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포트폴리오를 통한 금융지주 간 리딩금융 경쟁이 치열하다. 비교적 자산 규모가 큰 증권사와 보험사뿐만 아니라 자산운용, 시스템 개발까지 계열사 내에서 자체 생태계를 꾸려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IB토마토>는 인수·합병(M&A)으로 계열사 빈자리를 메우고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등 두뇌 싸움이 한창인 금융지주의 자회사 운용 현황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자회사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악화된 비은행 자회사 실적 개선에 나선다. 자회사에 지원도 지속하고 새 식구도 맞이했다. 다만 기존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 기여도가 낮은 상황에서 계속되는 현금 지원이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제기된다.
우리금융지주(사진=우리금융지주)
계속된 비은행 자회사 실적 악화
19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1분기 비은행 자회사 순이익은 911억2900만원이다. 전년 동기 1029억3500만원 대비 11.5% 감소했다. 우리은행이 포함된 전체 자회사 실적이 같은 기간 9646억4800만원에서 8806억100만원으로 8.7% 감소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대표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실적이 악화된 데 더해 나머지 자회사 실적이 더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올 1분기 기준 14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지주 자회사는 15개였으나, 지난 1월 우리자산운용이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흡수합병하면서 수가 줄었다. 우리금융 자회사는 신한지주 다음으로 많지만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KB금융(105560)의 경우 비은행 자회사 10곳이 7491억원의 실적을 낸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 자회사 실적이 도합 911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금융지주의 당기 실적을 가장 크게 감소시킨 것은 우리카드다. 적자는 아니지만 우리카드 1분기 당기순익은 290억500만원으로 지난해 456억6000만원 대비 166억5500만원이 줄었다. 총자산 기준 지주 내에서 은행 다음으로 큰 규모의 대표 자회사임에도 실적이 축소됐다.
이외에도 타 지주와 같이 부동산 업권 악화로 인한 우리자산신탁주식회사의 당기 순익이 같은 기간 54.9% 감소했다. 카드 부문과 신탁회사를 비롯해 7개의 비은행 자회사와 우리은행이 악화된 실적을 보인데다 우리에프아이에스도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실적 부진과 대형 비은행 자회사 부재에 우리금융지주는 포트폴리오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자회사 운용 전략을 세웠다. 임종룡 회장도 지난해 3월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비은행 금융사 인수합병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한 바 있다.
잇단 유상증자와 자회사 인수 등 건전성 악화 우려
이 같은 비은행 강화 노력은 기존 자회사에 대한 금융 지원에서도 드러난다. 부실채권(NPL) 투자전문 자회사 우리금융에프앤아이에 지난 5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우리금융저축은행에도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추가 발행한 주식을 지주가 보유하는 형식이다. 일부 자회사들의 공격적인 영업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선택이다.
특히 지난해 말 단행한 우리종합금융에 대한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은 결실을 앞두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에서 가장 최우선 순위로 꼽았던 증권사 출범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통합법인이 '우리투자증권'으로 설립돼 10년만의 부활을 알릴 예정이다.
새 둥지도 마련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종금이
미래에셋증권(006800) 여의도 사옥 인수가로 3000억원을 적어내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조만간 매매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보험사 인수에도 나섰다. 인수합병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지난 4월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6월 말 본입찰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지주 재무상황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올해 들어 단행한 자회사 지원이 2200억원을 넘어섰다. 유상증자의 경우 지주는 자회사에 현금을 지원하고, 자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지주가 보유하게 되는 구조다. 재무 건전성과 직결되는 현금이 줄어드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투자증권 새 사옥 마련에도 3000억원가량이 더 든다.
타 지주 대비 낮은 자본 적정성을 보이는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인수전에 뛰어들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인수 대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주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인수에 "오버페이 하지 않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 언급되는 2조 이상의 값을 치르고 롯데손보를 품에 안을 의사는 없다는 뜻이다.
자회사 금융 지원과 인수 등에 큰돈을 쓰고 있는 우리금융은 재무 구조 개선에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들어 두 번이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자본 적정성 향상이 목적이다. 지난 12일 우리금융은 조건부자본증권을 4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하기로 하면서 예상보다 높은 폭으로 BIS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1분기 15.81%였던 BIS비율은 2분기 15.99%로 0.18%p 증가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BIS비율 등을 유지하며 출자 한도 범위 내에서 자회사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최근 이뤄진 증권사 합병의 경우에도 비용을 최소화해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