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가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왔다. 좀처럼 실물카드를 보기 어려운 시대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온라인은 물론 현장 결제도 가능해진 지 오래다. 디지털 금융시대다. 특히 신용카드사는 결제가 핵심인 만큼 금융권 내에서도 IT와 가장 맞닿아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테크와 같은 이종업계 진입으로 디지털 금융 최전방에 서있는 셈이다. 최근 지난해 결산 실적이 발표되면서 신용카드사의 디지털 전환 성적표도 공개됐다. <IB토마토>는 주요 카드사의 디지털 전환 현황과 경쟁력 강화 전략을 살펴본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신한카드는 앱 카드 이용 고객이 가장 많다. 이를 기반으로 간편결제 시장에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비금융 제휴와 인공지능(A)I 활용도를 높여 카드업 영역을 넘어서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단 계획도 갖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야 수익 모델을 강화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앱카드 회원 최다…AI도 도입
4일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신한 SOL페이’ 회원 규모를 업계 최대 수준인 1687만명까지 키웠다. 지난해 연말 기준 신한카드의 실질회원(신용카드·체크카드 회원 기준)은 2057만명으로 두 지표를 단순 계산하면 페이 연동률은 82.0%다.
SOL페이는 모바일 앱카드(App Card)로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등록해 간편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오픈뱅킹 연동으로 SOL페이를 통해 은행 계좌 잔액과 거래 내역 조회, 이체서비스 등이 가능하다.
특히 신한카드는 SOL페이와 삼성페이 서비스 제휴 관계에 따라 신한카드 온라인 가맹점에서도 삼성페이 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SOL페이를 통해 삼성페이를 호출하는 방식이다. 자사 독자 서비스와 제휴처를 연계하면서 고객 접점을 늘렸다.
신한 SOL페이 (사진=신한카드)
신용카드사 앱카드 경쟁력은 시장에서의 주도권 지위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디지털 간편결제부터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을 기반으로 빅테크나 전자금융업자 등 이종업체 진출이 가속화 하면서 결제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신한카드는 카드업 범위를 넘어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라이프&파이낸스’ 플랫폼으로 만들어 대응하겠단 계획이다.
신한카드가 최근 강조하고 나선 영역은 AI다. 신한카드는 사업 영역의 AI 대전환을 목표로 ‘AI 5025’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AI를 활용해 2025년까지 고객 상담 커버리지 비율을 50%까지 높이려는 구상이다. 지난해 이미 31%까지 끌어올렸다.
신한카드는 고객 상담뿐만 아니라 카드 발급부터 결제, 금융서비스, 마케팅, 리스크 관리까지 전 과정에 AI를 도입한다. 특히 생성형 AI 도입으로 고객의 초개인화 모델을 구축하고, 결제 데이터 자산과 결합하는 AI 융합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도 힘 쏟고 있다.
데이터 사업 영역 넓혀…수익 확대 '시동'
신한카드를 비롯한 카드업계가 앱카드 외에 전략적으로 공들이는 디지털금융 분야는 데이터 사업이다. 다수 고객을 대상으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대규모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어서다. 이를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로 구현하는 것이 카드사의 중장기적 과제다.
데이터 사업은 카드사 본연의 업무인 카드사업, 할부금융과 리스·렌터 외에 기타 업무에 해당된다. 빅데이터 기반의 공공기관 컨설팅 사업과 투자 자문업,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CB), 마이데이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앞서 신한카드는 지난 2021년 9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에 이어 같은 해 12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오픈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민간 데이터전문기관에 선정돼 수익 영역을 확대했다. 데이터전문기관은 가명으로 된 정보의 결합과 익명처리 적정성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금융위원회 지정 기관이다.
데이터전문기관 지정 이후 신한카드는 통계청과
SK텔레콤(017670)의 데이터 결합으로 제주관광공사 정책수립을 지원한 바 있고, KCB·더치트의 데이터 가명결합을 통해 대안신용평가 모형 개발을 돕기도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데이터 결합 자체가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기보다는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는 도구로 여러 방면에 활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신한카드)
데이터 사업 강화 차원에서 신한카드는 지난해 토스와 데이터 공용 사업을 위해 신용평가·금융서비스 개발 업무 협약을 맺었다. 금융결제원·금융보안원·SK브로드밴드와 '그랜데이터' 업무 협약도 체결했다. 그랜데이터는 국내 최초 민간 데이터댐으로 가명 결합 정보를 활용한다.
이외 혁신금융서비스 분야에서도 MY송금과 MY월세 등 업계 최다인 총 14개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되면서 사업 기회를 늘려 가고 있다. 서비스 출시와 사업화를 통해 실질적 성과 창출로 연결하는 과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기준 총 7개 그룹에 26본부로 이뤄져 있다. 이중 플랫폼Biz그룹에 ▲플랫폼Biz본부 ▲Life사업본부 ▲D&D(Digital&Data)연구소 ▲One플랫폼본부 등 4개 본부를 두고 있다. 올해는 조직 개편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개발과 데이터 조직·인력을 사업 영역에 전진 배치하고, 데브옵스(DevOps, Development&Operations)와 매트릭스 체계를 도입해 디지털 역량을 전사적 관점에서 발휘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플랫폼BIZ그룹과 D&D연구소는 작년까지 사용하던 명칭이고 현재는 본부급인 빅데이터연구소가 있고, 데이터사업본부가 별도로 있다”라면서 “데이터 컨설팅과 마이데이터, 마이크레딧 등 관련 업무를 데이터사업본부로 재편해 데이터 기반의 신수익원 창출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영업수익 가운데 기타영업수익은 지난해 기준 3054억원으로 전년도 1576억원 대비 두 배가량 성장했다. 다만 이 가운데 데이터 사업 부문의 수익성은 따로 파악되지 않는다.
신한카드 측은 “카드사에서 가장 먼저 빅데이터연구소를 설립하고 데이터 사업을 한 업력이 있는 만큼 데이터 판매와 컨설팅 등을 통해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라면서 “다만 데이터 관련 수익은 별도로 공시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