 공사비와 기자재 대금 일부가 엔화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본 내 금융거래 기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엔화 조달은 현지에서 엔화 비용이 발생하는 계열사에 유리할 수 있다. 엔화 약세 시점에 자금을 조달하면 원화로 환산한 차입 규모를 낮출 수 있고 일본 사업에서 발생한 엔화 매출로 원리금을 상환하면 환율 변동을 일부 상쇄하는 자연 헤지도 가능하다.
이에 LS 측은 <IB토마토>에 "현재 일본에서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향후 대규모 투자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일본 금융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미리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은행과의 대출 약정을 확대하고 금융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글로벌 자금 조달 창구를 다변화하고 조달 비용을 최적화하는 등 재무 구조의 효율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차입금 11조원…자회사 투자에 6년간 1.7조원 투입
LS가 자금원을 다변화하는 배경에는 일부 계열사가 중복 상장 이슈로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오는 2030년까지 20조원 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만큼 자회사 사업을 지원하려면 다양한 자금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상장 관련 제약으로 대규모 자금 유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주사와 계열사가 해외 금융기관을 활용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사업에서 필요한 엔화를 현지에서 조달하면 환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국내 회사채와 은행 차입에 편중된 조달 구조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주사인 LS는 2021년 LS전선 유상증자에 22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2022년 LS MnM 잔여지분을 9331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LLBS) 출자 1078억원, LS일렉트릭 자사주 취득 635억원, LLBS 유상증자 600억원, 지난해 LS전선 유상증자 1500억원에 이어 올해 LS MnM 유상증자 2000억원 등 주요 투자에 1조 7344억원을 투입하는 등 그룹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투자 확대에 따른 차입금 부담은 해결해야 하는 숙제 중 하나다. LS의 총차입금은 2024년 8조 2496억원에서 지난해 9조 9918억원 올 1분기 11조7697억원까지 늘어났다. 이로 인해 LS의 부채비율은 2024년 198.32% 지난해 225.47%에서 올 1분기 256.29%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복상장 이슈로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길이 막힌 계열사가 늘면서 지주사가 떠안아야 할 재무 부담도 함께 커지는 구조"라며 "일본을 비롯한 해외 금융시장 활용은 차입 구조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