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국내 기업 신용도가 지난해에 이어 내리막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기업 신용등급 강등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신용도 혹한기를 맞은 기업들이 돌파구를 찾도록 돕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선영 IB토마토 대표가 ‘2024 크레딧 포럼’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사진=IB토마토)
<IB토마토>는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업 신용도 혹한기…돌파구를 찾아라'를 주제로 2024 크레딧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기업의 신용도에 국한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산업과 금융권 관계자 2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김선영 IB토마토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국내 기업 신용도는 지난해에 이어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라면서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면서 올해 기업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올해 크레딧 포럼은 신용위험에 놓인 기업 환경을 진단하고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해있는 기업들이 대응 방안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은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기조연설로 문을 열었다.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 전망에 따른 신용관리 전략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일본, 세계 금융위기를 분석하며 현대 경제의 화두로 '기술과 유동성'을 꼽았다.
조 교수는 "기술은 투자를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이 중요하고, 유동성은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며 "기업들이 기술과 유동성이라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크레딧 시장 전망과 신용등급 평가요소를 주제로 신용채권 발행 추이 등에 대해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과거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들은 대부분 투기 등급이었으나 최근 투자등급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우리나라의 투기와 투자 경계에 있는 등급은 'A'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한계 기업의 증가에도 주목했다. 고금리 기조에 따라 이자 부담 증가와 조달 비용률 상승으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금융기관의 부동산 금융 리스크 문제도 짚었다.
김 연구원은 “올해 2금융을 비롯해 부동산 금융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어 건설 붐을 되돌리기엔 한계가 있고, 해외 부동산 펀드의 손실 확대도 일부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라며 "금융권이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2024 크레딧 포럼 현장.(사진=IB토마토)
두 번째 세션은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이 나서 '2024 주요산업 크레딧 아웃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등급 하향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평가되는 업종으로 ▲석유화학 ▲건설 ▲부동산신탁 ▲유통 ▲게임을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석유화학 분야는 지난 2022년부터 이어진 업황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라며 "건설 업종의 경우 재무 부담의 증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사원가율과 조달금리 상승으로 수익률도 저하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신탁 업종에 대해서는 2~3년 전 크게 증가했던 책임준공형·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장 만기가 도래하고 있어 부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 업종은 장르가 진부하고 신작 성과도 부진해 신용등급 측면에서 부정적 요소로 꼽았다.
긍정적인 업종은 ▲건설장비 ▲전력기기 ▲방산 ▲조선 ▲자동차 ▲항공운송 등이다.
김 연구위원은 "건설장비의 경우 미국 시장의 호조가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고, 방산은 폴란드 외에도 이집트와 호주 등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영향을 미쳤다"라며 "조선 업종도 선가 상승기 대규모 수주가 매출로 인식되는 시기로 진입해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이 전망된다"라고 평가했다.
마지막 세션을 맡은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전문위원은 잔존 위협요인과 기회요인, 크레딧 방어 전략을 소개했다.
박 전문위원은 "글로벌 주식시장은 인공지능과 유동성, 정책 사이클로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으나 한국은 금리 인상과 미중갈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영향을 미쳐 주식시장 랠리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국내 신용 위험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미국이 고금리 충격을 이겨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고용시장과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엔비디아·테슬라·메타)와 같은 기업의 기술혁신을 예로 들었다.
박 전문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제도 긍정적인 편으로 전망했다. 6월 이후 수출 회복과 국내 경기의 낙수효과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이유에서다. 금리 인하와 글로벌 경기 연착륙, 유동성 확대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기술혁신이 미국 경제와 산업의 구조적 전환 본격화와 강한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라며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들과 같은 기술혁신을 통한 기초 역량을 갖춰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크레딧 시장의 전망과 함께 개별 업종에 대한 크레딧 방어전략을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크레딧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분야별로 쉽게 설명해 올해 시장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한 건설기업 관계자도 “국내 기업의 신용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듣고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라면서 “시장 전망과 신용등급의 평가 요소를 활용해 탄력적인 전략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