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 중 지난 한해 부실채권 비율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곳은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으로 드러났다. 계속된 고금리 기조와 경제불황 등으로 기업의 상환능력이 떨어져 은행의 건전성도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대 은행 본점. (사진=각 사)
부실채권 증가세, KB국민·NH농협은행 가장 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전반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7%로 지난해 동기 대비 0.07% 상승했으며 지난 분기보다도 0.03%p 올랐다.
부실채권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부실채권은 12조5000억원으로 1분기 만에 1조원이 늘었다. 부실채권 중 기업여신이 10조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계여신 2조3000억원, 신용카드채권이 2000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지난해 4분기에는 신규 부실채권도 증가했다. 총 5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4조3000억원에 비해 1조4000억원이나 불었다.
이처럼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이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의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1%로 1년 새 50% 가까이 급증했다. NH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0.26%에서 올해 말 0.37%로 40%가량 올라 특수은행의 평균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하나은행은 0.26%로 약 25% 상승했다.
반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전 분기에 비해 대폭 하락했고, 2022년 말과 비교해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수치도 최고...연체율은 '희비'
부실채권 증가율뿐만 아니라 고정이하여신비율 수치 자체도 두 은행이 1,2위를 다툰다. 지난해 말 NH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37%, 국민은행이 0.31%를 기록한 데 반해 ▲하나은행 0.26% ▲신한은행 0.24% ▲우리은행 0.18%으로 두 은행보다 낮다.
다만 연체율은 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상이한 결과를 보였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0.43%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으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이 0.26%, 국민은행이 가장 낮은 0.22%를 기록했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모두 은행권 건전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이용되나 차이가 있다. 연체율은 전체 여신 대비 1달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비율을 집계하는 데 반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여신을 건전성 정도에 따라 정상부터 추정손실까지 5단계로 나눈 후 고정이하 단계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을 산출한다.
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오른 것은 고정분류 여신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KB금융(105560)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민은행의 고정분류여신은 7932억원, 회수의문여신이 1817억원, 추정손실여신은 18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말 대비 각각 3326억원, 203억원, 936억원 증가한 규모로 증가율은 추정손실 여신이 108.3%로 가장 높았다.
연체율은 NH농협은행이 가장 높았는데, 기업 대출 영향이 컸다. NH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해 말 NH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51%이다. 전년 0.32%에 비해 59% 올랐다. 중소기업 연체율의 경우 0.61%로 전년 동기 0.38% 대비 60% 넘게 증가했다.
두 은행의 대손상각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1415억원을 대손상각 처리했다. 이 중 589억원이 카드로 가장 규모가 컸다. 같은 기간 매각도 2258억원 규모로 실행됐으며 가계대출이 666억원, 기업대출이 15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3.9%, 524.3%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대손상각도 지난 2022년 3654억원에서 4505억원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매각액은 같은 기간 1376억원에서 4167억원으로 202.8% 늘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불확실성 확대로 신용위험 발생 가능성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을 예측하고자 위기대응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라며 "여신관리시스템을 활용한 추심전략도 실행 중"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도 "고금리와 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한계차주 증가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증가했다"라면서 "연체 차주 관리 강화로 장기연체 진입을 방지하고 모니터링 관리 계획을 적시에 이행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