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현대해상(001450)이 보험사 지급여력제도 지표인 K-ICS 비율을 올리기 위해 2분기 내 후순위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K-ICS 수치 자체는 금융당국 권고치를 크게 넘어서고 있지만, 올해 1분기 경제적 가정이 변경된 영향으로 전년 말 대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했던 만큼 자본성증권 발행에 대한 의존도와 부담은 덜어낸 상태다.
1분기 K-ICS 비율 167.8%…'경제적 가정' 변경 영향
17일 보험·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올해 1분기 K-ICS 비율 167.8%를 기록했다. K-ICS 비율은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제도 지표다.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 방식으로 산출한다.
현대해상은 가용자본이 12조880억원이며 요구자본이 7조2030억원이다. 가용자본은 지난해 말과 같은 규모를 유지했지만 요구자본이 2313억원 늘어나면서 K-ICS 비율이 1년 전에 비해 5.4%p 하락했다.
K-ICS 비율 규제 수준은 보험업법 기준 100%, 금융당국 권고치 기준 150%다. 현대해상은 기준치를 넘어서고 있지만 경쟁사인 피어(Pee)그룹 대비 낮은 상태다. 다른 손해보험사의 경우 K-ICS 비율이 ▲
삼성화재(000810) 277.4% ▲
DB손해보험(005830) 230.9% ▲메리츠화재 227.3% ▲KB손해보험 204.2% 등이다.
현대해상 K-ICS 비율이 하락한 데는 금융당국의 경제적 가정 변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보험부채 할인율을 현실화하는 내용으로 최종관찰만기(LLP) 연장, 장기선도금리(LTFR) 인하, 유동성 프리미엄 축소 등에 관한 것이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개별 항목을 점진적으로 조정한다.
올해는 특히 장기선도금리 인하 조정폭을 0.25%p로 상향하고 유동성 프리미엄 항목 내 일부(개인대출과 특수금융 부문)를 조정한다. 이는 부채 평가액을 늘려 결과적으로 K-ICS 비율 하방 압력을 높인다. 금융투자 업계서는 해당 영향이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K-ICS 비율 10%p 내외일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해상은 할인율 제도 변경 영향으로 K-ICS 비율이 9%p 떨어져 상대적으로 하락세가 가팔랐다”라면서 “다만 2분기 중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후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본성증권으로 자본확충 계획
후순위채 발행으로 자본을 확충하게 되면 가용자본이 늘어나는 만큼 K-ICS 비율을 제고할 수 있다. 발행 시기는 2분기 내로 거론되고 있지만 발행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금융투자 업계서 예상하는 현대해상의 K-ICS 회복 수치는 170~180% 정도로 언급된다.
후순위채 발행과 관련 현대해상 측은 <IB토마토>에 “아직 정확한 내용은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진=현대해상)
지난 1분기 현대해상의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기준으로 발행 규모를 추측하면, K-ICS 비율 170%를 위해서는 1570억원 규모의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된다. K-ICS 비율 175%는 5173억원, 180%는 8774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앞서 대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했던 만큼 보완자본에 대한 의존도는 줄어든 상태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8월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콜옵션 만기 도래 두 건으로 발행금액 각각 3600억원, 1400억원)을 조기상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자금조달 구성에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에 대한 비중이 2.8%에서 손해보험 업권 평균인 2.2%까지 내려갔다. 이번에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성증권 비중이 상승해도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 발행에 대한 부담은 덜어낸 셈이다.
김예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이익창출능력이나 보험계약마진(CSM), 보완자본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우수한 수준의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며 개선 추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경쟁사 대비 높은 의존도가 부담 요인이었으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이후 평균 수준으로 하락했고, 이번에 후순위채를 발행해 다소 상승해도 양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후순위채 발행은 자본확충이 일시적 효과인 만큼 지급여력 수준의 본질적 개선을 위해 CSM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병건
DB금융투자(016610) 연구원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K-ICS 비율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해서는 신계약 수익성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평가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