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대신증권(003540)이 4월 예정이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인가 신청을 미루기로 했다. 섣불리 종투사로 진입하기 보다 자본을 안정적으로 확충하는 방향을 선회했다.
(사진=대신증권)
안정적 자본 확충이 '먼저'
22일 <IB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기존 4월로 예정된 종투사 신청을 잠시 미루는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1일 정기 주주총회 이후 내부 논의 끝에 내렸다. 현재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2023년 기준 종투사 신청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넘는 3조214억원이지만, 자기자본을 안정적으로 추가 확보한 뒤 진행키로 계획이 수정됐다.
앞서 대신증권은 지난해 7월 종투사 진입을 공식화한 이후 자기자본 확충에 집중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1007억원으로 종투사 기준 3조원에 9000억원가량 모자랐다.
이에 대신증권은 대신에프앤아이와 대신자산운용 등 대신파이낸셜그룹 계열사로부터 배당을 받아 4800억원을 확보했고, 2023년 연간 사업을 통해 확보된 자금과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437만2618주를 발행해 자기자본 3조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결산 기준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8531억원 수준이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종투사 신청 시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 등을 고려해 안정적으로 자기자본이 확충된 것을 확인한 뒤 결정할 예정”이라며 “서두르지 않고 진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내부에선 우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특별시 중구 삼일대로 343에 위치한 대신증권 본사 사옥 전경 (사진=대신증권)
마지막 퍼즐 '사옥 매각'
지난해부터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던 대신증권이 갑자기 추진 일정을 미룬 것은 최근까지 이어지는 부동산 경기불황 영향도 있다. 끌어모은 자기자본이 종투사 신청 요건을 214억원 넘기는 데 그친 데다 부동산 위기에 다른 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신증권의 종투사 진출 핵심을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본사 사옥 매각으로 본다. 대신증권은 2023년 8월 이지스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사옥인 '대신343'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서울 오피스 매매시장 침체 속 가격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증권은 올해 들어 협상 대상을 바꿔 NH아문디자산운용과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343은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오피스빌딩으로 연면적이 5만3369.33㎡로 지하 7층~지상 26층 규모다. 현재 거론되는 매각가는 6600억원 수준이다. 이전 이지스자산운용과 진행했을 당시 수준과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사옥 매각이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올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전망이라 거래를 재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종투사 넘어 초대형 IB 도전 가능성
대신증권이 종투사 진입을 준비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종투사에 걸맞게 사업 역량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시장에서 기존 종투사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경쟁력과 이익창출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대신증권은 IB부문에서 이전까지 부동산 투자 법인 설립이나 신탁업과 같은 부동산 금융이 그룹 성장을 이끌어왔다”라며 “하지만 현재 비우호적인 거시 경제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부동산 관련 리스크 관리와 영업 경쟁력 확보 또한 중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신증권도 종투사 진입에 앞서 IB부문 조직개편과 인재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먼저 올해부터 기업금융 부문을 기존 1개 조직에서 2개 담당으로 늘렸다. 이어 이현규 전 한국투자증권 IB2본부장을 IB 부문 전무로 영입했다. 이 전무는 1992년부터 증권가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금융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어 나유석 IPO담당을 전무로 승진시키고 신입 및 경력 직원 채용을 통해 조직을 키웠다.
성과도 나쁘지 않다. 올 2월까지 대신증권의 IB는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에서 고른 성장을 보였다. ECM부문에선 시장의 대어급 딜인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 이어 886억원 규모 후성의 유상증자를 단독 주관해 KB증권을 제치고 주관 실적 3위를 차지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대신증권의 지난해 4분기 별도 자기자본은 2조8500억원으로 점진적으로 자본조달이 이뤄져 종투사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후 대형사로 지정된다면 IB 영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타사와 마찬가지로 초대형 IB(자기자본 4조원 이상) 인가를 다음 목표로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