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지난해 새로운 회계기준(IFRS17·IFRS9) 도입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던 푸본현대생명이 1분기 순이익을 개선했다. 투자손익 규모를 유지한 가운데 보험손익 적자 규모를 줄인 효과다. 다만 투자손익에 대한 변동성이 실적 리스크로 작용하는 만큼 경상적인 수익성을 계속 확보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하반기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투자손익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분기순이익 개선…보험 수익성은 저조
21일 보험·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으로 34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인 237억원 대비 47.3%(112억원)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22억원에서 293억원으로 늘었다.
보험손익에서 발생하고 있는 손실 규모를 줄인 효과다. 지난 1분기 보험손익은 –73억원, 투자손익은 422억원으로 파악된다. 전년 동기에는 해당 규모가 각각 –165억원, 403억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 –33.3% 수준이었던 보험이익률은 –12.8%까지 줄어들었다.
보험손익이 저조한 이유는 영업 포트폴리오가 저축성보험(일반계정)과 퇴직연금(특별계정) 중심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험료수입(3조8170억원) 기준 저축성보험은 35.0%, 퇴직연금은 56.7%다. 저축성보험은 IFRS17 체계서 보험영업수익에 잡히지 않으며, 퇴직연금은 높은 금리가 적용된 탓에 이자부담 증가에 따른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
보험계약마진(CSM) 산정의 핵심인 보장성보험 비중은 지난해 말 7.1%에서 올해 1분기 9.7%까지 상승했다. 보험료 납입 형태 기준으로 ‘월납’ 비중도 12.2%에서 16.5%로 올랐다. 다만 보장성보험이나 월납 비중 자체는 여전히 낮은 상태다.
보장성 보유계약이 미흡한 만큼 CSM 규모도 과소하게 잡히고 있다. CSM은 본래 보험부채에 해당하나 기간이 경과하면서 일부분을 상각해 보험손익으로 인식하는 항목이다. 금액 측면에서 보험손익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3월 기준 기말 CSM이 1782억원에 불과하다. 보험부채에서 CSM이 차지하는 비중이 2.2%로 확인된다. 신계약 CSM이 225억원으로 작은 편이고, CSM 상각액도 50억원 뿐이다. 해당 금액이 작은 만큼 보험손익 확보도 힘든 상황이다.
CSM 규모 확대를 위해 보험영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있지만 영업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만큼 장기간 작업이 요구된다. 퇴직연금 사업도 기본적으로
현대차(005380) 그룹 물량 기반(지난해 기준 47%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변화를 주기 쉽지 않다.
이와 관련 김한울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종신보험 중심으로 보장성보험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나 중대형사 대비 열위한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 채널 효율성을 감안하면 중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질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CSM은 장기간 동안 이익으로 전환되면서 보험사 이익 기반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보험이익 창출력 개선도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푸본현대생명)
높은 ‘투자손익’ 의존도 불가피…해외투자 리스크
보험손익이 저조하고 포트폴리오 개편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투자손익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투자손익 성과에 따라 전체 이익 변동성 자체가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순이익 207억원을 유지했지만 하반기에 환차손과 헤지(Hedge) 비용이 대규모로 발생해 결산 실적 적자로 이어졌다. 당시 헤지 비용과 유가증권처분손실 증가로 인한 투자손실 금액은 1565억원에 달했다.
게다가 푸본현대생명은 기본적으로 운용자산에서 안전자산 비중이 낮은 편이다. 올 1분기 기준 운용자산 17조3393억원 가운데 국공채와 특수채는 3조8047억원으로 21.9%를 차지한다. 이외 금융채, 현금과 예금 등을 포함한 안전자산 비중은 27.3%다. 업계 평균 안전자산 비중인 51%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반면 외화 유가증권 규모가 5조1649억원에 29.8% 비중으로 리스크가 높은 편이다. 대다수 채권으로 구성됐고 나머지가 주식과 수익증권 등이다. 대만 푸본금융 그룹의 자산운용 전략을 공유하면서 차별화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려는 전략에 따랐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 변화로 환율과 헤지 여건 변동성이 커지면서 손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와 그에 따른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헤지 비용은 금리나 환율이 높아지면 같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와 별개로 금리나 환율 변동에 따른 평가손실이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FVPL(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로 분류되는 자산은 금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만 대체투자 부문, 특히 부동산 같은 경우는 금리가 영향력이 있지만 평가손실 자체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구조는 아닐 수 있다”라며 “일단 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평가손실 문제 등이 기존보다는 나아질 것”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본현대생명은 하반기에 금리가 하락하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평가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투자영업 부문 전망이 예상하기가 어렵지만 방향성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