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케이뱅크가 두 달 내 상장 과정을 모두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11월부터는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어 속전속결로 상장을 끝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비교 기업군의 주가 등이 변수로 작용해 목표 기업 가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케이뱅크
상장예비심사 통과…연내 상장 전망
3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로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지난 2022년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만큼 무난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NH투자증권(005940)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상장주관사로 정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상장예심을 통과했으나 6개월 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상장 철회됐고 최근까지 일시정지 상태였다. 케이뱅크는 6월 말 상장예심을 신청하고 연내 상장을 목표로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 상장이 올해 말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케이뱅크가 9월 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상장을 마무리 짓는다는 예측이다. 11월부터는 연말로 접어들어 IPO를 비롯한 딜이 줄어들어드는 데다 통상적으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후 1~2주 내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수요예측 일정을 공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을 감안하면 2달 내 모든 상장 과정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상장까지 증권신고서 제출과 수요예측, 투자자 청약 단계가 남아있다. 특히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세부적으로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수요예측을 안내하고 IR을 실시한 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접수를 통해 공모 가격을 결정한다. 이후 확정 공모가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물량을 배정하고 통보하는 절차를 거친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상장 철회를 결정한 적이 있다. 시장 악화로 상장예심을 통과하고 이후 과정을 밟지 않았다. 당시 투자업계는 케이뱅크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대주주인 비씨카드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케이뱅크가 유상증자할 당시 5년 내 상장을 하지 못할 경우 대주주인 비씨카드가 재무적 투자자(FI)의 주식을 자진해 되사주겠다는 콜옵션과 이를 행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가 임의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케이뱅크는 시장의 우려를 빠른 속도의 IPO 진행으로 해소하면서 자기자본비율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3.86%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BIS비율이 27.68%임을 감안하면 한참 낮은 수치다. 유상증자한 7250억원이 동반매도청구권과 조기상환청구권이 걸려있어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상장 후 이를 자본으로 인정받고, 자본 여력을 확보하면서 대출 증대 등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등 비교기업군 따라 기업가치 결정
케이뱅크의 수요예측이 흥행해 상장으로 자금을 무사히 조달한다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나 변수는 비교기업이다. 케이뱅크는 현재 5조원의 기업가치 인정을 목표로 상장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인터넷전문은행 상장사인 만큼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의 필수 비교기업으로 꼽히지만 낮은 주가가 문제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 등으로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가 올 상반기 역대 최대 당기순익을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여전히 부진하다. 인터넷전문은행 본질인 중저신용자 포용도 기대 이상으로 실시했음에도 여전히 하락세다. 2일 카카오뱅크는 전일 대비 600원 하락한 2만1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5년 내 최고점 대비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상장 당시 대비 대폭 하락한 1.66배로 떨어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구조가 달라 영향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는 반응이다. 투자 업계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대주주가 카카오라 상대적으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케이뱅크에 비해 IT기업의 이미지가 강한 것이 고평가 기반이 됐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케이뱅크와
KT(030200)의 연결 고리는 비교적 약해 IT기업으로서의 기업가치는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KT는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BC카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하지만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와 달라 유리한 부분도 있다. 지배구조가 다른 데다 은행업 본질에 집중해 창업자 리스크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비교기업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했으나, 김범수 창업자와 별개로 인터넷전문은행 유일 상장사로 최종 비교 기업에 포함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비교기업으로 4개 사 이상이 꼽히는데, 해외 비교기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카카오뱅크 상장 당시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상장 사례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카카오뱅크와 상장주관사는 우리나라 금융시장 상장사에서 최종 비교기업을 찾지 못해 미국의 플랫폼인 로켓컴퍼니(Rocket Companies), 브라질 금융회사인 패그세구로(Pagseguro Digital), 러시아 디지털 은행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 Group Holding PLC), 스웨덴의 노르드넷( Nordnet AB publ)을 비교기업으로 정했다. 당시 카카오뱅크의 적용 PBR는 7.3배였다.
이번 케이뱅크의 상장 비교 기업으로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기업은 모두 해외 상장사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외 비교기업을 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브라질 누뱅크와 라쿠텐은행 등이 최종 비교기업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PBR에 따라 기업 가치가 달라지는 만큼 신중하다. 케이뱅크의 기업가치가 5조원대로 인정되려면 PBR는 2.6배가 나와야 하며, 7조원대까지 커지려면 3.6배가 산출돼야 한다.
현재 후보로 꼽히는 누뱅크(누홀딩스)의 PBR는 10.3배, 라쿠텐은행은 2.14배로 차이가 크다. 만약 카카오뱅크의 현재 PBR를 케이뱅크의 상반기 총자본인 1조9557억원에 곱하면 3조2465억원이 산출되지만, 누홀딩스가 포함된 PBR를 적용할 경우 평균이 훌쩍 뛰어 기업가치도 불어난다. 다만 이 경우 비교기업 선정을 통한 가치 부풀리기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나, 최종 비교기업과 세부 일정 등 내용은 논의 중”이라면서 “상장 조달 자금 활용안도 미정으로, 증권신고서 내에 간략하게 기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