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대구은행이 비이자이익으로 숨통을 틔웠다. 지방은행 중 가장 많이 늘었다. 금리 인상 후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들어온 은행업권이 비이자이익 증대에 집중했지만 규모가 큰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은 이자수익에 기대왔던 게 사실이다.
DGB금융그룹.(사진=DGB금융그룹)
비이자이익 '쏠쏠'…금리 안정화 영향 커
지난해 대구은행의 비이자이익은 1067억원으로 최근 5년 내 최고 성과를 거뒀다. 2019년 대구은행은 104억원의 비이자손실을 기록했으나 다음해인 2020년 795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21년 782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 2022년에는 유가증권 시장 악화 영향으로 1억원까지 급감했으나 지난해에 급격히 증가했다. 덕분에 비이자이익이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9.3%에 달했다. 전년 0.03%였던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2022년 주식시장 침체가 비이자이익에 악영향을 끼쳤다면 지난해에는 금리 안정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구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채권형 펀드 평가이익 영향이 컸다. 통상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하는 추이를 보이는데, 지난해 금리 상승기조가 꺾이면서 채권 가격도 안정을 찾은 것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해 채권 금리가 전년 대비 안정화 되면서 운용 수익이 대폭 증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수수료이익과 기타비이자이익으로 나뉜다. 수수료이익에는 방카슈랑스와 수익증권을 통한 수수료인 원화수수료, 신탁 수수료가 포함돼 있다. 지난해 대구은행의 수수료이익은 823억원으로 전년 931억원 대비 11.6% 감소했다. 가장 크게 감소한 부분은 원화수수료다. 방카슈랑스에서 178억원, 수익증권에서 54억원으로 전년 209억원, 60억원에서 각각 14.8%, 10%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수료이익 감소를 메운 것은 기타비이자이익 부문이다. 기타비이자이익에는 유가증권과 외환상품, 대출채권매각 손익 등이 포함돼 있는데, 해당 항목이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대구은행의 기타비이자이익은 244억원으로 전년 –930억원 손실 대비 1174억원 증가했다.
특히 유가증권이 대폭 늘었다. 지난해 유가증권 규모는 931억원으로 2022년 203억원 대비 358.6% 증가했다. 외환상품과 파생상품이익도 지난 2022년 70억원에서 193억원으로 덩치를 키웠다. 지난 2022년에는 231억원에 불과하던 대출채권매각이익도 702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방은행 비이자이익 '약진'…올해는 '글쎄'
대구은행 외 다른 지방은행도 비이자이익에 집중,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5일 각 사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비이자손익은 ▲부산은행 253억원 ▲대구은행 1067억원 ▲경남은행 40억원 ▲광주은행 -36억원 ▲전북은행 -315억원이다.
이를 모두 더하면 지방금융지주 자회사 은행의 지난해 비이자이익 총액은 1009억원이다. 2022년 711억원의 비이자손실을 기록한 데 반해 172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경남은행과 전북은행의 비이자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101억원, 59억원 감소했지만 대구은행을 필두로 부산은행, 광주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시중은행과의 격차는 좁히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비이자이익은 ▲KB국민은행 5878억원 ▲신한은행 4317억원 ▲우리은행 6740억원 ▲하나은행 9964억원으로 총 2조6899억원을 기록했다. 지방은행에 비해 26배 넘게 차이가 난다.
이는 비이자이익 포트폴리오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산관리(WM)와 뱅킹, 신용카드 업무 대행 등으로 수수료이익을 챙기는 시중은행에 비해 지방은행은 상품 다양성 등 경쟁력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은행의 경우 신탁 자산만 100조원이 넘지만 지방은행의 경우 ▲부산은행 14조9283억원 ▲경남은행 10조8394억원 ▲전북은행 1조800억원 ▲광주은행 3조6184억원 ▲대구은행 5조9867억원으로 40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문제는 올해 전망도 밝지는 않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은행권 전반의 비이자이익 증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방은행의 비이자이익도 마찬가지"라면서 "시장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보이나 WM, 신탁을 비롯해 상품 판매 수수료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