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중공업(329180)(이하 현대중공업)이 특수선 사업의 재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MRO(유지·보수·관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수선 사업은 함정 건조와 MRO 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함정 건조 사업은 수주 규모나 주기가 불규칙하고 대규모 시설 투자가 동반된다는 특징이 있어 향후 수주가 줄어들 경우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MRO 사업은 기존 설비를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MRO 사업에 집중하며 대규모 시설 투자 부담 없이 특수선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창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필리핀 해군 Jose Rizal급 호위함(사진=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 개선세…리스크 큰 특수선 사업
17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해 1분기 특수선 사업 매출액은 1812억원, 영업이익은 2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액(1080억원)과 영업이익(93억원)이 각각 67.8%, 190.3% 증가한 실적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1월 필리핀 해군에 대해 함정 10척 납품 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수선 사업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함정 건조 사업은 수주가 규칙적이지 않은 까닭에 안정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이어가기 어렵다. 현대중공업의 과거 특수선 사업 실적을 살펴보면 2022년 2분기 매출액은 1865억원, 영업손실은 51억원이었지만 2023년 2분기는 매출 858억원에 영업이익 42억원을 기록하는 등 분기 단위로 실적 변동성이 크다.
이에 국내외에서 함정을 수주해 대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한 이후 수주가 줄어들게 된다면 미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수선 사업의 경우 일반 제조업에 비해 수익성이 낮지만, 설비 규모는 큰 까닭에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제조업 전체 영업이익률은 6.8%였던 반면 방산업체의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4.6%로 2.2%P(포인트) 낮다.
아울러 상선 수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운전자금 소진도 이어지고 있어 대규모 시설 투자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1분기 현대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566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590억원) 대비 19.1% 감소했다.
투자 부담 낮은 MRO 사업
이에 현대중공업은 함정 건조가 없는 시기에도 안정적으로 특수선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MRO 사업에 집중해 수익성 창출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MRO 사업을 겨냥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MRO 사업으로 우선 미국 함정 부문에 진출한 후 함정 건조 가능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미 해군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접촉하는 등 MRO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MRO 사업은 대규모 시설 투자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직접 조선소를 구매하지 않은 까닭에 투자 규모도 작다. 이로 인해 재무 부담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뿐 아니라 필리핀 수빅 조선소, 페루 시마 조선소 등을 임대 및 제휴 방식으로 확보해 둔 상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조선소 확보는 미군 태평양 함대의 정비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를 체결했다. 해당 협약은 미국 해군 함정에 대한 정비 협약 자격을 부여하는 협약으로 향후 정비 입찰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 MRO 사업은 함정 건조와 달리 존스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미군 함정이 해외에서 정비를 받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향후 특수선 사업을 위한 투자 계획 등을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MRO 사업은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시설 투자 계획 등은 별도로 없으며 필리핀 조선소 등 기존 확보한 조선소를 통해 MRO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