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하나에프앤아이가 부실채권(NPL) 시장 2위 굳히기에 나섰다. 매각원금 기준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린 덕분이다. 부실채권 매각 물량이 증가하면서 매입할 수 있는 채권도 늘어나 수익 증대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비은행 실적을 위한 지주의 금융지원과 시장 확대가 시너지를 내는 모양새다.
하나금융지주(사진=하나금융)
금융업 건전성 지표 악화가 NPL 시장 호재
17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하나에프앤아이의 1분기 매각원금(OPB) 매입기준 시장점유율은 24.1%다. 우리금융에프앤아이가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으나 여전히 10%p 차이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시장점유율은 14%로 3위를 기록했다.
하나에프앤아이의 OPB는 2020년 1조5047억원으로 최고치를 찍고 2022년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대출채권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영향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매입 규모가 반등해 1조7753억원을 기록,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나에프앤아이는 1분기에만 5060억원을 매입했다.
금융업권 건전성 지표 악화가 부실채권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말 부실채권 매각규모는 4조9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조원 증가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원화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8%로 지난 3월 말 대비 0.05%p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해 0.11%p 차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다. 3월 말 저축은행업권 연체율은 지난해 말 대비 2.25%p 증가한 8.8%를 기록했다. 건전성 악화로 금융당국의 부실채권 정리 압박도 강해지고 있어 한동안 부실채권 시장 확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각각 은행과 저축은행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계열사에 발생된 부실채권을 매각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관례상 계열사인 하나에프앤아이와 우리에프앤아이에 채권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하나에프앤아이와 우리에프앤아이 모두 계열 은행과 저축은행으로부터의 부실채권 매입은 전무하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통상적으로 금융지주계열 NPL 투자회사는 계열사의 부실채권을 매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출채권 증가 당기순이익 상승 이끌어
점유율 증가는 하나에프앤아이의 당기순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분기 하나에프앤아이의 당기순이익은 91억원으로 전년 동기 79억원 대비 15% 증가했다. 대출채권이 영업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하나에프앤아이의 영업자산은 2조5281억원으로 지난해 말 2조3644억원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이 감소한 대신 대출채권이 대폭 증가해 2조1817억원에 달했다.
특히 부실채권의 경우 원래 채권 가격에 비해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하기 때문에 회수율이 우수하다. 지난 10년간 하나에프앤아이가 매입한 부실채권의 대출원금 대비 매입가액은 79.4%를 기록했으며, 누적회수 금액은 5년차 100.6%다.
금융업권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자산수익률(ROA)은 1분기 기준 1.5%로 지난해 말 대비 하락했다. 순이익보다 총자산의 증가세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매입하는 대출채권의 회수가 본격화되면 ROA도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영업수익도 1분기 36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227억원에서 증가해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다.
지난 5월 말 저축은행 부실채권 자산유동화방식 제2차 공동매각에서도 하나에프앤아이는 약 70억원의 부실채권을 매수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이 부실채권 매각 창구를 확대한 영향이다.
하나금융지주 유상증자와 하나은행 대주주 신용공여 등 지주 차원의 지원도 넉넉하다. 지난해 말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에프앤아이에 1299억원의 유상증자를 지원했다. 하나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신용공여 미사용 잔액이 2655억원으로 여유로운 것도 매입 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나에프앤아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NPL 매각 물량 증가 영향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됐으며, 투자자산 증대와 함께 순이익도 목표 대비 상회하면서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