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외국계 손해보험사 AXA손해보험(이하 악사손보)이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순이익을 크게 개선했다.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잠재적 매물로 통하는 악사손보의 매력이 커졌다. 지난해 교보생명과 M&A 추진 가능성이 언급됐던 만큼 올해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IFRS17 덕 봤다…순이익 대폭 증가
22일 회사 수시공시에 따르면 악사손보는 지난해 잠정 실적(IFRS17·IFRS9 회계 기준)으로 경상이익 235억원에 당기순이익 174억원을 기록했다. 구 회계 기준(IFRS4·IAS39)이 적용됐던 2022년 순이익은 92억원이었다. 수치상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악사손보 측은 순이익 변동 배경에 대해 “투자손익이 개선되면서 영업손익과 당기손익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순이익 추이는 누적 기준으로 ▲1분기 104억원 ▲2분기 240억원 ▲3분기 251억원이다. 보험손익은 1분기 141억원에서 2분기 249억원으로 증가했다가 3분기에 244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투자손익은 50억원에서 135억원까지 늘어났다. 다만 연간 순이익 규모를 고려할 때 지난해 4분기 실적은 77억원가량 손실이 난 것으로 계산된다.
악사손보는 자산 구성에서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해당 자산 규모는 1631억원으로 자산총계에서 약 17.9%를 차지하고 있다. 금리 상승과 하락 등 변동에 따라 투자손익의 증감 방향과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자산총계는 9739억원이다. 부채총계가 6212억원이고 자본총계는 3527억원이다. 자기자본 구성에서 자본금은 2509억원으로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비율이 140.6%다. 자산총계 대비 자본총계 비율은 36.2%다.
외형 자체는 작지만 기본적으로 자기자본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있는 만큼 지급여력(K-ICS) 비율도 안정적인 상태다. K-ICS 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경과조치 전 245.8%, 후가 297.0%다.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크게 웃돌고 있다. 경과조치 전 기준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이 1950억원이며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은 4793억원이다.
M&A 매물 가치 상승…교보생명 등 주목
악사손보는 새로운 회계 기준에서 연간 실적이 개선되면서 보험사 M&A 매력도 높아졌다. 현재 보험사 매물로는
롯데손해보험(000400), MG손해보험, KDB생명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악사손보와
동양생명(082640), ABL생명 등이 잠재적 매물로 언급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생명보험과 달리 손해보험은 보험영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꾸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악사손보는 보험영업 구성이 지난해 3분기 수입보험료(6584억원) 기준 자동차보험이 73.7%, 장기손해보험이 21.9%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일반보험 내 상해보험, 기타특종보험 등이다. 자동차보험사로 출범했던 만큼 해당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지만 장기보험 영역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사진=악사손해보험)
손해보험 매물 가운데 롯데손보는 가치 평가와 가격 산정 부문에서 이슈가 있고, MG손보는 자본력(지급여력)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악사손보 가치가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매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시장에 나올 경우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악사손보에 관심을 갖는 곳은 손해보험사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교보생명이 꼽힌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손해보험사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실 악사손보는 지난 2007년(당시 교보자동차보험) 최대주주가 교보생명에서 악사로 변경됐던 만큼 교보생명과 인연이 닿는다. 지난해 교보생명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지분 투자를 추진했는데, 업계서는 악사손보 공동인수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 보기도 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교보생명이 예전에 악사손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거론되는 것 같다”라면서 “다만 악사손보가 공식적으로 매물로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잠재적 매물이라고는 하나 애매한 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졌다면 물론 M&A 시장에서의 가치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라면서 “국내서 M&A 수요가 있다 하더라도 악사가 프랑스 최고 보험사인 만큼 예상하기는 어렵다”라고 했다.
한편 악사손보는 최근 한스 브랑켄 신임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브랑켄 신임 대표는 정기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오는 6월1일 취임할 예정이다. 지난 2021년부터 악사 인터내셔널 마켓에서 인사(HR)·커뮤니케이션·브랜드 책임자로서 여러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조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