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앤코)①멈춰 선 빅딜 '한온시스템'…엑시트 향방은
한국타이어와 매각 협상 무기한 연기
무리한 투자, 재무구조 악화 '부메랑'
"2021년 좌절된 1차 매각 시도, 아쉬워"
공개 2024-08-2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0일 18:3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던 인수합병(M&A)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시장에선 조 단위 매물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고 사모펀드(PEF)를 비롯한 자본시장 참가자들은 새로운 기회를 앞두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는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키플레이어'로 꼽히는 한앤컴퍼니의 고전은 현재 M&A 시장을 반영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IB토마토>는 한앤컴퍼니 사례를 통해 2024년 하반기 M&A시장을 진단하고 향방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올해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의 최대 딜은 한온시스템(018880) 매각이다. 거래 규모 1조7330억원에 이르는 대형 딜이지만 매수자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161390)지와의 협상이 지연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한온시스템의 유상증자 가액 조정이 이유다. 게다가 한온시스템의 영업흑자와 사업 성장세에도 주가가 이를 반영하지 못해 엑시트하려는 한앤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적으로 발생한 실적 부진, 합병에 앞서 나라별 기업결합 승인 여부도 풀어야 할 과제로 뽑힌다.
 
실적 반 토막에 매각 난항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주식매매계약(SPA) 본계약 체결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앞서 양 사는 지난 7월26일을 시한으로 정하고 협상 중이었다. 
 
(사진=한온시스템)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던 협상은 한국타이어가 지난 5월과 7월 사이 한온시스템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한온시스템 노조가 인수를 격렬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한온시스템의 우발부채를 발견하면서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한국타이어의 이사회에서도 한온시스템 인수에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온시스템 주가도 하락하자 유상증자를 통한 인수도 어려워졌다.
 
앞서 한국타이어는 신사업 육성을 위해 지난 5월3일 한앤코의 한온시스템 보유 지분 25%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 12.2%를 총 1조733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당시 한국타이어는 한앤코 보유 지분 1억3345만주를 주당 1만250원에,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 신주는 주당 5605원에 각각 취득키로 했다. 도합 1조7330억원에 이르는 대형 거래다.
 
문제는 한온시스템의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5월3일 종가 기준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주당 5620원에서 8월19일 4015원선까지 떨어졌다. 당초 증권가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한 한온시스템 인수 단가를 8700~8800원으로 봤던 것과 비교하면 당초 주당 가치와 괴리가 커졌다.
 
2분기 실적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것도 걸림돌이 됐다. 지난 8일 한온시스템은 올 2분기 영업이익 71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절반 넘게 감소한 수치다. 
 
한온시스템 2분기 실적에 대해 “지난해 일시적으로 높았던 실적에 따른 역기저 효과 때문”이라며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0.6% 증가했고 3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증가하고 있다”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국가별 경쟁당국의 승인 여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업 M&A에선 외국에서 행해진 행위에 대해서도 그것이 자국 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국내법을 적용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역외적용조항'이 적용된다.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은 두회사 모두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무대인만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사례처럼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해외 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 7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인수 승인을 결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언제 마무리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김진석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최근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지분 인수와 관련해 각 국이 승인을 검토 중"이라며 "최근 전기차 시장의 수익성 둔화에 따른 실적 저하로 협상력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리한 투자,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져  
 
한앤코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2015년 6월 한앤코는 한국타이어와 함께 비스테온으로부터 한온시스템 지분 69.99%를 약 3조80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한앤코가 50.5%, 한국타이어가 19.49%의 지분을 갖는 구조로 각각 2조7500억원, 1조800억원이 투입됐다.
 
당시 한앤코는 주당 5만1030원에 한온시스템 지분 50%를 취득했다. 이후 한온시스템이 주당 500원에서 100원으로 액면가를 낮춘 점을 감안하면 한앤코의 인수 당시 주가는 주당 1만206원인 셈이다.
 
한앤코는 한온시스템 인수를 위해 제2의 3호 사모투자전문회사가 30%를 출연한 블라인드펀드로부터 1조1400억원의 출자를 받았고 당시 한국외환은행(현 하나은행) 등 30여 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으로부터 1조7000억원의 인수금융을 동원했다.
 
 
  
한앤코는 한온시스템의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룬 후 기업가치를 제고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이었다. 2019년 1조400억원에 마그나의 유압제어장치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전동화 공조시스템 개발 연구개발(R&D) 등에 연간 6500억원 규모 섧설비투자(CAPEX)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매출은 2015년 5조5580원에서 지난해 9조5593억원까지 늘었고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기존 3000억원대에서 7000억원대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확장이 한온시스템 기업가치 향상에 발목을 잡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말 1800억원이던 한온시스템의 순차입금은 지난 1분기 3조7637억원으로 스무배 넘게 커졌다. 부채비율과 순차입의존도도 각각 282.5%, 47.0%로 다소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034950)·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모두 올해 초 한온시스템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Stable)에서 'AA-'(부정적·Negative)로 하향 조정했다.
 
"손해는 아니지만"…당초 인수가 대비 절반 가격
 
한온시스템 매각이 완료돼도 아쉬움이 남는 딜로 기록될 전망이다. 당초 거래조건인 지분 25%와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이전으로 1조7730억원 규모 딜이 성사된다 해도 이는 2015년 인수가인 2조750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앞서 한앤코는 지난 2021년에도 한온시스템 매각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전기차 관련 종목의 호조세로 한온시스템 주식도 주당 1만4000원에서 1만6000원선에서 거래됐다.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타이어는 우선매수권 조항이 있어 매수에 응한다면 당시로서 유리한 가격에 인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매각은 한차례 불발됐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한앤코는 한온시스템을 인수 후 중간 배당을 통해 최대 7000억원 규모를 회수해 결과적으로 손해 보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라며 "다만 매각이 지연되면서 아쉬운 결과를 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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