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코스모신소재(005070)가 이차전지 소재 업계에서 드물게 흑자를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 속에서도 주요 고객사와 안정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으나, 자금 조달과 유동성 관리는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 있다.
(사진=코스모신소재)
3분기 현금성자산 '20억원'…순차입금은 1000억원 돌파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모신소재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4268억원,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매출액 5408억원, 영업이익 244억원) 대비 각각 21.1%, 23.3% 감소한 수준이다. 다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업황 악화에 빠지며 이차전지 소재 업계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코스모신소재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적자 늪에 빠진 타기업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기존 고객사인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로의 안정적인 공급망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코스모신소재가 공격적인 투자와 생산설비 확충으로 인해 재무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코스모신소재의 현금성자산은 약 20억원으로, 전년 동기(604억원) 대비 584억원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1002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말 보유 현금(604억원)이 차입금을 초과했던 상황(순차입금 -41억원)과 크게 대조된다.
코스모신소재의 이 같은 현금성자산 감소는 이차전지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와 원재료 확보를 위한 대량구매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모신소재는 2021년 283억원이었던 자본적지출(CAPEX)을 지난해 1035억원까지 확대한 데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1642억원의 CAPEX를 기록하며 공격적인 투자와 원재료 확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코스모신소재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올해 3분기까지 -10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71억원) 대비 악화됐다. 유동비율은 116.5%로, 유동부채를 갚을 수 있는 유동자산이 존재하지만 현금성자산이 크게 부족해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한 외부 차입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시총 9개월 만에 4조원 '증발'
이로 인해 주가도 타격을 입었다. 코스모신소재의 시가총액은 올 2월까지 6조원을 웃돌았지만, 최근 약 2조원대로 급락했다. 특히 코스모신소재의 최대주주인 코스모화학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다수의 대출을 받은 데다, 허경수 회장의 장남 허선홍 씨도 보유주식 20만주를 담보로 22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상태다. 업황 악화와 함께 주가가 1년 새 59% 하락하면서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현금성자산 감소와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 안정성 악화를 우려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신용등급이 없는 코스모신소재는 회사채 발행 대신 전환사채(CB)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최근 10년간 코스모신소재가 발행한 CB는 네 차례로, 총 567억원을 조달했다. 이 가운데 367억원은 생산시설 구축에, 나머지 200억원은 운영자금 및 차입금 상환에 활용됐다.
CB 발행의 낮은 이자율(평균 1.375%)은 금융기관 대출(평균 3.84%) 대비 이자 비용을 약 60%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자금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추가 CB 발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IB토마토>는 이와 관련 차입금 해소 등 재무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코스모신소재 측에 질의하려고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IBK투자증권은 코스모신소재의 실적 반등 시점을 내년 2분기로 전망하며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생산능력은 내년 10만톤, 2030년 30만톤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3공장 증설이 완료되면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SDI향 미드니켈 제품의 출하 시점이 약 1년 연기된 점은 코스모신소재의 단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 확정에 따라 전기차 산업 전망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 중 하나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밸류체인의 주가는 미국 대선을 전후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법안의 존폐 여부에 따라 전방 고객사의 중장기 미국 투자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