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지난해 캐롯손해보험(캐롯손보)의 자산운용률이 크게 상승, 수익구조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에서 수입보험료가 증가한 가운데 유상증자 효과까지 더해진 결과다. 운용자산 성장과 운용률 상승은 투자영업손익을 위한 선결 과제인 만큼 중장기적 수익구조 개선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자산 규모 성장에 운용률도 ‘껑충’
28일 사업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지난해 총자산이 3920억원으로 전년 3550억원 대비 10.4%(37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운용자산은 2993억원으로 35.6%(785억원) 늘었다. 운용자산 확대에 따라 자산운용률은 62.2%에서 76.4%로 14.2%p 상승했다.
운용자산은 현금·예금 1431억원(47.8%)과 단기매매증권 1563억원(52.2%)으로 이뤄졌다. 단기매매증권은 유가증권 구분에서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에 해당한다. 지난해 운용이익은 90억원으로 2022년에 비해 62.1%(34억원) 늘었고, 대부분 단기매매증권에서 발생했다.
운용자산 규모 확대는 지난해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 수입보험료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수입보험료는 보험사 입장에서 매출 개념이기 때문에 자산 확대를 위한 기본 요건이다.
캐롯손보는 지난해 보험영업에서 얻은 원수보험료가 총 4121억원으로 전년도 3077억원 대비 33.9%(1044억원) 증가했다. 원수보험료 구성은 자동차보험 3516억원(포트폴리오 내 비중 85.3%)과 일반보험 606억원(14.7%)으로 이뤄져있다. 개별 보험료수익은 자동차보험이 전년 대비 34.2%, 일반보험이 32.3% 늘었다.
자동차보험 부문에서는 주력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의 누적 가입 건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지난해 1월 100만건에서 올해 2월 기준 170만건까지 늘어났다. 일반보험에서는 퍼마일을 잇는 제2 포트폴리오로 해외여행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점도 영업자산 성장에 기여했다. 캐롯손보는 최대주주인
한화손해보험(000370)과 알토스벤처스 지원을 바탕으로 1305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다. 한화손해보험이 1200억원을 출자했고 나머지는 알토스벤처스가 맡았다.
유상증자 금액인 1305억원은 캐롯손보의 지난해 3분기 자본총계인 1344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당시 캐롯손보의 운용자산이 1895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상증자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 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투자영업 수익구조 성장 발판 마련
캐롯손보의 지난해 실적은 영업손실 702억원에 당기순손실 760억원이다. 여전히 적자이나 순익 규모가 전년 대비 81억원 개선됐다. 구체적 수익구조는 ▲보험영업손익 –510억원 ▲출재보험손익과 기타사업손익 –251억원 ▲투자영업손익 59억원 ▲영업외손익 –58억원 등이다.
투자영업손익은 보험영업손익과 함께 보험사 영업이익을 구성하는 항목이다. 앞선 운용자산이익으로 90억원을 거뒀지만 보험 관련 외환거래·환산손실 비용으로 89억원을 인식했다. 외환거래·환산이익 수익까지 고려한 투자손익은 13억원이다.
이와 관련 캐롯손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업보고서에 나온 투자영업손익 59억원은 감독회계(SAP) 기준이며 일반회계(GAAP) 기준은 13억원이다”라면서 “GAAP 기준 13억원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다만 두 회계 기준 모두 총손익에는 차이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캐롯손해보험)
캐롯손보를 비롯한 다수의 디지털 보험사는 사업 구조상 저조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 중심의 영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경우 손익을 개선하기가 더욱 어렵다. 자동차보험 자체가 손해율이 높은 적자 사업으로 꼽혀서다. 캐롯손보의 경우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01.8%로 전년 대비 2.9%p나 낮췄지만 여전히 100%를 넘기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흑자 전환에 앞서 외형 확대가 실질적 과제로 언급되는 이유다. 보험 가입 확대와 함께 보험료수익이 증가하면 운용자산 규모가 커져 결과적으로 투자영업 재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손해율이 높은 디지털보험사 보험영업 구조 특성상 중장기적 수익 개선을 위해서는 투자손익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빠르게 성장하려면 단기간에 나가는 돈을 줄이고 들어오는 돈을 늘려야 하는데, 자동차보험은 손해율이 높아 구조상 쉽지가 않다”라면서 “초기에는 계약자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보험을 모집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기에는 이러한 모습이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면서 “이후 자산 규모의 확대는 수입보험료에서 빠져나가는 지급보험금이나 사업비를 관리하면서 성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