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효성화학(298000)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회사채 발행에 도전한다. 앞서 효성화학은 작년 12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서 기관투자자로부터 단 1건의 주문도 받지 못하는 참혹한 결과를 냈었다. 하지만 세법 개정으로 인해 저등급 채권 투자에 대한 과세 혜택이 주어지면서 올해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총 500억원 규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고 조달된 자금은 전액 오는 5월 만기가 도래하는 500억원 규모 무보증 공모사채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공모희망금리는 한국자산평가, 키스자산평가, NICE피앤아이, 에프앤자산평가 등 민간채권평가사에서 최종 제공하는 효성화학의 3년 만기 회사채 개별 민평수익률의 산술평균에서 -0.3%포인트부터 0.3%포인트까지 가산한 이자율로 정해질 예정이다. 지난 4월3일 기준 효성화학의 3년물 회사채 수익률 평균은 5.652%다.
최근 채권 금리 안정화와 금리 인하 전 채권 투자 수요 증가가 이어져 채권 발행시장에 훈붕이 부는 가운데 효성화학도 이번 채권 투자 열풍에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효성화학은 지난해 1월 12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한 건의 인수 주문도 받지 못해 전량 미매각을 낸 바 있다. 당시 미매각된 회사채는 인수단으로 참여한 산업은행이 700억원어치를 인수하고 대표 주관사인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남은 물량을 떠안았다.
현재 효성화학에 대한 시장의 의견은 어둡다. 지난 4월1일 한국신용평가는 효성화학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 하향 조정했다. 효성화학이 영위하는 석유화학업계의 부진한 영업수익성, 비우호적인 수급환경과 함께 이익창출력 대비 재무부담 과중하고 재무구조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는 효성화학에 대해 단시일 내 영업현금흐름을 통한 재무부담 경감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며 하향 평가의 사유로 제시했다.
효성화학 울산공장 전경 (사진=효성화학)
효성화학은 지난 2023년 연간 연결기준 실적에서 매출은 2조7916억원, 영업손실은 188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 베트남 PDH설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면서 전년 대비 영업손실 규모가 1500억 원가량 감소했지만 주력제품인 PP(폴리프로필렌) 수급 악화로 결국 9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세법개정으로 BBB급 채권에도 투자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12일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따라 하이일드펀드 분리과세 혜택이 2017년 이후 6년 만에 재개됐다. 세법 개정에 따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펀드 가입액 3000만원까지 발생하는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이 3년간 분리과세 된다.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원천세율(14%, 지방세 포함 15.4%)을 적용해 별도 과세하는 것이다.
실제 해당 세법 개정으로 작년 한해 신용등급 BBB급(BBB+, BBB, BBB-) 이하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연이어 성사된 바 있다. 대표적인 예로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000150)(BBB)의 회사채 발행에선 발행액 300억원의 3배 수준인 930억원이 응찰받아 흥행에 성공했고, 평가금리(민평금리)보다 80bp 낮은 5.741%로 43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정경희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중국 증설이 집중된 제품으로 마진이 감소했고 프로필렌, PP의 초과 공급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업황 약세가 계속될 전망이라 올해도 수익성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