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억원 넘는 수령액…지주사 영업이익의 5% 규모지난해 롯데쇼핑 1명 당 평균 급여 기준 213.87명분롯데면세점·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임원 급여 20% 삭감 대비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011170)의 신용등급 하향 전망과
롯데지주(004990)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보수로만 전년 보다 높은 약 178억원을 수령하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유통 경쟁사인 신세계 총수 일가(65억원) 대비 약 2.74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유통 계열사인
롯데쇼핑(023530)이 희망퇴직을 단행한데 이어 올해에는 호텔롯데 면세 부문과 롯데케미칼이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사진=롯데 홈페이지)
주요 계열사 영업이익 감소에도 신 회장 보수 증가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올해 상반기 보수로 총 117억8900만원을 수령했다. 직전연도 상반기(112억5400만원) 대비 총 수령액은 5억3500만원 증가했다. 유통 경쟁사인
신세계(004170)가 총수 일가의 상반기 보수총액을 64억66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7억원 넘게 줄인 것과 대비된다.
먼저 호텔롯데는 올해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에게 보수로 13억14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직전연도 동기(10억6100만원) 대비 2억5300만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이외에도
롯데웰푸드(280360),
롯데칠성(005300)음료, 롯데물산에서 받는 보수가 늘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대비 8700만원이 늘어난 11억1200만원, 롯데칠성은 4억2900만원이 늘어난 14억9900만원, 롯데물산은 4700만원 늘어난 5억9200만원, 롯데케미칼은 8500만원이 늘어난 20억원을 신 회장에게 보수로 지급했다.
이 중 롯데웰푸드를 제외하면 모두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음료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970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1185억원) 대비 18.14% 감소했다. 같은기간 롯데물산의 영업이익은 386억원에서 299억원으로 22.54% 급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상반기 744억원이던 영업손실이 올해 동기간에는 2464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
롯데쇼핑이 신 회장에게 지급한 보수총액은 11억500만원에서 11억100만원으로 400만원이 줄어드는데 그쳤다. 앞서 롯데쇼핑은 높은 가계 부채 수준과 고금리 지속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등으로 가계 소비 여력이 위축되면서 수익성 저하를 겪어왔다.
올해에도 업황 악화 등으로 인한 외형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연결기준 롯데쇼핑 매출액은 올해 상반기 6조9411억원을 기록하며 직전연도(7조1838억원) 대비 3.37%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1640억원에서 1709억원으로 증가했다. 홈쇼핑 부문 영업이익이 58억원에서 261억원으로 4.5배 급증한 가운데 슈퍼 부문이 134억원에서 247억원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여기에
롯데하이마트(071840)(전자제품전문점)의 영업적자가 180억원에서 133억원으로 감소했고, 89억원 적자를 기록하던 롯데컬처웍스(영화상영업)가 7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증가한 부문은 대다수에서 지난해 희망퇴직이 이뤄진 바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실적위기를 겪던 롯데하이마트와 롯데마트·홈쇼핑·컬처웍스 등에 대해 한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올해들어서는 이커머스 부문인 롯데온에 대한 희망퇴직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텔롯데의 면세 사업 부분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6월부터 임원 급여를 20% 삭감했다. 이어 최근에는 20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업황 악화에 케미칼 '비상경영' 돌입…희망퇴직 우려
향후 계열사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비우호적인 업황으로 인해 최근 재무부담이 심화되면서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된 상태다. 매년 10조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핵심자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되며 NICE신용평가 등에서는 롯데지주의 계열통합 신용등급을 하향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부터 롯데케미칼은 비상경영을 돌입한 상태다. 출장 축소·집중 근무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외 출장 예산을 20% 감축하기로 했고, 출장 시 임원의 항공권 등급도 10시간 이내인 경우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호텔롯데가 면세점 부문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이후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것처럼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희망퇴직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전반적인 경영 악화 속 신 회장의 보수총액 증가를 두고 오너를 중심으로 한 기업 경영의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 회장이 올해 상반기 수령한 총 보수액 117억8900만원은 같은기간 롯데지주 영업이익 2345억원의 5.03% 규모에 이른다. 롯데물산의 올 상반기 직원 급여총액인 86억원보다 1.37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신 회장의 보수를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진행했던 롯데쇼핑 1인 평균 급여액인 5512만원으로 단순계산 시 213.87명의 급여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 말 롯데쇼핑의 직원수는 1만9332명으로 지난해 동기(2만122명) 대비 790명이 줄었다.
이와 관련,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실적이 악화된 상태에서 이 같은 상황을 만든 오너의 보수총액은 되려 늘었다"라며 "오너의 입맛에 따라 운영되는 기업이 결국엔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로 이어지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주요 계열사들의 수익성이 저하된 가운데 신 회장의 보수액이 늘어남에 따라 <IB토마토>는 롯데 측에 보수금액 산정 방식을 질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