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AI 전쟁)⑤농협은행, 빠른 도입에도 성과 미진…효율화 '숙제'
AI거버넌스 최초 구축 등 도입 시기 빨라
슈퍼앱 출시 5대 은행 중 가장 늦어
타 은행과 달리 AI 전담 조직 없어 비효율
공개 2024-08-02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7월 31일 16:1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업권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DX)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내부 시스템부터 고객 응대까지 AI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금융업 특성상 관련 규제가 많아 해법 찾기에도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레드오션이 된 은행업에서 AI로 활로를 찾는 5대 은행의 전략을 <IB토마토>가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농협은행의 AI 성과가 도입 시기에 비해 미진하다. 나머지 4대 시중은행 대비 슈퍼앱 출시 시기가 뒤처진 데다 전담 조직도 없다. 특히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진행하던 범농협 AI콘택트센터(AICC) 구축도 멈춘 상태다. 
 
농협은행(사진=농협은행)
 
2018년 AI 첫 도입...AI은행원까지 채용
 
농협은행의 디지털 전환 시도는 타 은행에 비해 이른 편이다. 현장 영업 이미지 탈피와 효율화가 목적이다. 5대 은행 중 전국 지점 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지난 1분기 기준 전국에 지점 811개와 출장소 291개 등 총 1102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영업점을 운영하는 국민은행과도 차이가 크다. 국민은행 지점수는 798개다. 
 
농협은행이 본격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18년이다. 당시 국내 은행 최초로 자연어처리기술(NLP)과 음성인식기술(STT)을 결합한 'AI콜봇'을 선보였다. 고도화를 바탕으로 지난 2022년에는 ARS 대표번호 서비스에 AI 콜봇 별도 번호를 부여하기도 했다.
 
같은 해 농협은행은 AI 은행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AI 은행원을 DT전략부 디지털R&D센터 소속으로 배치 후 신사업 추진 지원 업무를 배정했다. AI 은행원은 은행 내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설명을 보조하고, 사내 방송과 홍보 등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5월에는 은행권 최초로 AI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금융분야 AI활용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AI의 은행 내 활용 범위도 넓혔다. AI 상담 도우미를 통해 상담사의 고객 응대 업무를 지원한다. AI 검색엔진을 통해 상담사와 영업점 직원이 이용할 수 있는 검색시스템 '아르미KMS'도 출시했다. 비슷한 이름인 '아르미TA'는 AI 시스템들을 통해 들어오는 빅데이터를 수집해 실시간 음성인식과 대용량 분산 처리를 이용해 AI 상담 데이터를 가공한다. 지난해에는 생성형 AI의 통역기능을 적용한 'AI뱅커' 서비스를 영업점에 도입하기도 했다.
 
타 은행에 비해 늦었지만 슈퍼앱 출시도 목전에 뒀다. 농협은행은 지난해부터 모바일 앱인 ‘올원뱅크’를 슈퍼앱으로 개편하고 있다. 내년 1월 출시 목표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금융 상품 몰을 전면 개편하고 가입 상품 범위를 확대하는 등 지난해 수립한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농협은행은 올원뱅크를 통해 농협의 특성을 담은 생활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면서 “마이데이터를 내재화하고 NH금융그룹 계열사의 대표 정보를 볼 수 있게 하는 등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 내 AI 전담 조직 없어
 
농협은행이 AI 서비스 도입은 빨랐지만 성과가 미진한 것은 아쉽다. 타 은행과 달리 AI 서비스 담당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략 사업부에 디지털 R&D센터가 있으나, 서비스는 각 부서에서 분야별로 담당하고 있다. 타 은행에서 조직개편을 통해 AI 관련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4대 시중은행은 모두 AI 전담 팀을 구성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AI데이터혁신본부로 재편하고, AI비즈혁신부를 신설했다. 신한은행도 AI유닛과 AI연구소를 따로 두고 전문 인력을 배치했으며, 하나은행도 금융AI부를 꾸리고 하나금융융합기술원과 손을 잡았다. 우리은행은 아예 신IT 거버넌스를 정립하고 AI플랫폼부를 마련했다.
 
은행권이 AI전담 조직을 만든 이유는 효율화에 있다. 개별 본부나 연구조직을 두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적용하려는 목적이다. 농협은행은 디지털 관련 부서인 디지털전략사업부문이 디지털전략사업부와 프로세스혁신부 데이터사업부 NH멤버스사업부 등 4개 부서로 나눠져있다.
 
 
슈퍼앱도 출시 시기도 늦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021년 KB스타뱅킹에 계열사 서비스 이외에 국민지갑과 반려동물 서비스 등을 탑재했으며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슈퍼쏠'을 출시해 쏠지갑과 땡겨요 배달 서비스 등을 함께 지원한다. '하나원큐'도 일찌감치 계열사 서비스와 티켓예매 등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며, 우리은행의 '뉴원'도 오는 11월 출시가 예정돼 있다.
 
농협은행의 NH올원뱅크에서도 금융그룹 탭 내 농협카드와 투자증권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나,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 서비스 주목도가 떨어진다. 첫 화면에 보험 등 6개 영역을 신설하기는 했으나 마이데이터와 연계돼 있는 서비스로, 계열사 상품 가입과는 거리가 있다. 가장 최근 출시한 신한 슈퍼쏠의 경우 앱 전면에 카드와 증권, 보험 등 계열사와의 직접 연계 서비스를 내세우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농협중앙회가 주도해온 AI콘택트센터 구축도 지지부진하다.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 농협은행 등 범농협 차원 AICC 설립이 사실상 멈췄다. 1000억원대 사업으로 업계에서 눈길을 끌었으나, 막대한 예산 투입에 잠정 중단된 상태다.
 
농협 관계자는 “AICC는 잠정 중단된 것이 맞다”라면서 “계열사 간 의견조율 등을 통해 재개 시점을 정해야 하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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