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금융권 내부는 더욱 분주해졌다. 지난 2년간 금리 인상기를 겪어온 은행과 저축은행, 부실채권(NPL) 업계는 각각 금리 인상의 영향을 달리 받았다. <IB토마토>는 금융업계가 금리 인상기에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점검하고 앞으로 다가올 금리 인하를 대응하는 방식을 업권별로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저축은행 업계는 금리 인상기를 재도약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았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쟁력 하락과 건전성 악화는 저축은행 업권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이 됐다. 저축은행 구조상 대형은행도 금리 인상기에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으나 기준 금리 인하를 기다리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사진=저축은행중앙회)
고금리 기조에 경쟁력 떨어져 '휘청'
저축은행 업권은 지난 2022년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자 은행권과 상반되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은행권 대비 높은 금리로 영업을 이어가던 저축은행이 고금리 기조로 경쟁력이 하락하자 특판 등을 통해 제공 금리 인상에 나서기도 했다. 인상 초기에는 수신과 여신 모두 증가하면서 총자산도 증가했으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저축은행 고객들은 예금과 적금을 가리지 않고 보통 1년 만기 상품에 가입한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 만기를 맞이하는 고객이 다수다. 이에 저축은행 업권은 역대 최고 수준의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예대 금리차가 줄어든 탓에 이자이익이 감소해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3분기 예대금리차는 4.9%로 지난 2022년 말 6% 대비 1.1%p 줄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업권의 순손익은 141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누계액인 960억원 대비 453억원이 추가적으로 악화됐다. 건전성 악화로 인한 대손상각비도 실적 악화를 거들었다. 지난해 3분기 발생한 대손상각비는 7775억원으로,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2조6735억원의 대손상각비가 발행했다.
대손충당금을 이같이 큰 규모로 쌓은 것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때문이다. 저축은행 차주는 다중채무자인 경우가 많고 중소기업의 채무상환이 어려워지자 연체율이 높아졌으며,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실적도 내려앉았다.
연체율도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15%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0.82%p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6.4%로 증가했다. 기업대출의 경우 지난 2022년 말 3.39%에서 6.72%로 두 배가량 늘었으며 가계대출도 5.26%에서 5.81%로 커졌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상호저축은행의 수신액은 120조2384억원을 기록했다. 1년 뒤인 지난해말 상호저축은행의 수신은 107조1491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1월에는 104조2626억원으로 한 달 새 2조8865억원이 빠져나갔다. 수신을 유치하기엔 1금융인 은행권 대비 특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금리 인하 기다리며 '재도약 준비'
저축은행 업권은 현재 높아지는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로 인해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영업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비이자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사실상 높은 금리가 이어진다면 손실 규모가 불어나는 것을 막을 방도는 없다.
저축은행 업권은 올 하반기 금리 인하를 기다리며 수익성 개선도 준비 중이다. 기준 금리가 낮아지면 역마진 구간이 줄어드는 만큼 대출을 실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올라가면 저축은행 업권의 부동산 관련 여신의 건전성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비슷한 비율로 있는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OK저축은행 등은 금리인하를 기다리며 조직개편은 물론 디지털 플랫폼 강화와 상품 포트폴리오 변경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사이다뱅크를 중심으로 한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하반기부터는 영업점 영업보다는 비대면 영업을 중심으로 범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부서 업무의 중심에 사이다뱅크를 둘 예정으로,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췄다. 대출 상품을 단순화해 고객이 쉽게 가입하도록 했다.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도 고도화 한다. 하반기 이전에 준비를 끝낼 계획이다.
OK저축은행은 로봇프로세스 자동화를 업무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차세대 지난해부터는 차세대 시스템을 적용해 개인·기업여신, 채권관리 등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여신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OK금융그룹의 비교대출 서비스를 금융상품으로도 확대하는 등 제휴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이달 초부터 2금융권 최초로 주택담보대출 비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체크카드와 연계한 수신상품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조상 금리 인하 전까지 수익성 제고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꾸준한 CSS 고도화와 디지털 플랫폼 개선 등을 통해 고객 유치 준비를 하고 있다”라면서 “오는 하반기 기준 금리 인하를 통해 건전성과 수익성을 모두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