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흥국생명이 대규모 후순위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확충 효과로 지급여력(K-ICS) 비율이 기존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있었던 계리적가정 조정이나 시장금리 영향을 결과적으로 상쇄할 수 있는 셈이다. 흥국생명은 특히 자본성증권 의존도가 낮다는 점에서 향후 발행 여력과 대응 효과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말 이사회 결의…이달 내 발행 전망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최대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말 해당 건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는데,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두지 않은 상태다. 시장의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이유에서다.
발행일은 빠르면 이달 내로 보인다. 금융사가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국내 신용평가사 세 곳 중 두 곳으로부터 신용등급을 새로 받아야 한다. 흥국생명은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로부터 이번 발행에 대한 신용등급으로 ‘AA-(안정적)’ 등급을 지난 10일 확정받았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후순위채 발행은 구체적인 금액이 정해지진 않았고 최대 2000억원 한도로 보면 될 것 같다”라면서 “이달 중에 수요예측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행 목적은 자본적정성 지표인 K-ICS 비율 제고다. 이는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 방식으로 산출한다. 자본성증권인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해당 금액만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가용자본을 늘릴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흥국생명의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전이 161.3%, 후가 213.9%다. 경과조치는 금융당국이 마련한 K-ICS 연착륙 장치로, 이를 적용하면 요구자본에서 인식해야 하는 각종 위험액을 경감할 수 있다. 흥국생명의 경우 신규 보험리스크·주식리스크 부문에서 적용 중이다.
흥국생명의 요구자본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2조2145억원이며, 가용자본은 3조5723억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후순위채 2000억원 발행 효과를 살펴보면, 경과조치 전 K-ICS 비율이 약 9.0%p 상승하는 정도의 성과가 있을 것으로 계산된다. 실제 개선되는 정도는 올해 1분기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4분기 마이너스 요인 산재…올 1분기 회복 전망
지난해 연말 기준 K-ICS 비율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는데, 흥국생명은 3분기 대비 소폭 저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금리 하락이 K-ICS 비율 산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 상품에 대한 계리적가정 조정 영향도 있어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계리적 가정 가이드로 ▲무·저해지 환급형 상품 해지율에 대한 원칙 모형 적용 ▲단기납 종신보험 추가 해지 상승 ▲손해율 연령별 구분과 반영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결산 시점부터 반영된다.
조정 내용은 보험계약마진(CSM) 감소로 이어지는데, CSM은 보험사 자기자본과 함께 가용자본을 구성하는 항목이다. K-ICS 비율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사진=흥국생명)
생명보험사는 특히 단기납 종신보험 관련 항목에서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흥국생명은 그동안 보장성보험 중에서도 제3보험인 건강보험 중심의 판매 기조를 강화해 왔다. 계리적 가정 조정에 대한 K-ICS 영향이 클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이유다.
반면 경제적 가정인 보험부채 할인율 규제 강화는 부담 요인이다. 이는 보험부채 산출과 관련된 내용으로 ▲장기선도금리 조정 ▲최종관찰만기 확대 ▲유동성프리미엄 정교화 등에 대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최종관찰만기 확대가 새롭게 적용되고 있다. 부채 가치가 커져 자본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압력을 준다.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흥국생명은 자본성증권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측면에선 향후 대응 여력도 긍정적인 편이다. 발행 잔액이 지난해 3분기 기준 후순위채 1191억원, 신종자본증권 497억원으로 총 1688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부채·자본 구조 내 비중이 0.7%로 업계 평균 대비 절반 수준이다.
김예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흥국생명은 지난 2022년 이후 자본성증권을 순상환하면서 의존도 축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고려하면 올 1분기 K-ICS 비율은 160% 수준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