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M&A)④상상인저축은행, 졸속 매각 '우려'
대규모 이행강제금 부담…대주주 적격성 이유
이행강제금 현실화 때 모기업 경영지표 악영향
공개 2024-09-04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2일 17:1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무색하게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에 머물러있다. 투자업계는 올 상반기부터 활발하게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거래는 전무하다.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해 M&A 적기로 봤으나 어느 매물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IB토마토>가 회사별 속사정과 외면받는 이유를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상상인의 '캐시카우'던 상상인저축은행 매각 진행이 더디다. 포트폴리오 재편 계획은 세웠지만 원매자 찾기가 어렵다. 늦어질 경우 대규모 이행강제금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비용 부담에 졸속 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마음이 급하다.  
 
사진=상상인저축은행
 
속 쓰린 매각 결정…유원준 대표 대주주 적격성 문제
  
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당기순손실 합은 288억원이다. 수익성은 약해졌으나 상상인은 속이 쓰리다. 본래 상상인저축은행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함께 상상인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캐시카우란 안정적인 자금줄을 일컫는다. 상상인은 지난 1972년 설립한 상상인저축은행으로 금융업을 시작해 증권업 등으로 손을 뻗어 외형을 확장했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매각은 유준원 대표가 받은 징계가 신호탄이 됐다. 상상인은 징계와는 별개로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사실상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 불복이 이유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상상인의 100% 자회사다. 각 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상상인이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상상인 지분 22.46%를 유 대표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금융당국은 유 대표가 저축은행 경영 중 불법 대출 등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불복한 유 대표는 소송을 진행했으나, 지난한 법적 공방 끝에 최종 패소했다. 지난해 말 법원이 최종적으로 금융위원회의 손을 들어주면서 금융위는 유 대표에게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다. 
 
대주주 적격성 자격심사는 지난 2010년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대주주에 대해 2년 단위로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사 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개별사가 있다면 대주주 적격성 유지조건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된다.
 
통상적으로 충족 명령 이행 기간은 2주로, 이행이 불가할 경우 대주주의 보유분 중 발행주식 총수의 10%를 제외한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충족 명령을 이행하지 못한 상상인에 6개월 내에 보유 주식을 매각할 것은 지시했다.
 
원래 기한대로라면 지난 4월까지 보유 지분 90%를 처분했어야 하지만, 현재 일시정지 상태다. 상상인이 주식처분 기한이 촉박하다고 판단해 효력정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주식처분 기한을 넘기면 상상인은 이행강제금을 부담하게 된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들은 매각을 결정한 후 지속적으로 원매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불발된 우리금융과의 인수합병 딜을 인수 가격 차로 마무리 짓지 못한 후 이렇다 할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매각가는 차치하더라도 건전성이 악화돼 있는 상태에서 인수하게 되면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그대로 넘어오게 돼 인수하는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경영지표 개선에도 평균 밑돌아
 
매각가와 고용승계 등도 챙겨야 하지만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갈 길이 멀다. 건전성과 수익성이 여전히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43%, 상상인플러스저축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4.03%다.
 
지난 1분기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평균을 한참 상회하는 수준이다. 6월 말 저축은행업권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52%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업권 전체의 고정이하여신비율과는 8.91%p 차이다.
 
연체율도 높다. 양 사 연체율은 각각 13.58%, 11.7% 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눈여겨보고 있는 BIS자기자본비율도 권고치를 밑돌고 있다. 법정기준치는 충족하고 있으나, 금융감독원의 권고 BIS비율 아래로 떨어졌다. 금감원은 자산 1조원 이상 저축은행에는 BIS비율 11%, 자산 1조원 미만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1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난 6월 말 BIS비율은 10.45%, 9.72%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4p%와 2.9%p 하락해 당국에 자본조달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건전성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악화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상상인저축은행의 당기순손실은 170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1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각각 550억원과 2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경영지표가 여전히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행강제금도 걸림돌이다. 상상인이 기한 내 저축은행 지분 90%를 매각하지 못한다면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금융위는 상상인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행강제금은 1일당 최대 장부가액 중 매각 대상 지분의 1만분의 3 수준까지 부과할 수 있다. 상반기 말 상상인저축은행의 장부가액은 614억7800만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장부가액은 552억8200만원이다.
 
장부가액의 90%에 금융위가 부과할 수 있는 이행강제금 최대 비율인 0.03%를 곱하면 각각 1660만원, 1493만원이 산출된다. 이 경우 상상인은 지분 매각 때까지 매일 3153만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3개월이면 28억3727만원에 달한다.
 
당장 저축은행 계열사가 적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분기당 28억원 넘게 추가 지출된다면 상상인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저축은행이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비경상적인 비용도 지출돼 모기업의 경영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상인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금융감독원의 공식적인 자본조달계획 요구는 받지 않았으나, 지난 3월 43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면서 “행정소송의 진행 상황은 알 수 없으나 고용승계 등에 초점을 맞춰 적절한 원매자를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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