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제약, 실적 개선에도 R&D 투자 감소…신약 개발 '오리무중'
영업이익 개선에도 연구개발비 축소
국책과제 중단·독점계약 해지 등 악재 잇따라
R&D지속·L/I 목표하지만…유동성 악화
공개 2024-06-18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16:2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하나제약(293480)이 올해 실적 개선을 이룬 상황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가 줄었다. 여기에 최근 MRI조영제(HNP-2006)에 대한 국책과제가 중단되는 등 신약개발과 관련된 잇단 악재가 발생하면서 R&D 체질 개선이 시급해보인다. 하나제약은 MRI조영제의 연구개발을 이어나가며 기술도입(License In, L/I) 등을 실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급격히 줄어든 유동성 자금으로 인해 전략을 구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하나제약)
 
수익성 개선에도 R&D투자 축소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제약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78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70억원)보다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순환기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하나제약은 올해 1분기 571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직전연도 같은 기간에 541억원 수준이었지만, 같은 기간 전문의약품인 순환기 매출이 174억원에서 190억원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하나제약의 주력 제품인 진통제 품목은 40억원에서 39억원으로 줄었음에도 이 같은 외형성장을 이끌었다.
 
이처럼 안정적인 매출로 수익을 달성한 하나제약은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했지만, 최근 연구개발 투자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제약은 올해 1분기에 연구개발비(율)로 23억원(4.06%)을 투자했다. 이는 직전연도 같은 기간(41억원, 7.61%)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지난 2022년 138억원(6.14%)에서 지난해 138억원(7.61%)으로 늘리면서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이어나가는 듯했으나 올해는 감소했다.
 
신약 개발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하나제약은 지난 4월 성장동력으로 꼽았던 MRI조영제에 대한 국가의 연구개발 지원도 중단됐기 때문에 R&D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21년 하나제약은 조영제 신약 국가신약개발사업 임상단계 지원 과제에 선정되면서 총 사업비 60억원을 지원받았던 바 있다. 그러나 품질관리(CMC) 이슈가 발생하면서 기간내 임상 2상을 완료하기 어렵다고 판단됐고, 이에 국책과제가 중단됐다.
 
성장 동력 잃어…유동성 자금도 '발목'
 
하나제약은 최근에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던 펜타닐박칼정의 독점 공급 계약도 해지한 가운데, MRI조영제 연구개발과 기술도입 등으로 R&D 체질 개선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하나제약이 보유한 유동성 자금이 넉넉하지 않아 이를 실행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하나제약은 2018년에 독일 HELM AG사와 계약한 펜타닐박칼정의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HELM AG사가 연구개발을 완료해 상용화가 될 경우 하나제약이 국내에 대한 판권을 얻는 계약이었지만, 의약품 허가 승인의 불확실성이 강해지면서 계약을 해지했다.
 
잇따라 신성장동력이 잃은 상황에서 하나제약은 MRI조영제 연구개발을 이어나가며, 기술도입 등을 통해 R&D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특히 하나제약 측에 따르면 MRI조영제의 국책 과제가 중단됐을 뿐이지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은 이어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하나제약의 급격히 줄어든 유동성 자금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하나제약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158억원 수준이다. 지난 2021년 563억원의 유동성 자금을 보유했지만, 지난해 62억원까지 악화된 이후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매출채권의 회수에 대한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수년간 매출채권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 않아 갈 길이 멀어보인다. 하나제약이 올해 1분기 말까지 보유한 매출채권 및 기타 유동채권은 462억원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매출채권과 미수금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손충당금으로 설정된 금액도 2억6963만원 뿐이다. 다만, 하나제약의 유동성 채권은 400억원대를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즉각적인 회수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살펴보면 매출채권과 미수금에 대한 회수가 활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제약은 올해 1분기 영업활동으로 138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운전자본의 조정에서 매출채권의 회수는 16억원밖에 발생하지 않았으며, 나중에 갚아야 하는 돈인 미지급금(37억원)이 유입된 영향이 컸다.
 
하나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연구개발비율의 감소 이유는 1분기 보고서상 시기적인 차이일 뿐이며, 신성장동력의 창출을 위해 신약개발과 독점 판매계약 체결, 라이선스 인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매출채권은 1년 안에 유동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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