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상장폐지 심의 대상에 오른 DH오토넥스가 올 1분기 적자에서 탈출해 실적 회복세를 보이며 주식 시장 거래재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실적과 함께 현금흐름과 재무구조까지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상장폐지 위기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앞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한계기업으로 분류됐던 DH오토넥스가 이번 흑자전환을 기점으로 수익성 개선과 부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DH오토넥스 홈페이지 갈무리)
3년 연속 적자 기록…올 1분기 ‘흑자전환’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H오토넥스는 올해 1분기 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2.8억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4.1억원으로 집계 돼,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22억원 순손실과 비교해도 유의미한 개선세를 보였다. 이 같은 수익성 회복 흐름은 단순히 분기 실적을 넘어 향후 기업 회생 여부와 상장 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
DH오토넥스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연간 적자를 기록한 한계기업이다. 이 기간 동안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반복되며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됐다. DH오토넥스는 결국 지난해 2월23일, 2023년 말 자본금 전액 잠식 사실을 공시했다. 회사는 자본잠식률이 100%를 넘기며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분류됐다. 완전자본잠식은 기업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재무위기 신호다. DH오토넥스의 주식은 완전자본잠식 사실이 공시된 이날부터 코스피에서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이로 인해 지난 4월 DH오토넥스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으로 지정됐다. 심의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회사 주식 역시 지난 2월부터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코스피 상장규정상 자본잠식률이 50%를 넘기면 관리종목에 지정되며, 100% 이상일 경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돼 기업심사위의 기업심의를 받아야 한다. DH오토넥스는 이러한 기준에 따라 심의 대상에 포함됐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적자 폭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며 당기순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고, 이에 따라 회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DH오토넥스는 매출원가(299억원)와 판관비(98억원) 등 영업비용(총 397억원)을 전년(총 627억원) 대비 36.68% 가량 줄여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적자(-73억원) 규모가 전년(-299억원) 대비 크게 감소하는 흐름을 나타내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부분자본잠식으로 회복됐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자본잠식률은 32.7%다. DH오토리드는 올 1분기 영업흑자로 돌아서며 자본금 407억원, 자본총계 277억원을 기록해 자본잠식률이 32.2% 수준까지 낮아졌다.
영업활동현금흐름 ‘플러스’ 전환…상장폐지 피할까
재무구조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 37.3억원에서 올해 1분기 85.9억원 플러스(+)로 전환됐다. 실제 영업을 통해 현금이 유입되는 구조로 바뀌면서 외부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도 단기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재무안정성이 높아졌다.
현금성자산도 여유 있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기준 DH오토넥스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8억원이며, 여기에 단기금융상품 111억원을 포함하면 총 139억원에 이른다. 반면, 단기성부채는 사채를 포함한 유동차입금 21억원과 기타유동부채 6억원 등 총 27억원 수준이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만으로도 단기성부채를 상환하기에 충분한 셈이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이자비용 감소다. 지난해 1분기 13억원에 달했던 이자비용은 올해 1분기에는 2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차입 구조가 개선됐거나 고금리 단기자금 의존도를 낮췄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 상장 유지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의 판단에 따라 향후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최근 보여준 실적 개선과 재무안정성 확보는 회사가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기초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DH오토넥스의 이번 1분기 실적이 단순한 일시적 개선에 그칠지, 아니면 구조적 회복의 신호탄이 될지는 향후 분기별 실적과 사업계획 이행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DH오토넥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분기 흑자 전환이 한국거래소의 기업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2분기도 1분기에 이어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회계상으로 자본잠식률이 개선되고 있고 현금흐름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코스피 상장 유지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만 여전히 부분자본잠식 상태인 점과 외부 감사인의 감사의견 및 거래소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